
지난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피로감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 가운데 정서적 안정을 위해 식물을 기르며 교감하는 ‘홈가드닝’, 집 안 분위기를 바꾸는 ‘플랜테리어’ 등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푸릇한 잎과 색색의 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그 속을 잠시 거니는 것만으로도 복잡한 일상을 내려놓고 한숨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희 씨 역시 꽃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한 한 사람이다. 꽃의 매력에 빠져 취미를 넘어 배움과 새로운 꿈으로 나아가고 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꽃’
이은희 씨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남편을 만나 약 30년 전 당진으로 이주했다. 당진에서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던 그는 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외출이 어려워지며 활동에 제약이 생긴 데다 업무에 대한 번아웃과 갱년기 증상까지 겹치면서 불안감을 느끼게 됐고 결국 일을 그만뒀다.
이를 극복하게 해준 것은 ‘자연’이었다. 산을 찾게 된 그는 꽃과 식물을 통해 위로를 받으며 몸과 마음을 회복해 나갔다. 이은희 씨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산을 다니기 시작했다”며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꽃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고 ‘꽃이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건강을 되찾은 이은희 씨는 우연히 삼선산수목원에서 진행하는 시민정원사 양성과정을 알게됐고 산에서 만난 꽃들을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과정에 참여했다. 또 이 과정을 계기로 나무에도 관심이 생겨 수목치료기술자 과정까지 수강했다. 그러던 중 교육 과정에서 만난 강정숙 숲인들두드림 대표의 제안으로 하우스 농장을 함께 가꾸기 시작했다.
제라늄의 매력에 빠져
이은희 씨가 특히 애정을 쏟고 있는 식물은 제라늄이다. 하우스를 사용하게 되면서 집에서 키우던 제라늄 두 화분을 가져와 본격적으로 기르기 시작했다. 이 제라늄은 꽃을 좋아하던 어머니와 과거 천리포수목원을 방문했을 때 어머니가 선물해준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식물이다.
전공자가 아니었던 그는 제한적인 지식 속에서도 제라늄 가지를 잘라 번식시키는 삽목에 도전했다. 약 100개의 가지를 심었던 그는 90% 가까운 성공률을 기록하며 생명을 키워내는 기쁨을 경험했다. 그는 “직접 심은 가지에서 뿌리가 내리고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며 “그때부터 제라늄에 깊이 빠져들게 됐다”고 말했다.

150여 종의 제라늄 키워
제라늄은 선명한 색감과 특유의 향기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강한 생명력과 다양한 꽃 색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빨간색, 분홍색, 보라색, 흰색 등 화려한 색을 띠고 잎에서는 독특한 향이 나 해충을 쫓는 효과도 있다.
이은희 씨는 “제라늄을 키우면서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홑겹으로 피는 꽃도 있고 겹겹이 피는 꽃도 있으며, 공처럼 둥근 모양부터 장미를 닮은 형태까지 하나같이 아름답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하나둘 농장에 모은 제라늄은 현재 약 150여 종에 이른다.
어머니를 위한 작은 정원 선물
어머니의 영향으로 제라늄에 더욱 애정을 갖게 된 이은희 씨는 지난해 충남 생활원예 경진대회에 당진시 대표로 참가해 ‘엄마의 봄날’이라는 작품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키도 했다.
‘치유’를 주제로 열린 대회에서 이은희 씨는 어머니를 떠올렸다. 이은희 씨는 “당시 어머니가 무릎과 허리 수술을 받으면서 좋아하시던 꽃구경을 다니기 어려워졌다”며 “어머니를 위한 작은 정원을 만들어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에는 어머니가 좋아하는 제라늄을 사용했다. 또 어머니가 좋아하던 보라색을 활용하기 위해 보라색과 핑크색이 반반 섞인 ‘칸타 퍼펙션’을 중심으로, 야생화와 홍콩야자 등 생육 환경이 비슷한 식물들을 함께 식재했다. 그는 “식재 경험이 많지 않아 여러 식물을 한 화분에 담기 위해 특성이 비슷한 식물을 찾고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했다”며 “작품은 대회 후 기증했는데 당시 어머니께서 수상 소식을 듣곤 매우 기뻐하셨다”고 전했다.

“마음 치유하는 원예치료사 활동 하고 싶어”
식물을 더 잘 키우고 싶다는 마음은 계속해서 배움으로 이어졌다. 시민정원사 과정을 시작으로 수목치료기술자, 도시농업 전문가 양성과정에 참여했고, 테라리움 지도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또한 마스터가드너 인턴 과정을 거쳐 인증도 받았다. 꽃으로 인해 또 다른 취미도 생겼다. 시민정원사 과정에서 정원 설계 과제를 수행하며 꽃 그림을 배우기 시작해 그림의 즐거움도 알게 됐다. 현재 어반스케쳐스 당진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나아가 그는 올해 성인학습자 전형으로 공주대학교 원예학과에도 진학했다. 이 씨는 “지금 기르고 있는 식물들을 더 잘 돌보고 싶었고, 또 취미를 넘어 원예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직은 배울 것이 많아요. 언젠가는 저만의 제라늄 품종을 개발하는육종가가 되고 싶습니다. 또 저만의 마당이 있는 정원을 가지고도 싶고 배운 원예 지식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원예치료 활동도 해보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