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시장 선거의 호수공원 조성 문제가 쟁점화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당진에 호수공원이 필요하다는 데는 뜻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공원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를 두고는 법적 근거부터 시설 구성, 재원 조달, 완공 시기까지 갈렸다. 오 후보는 지난 12일 당진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후보의 공약을 반박했고, 김 후보는 즉각 입장문으로 맞받았다.
호수공원 무엇을 담을 것인가
두 후보 모두 당진에 호수공원을 짓겠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쟁점은 기존 계획을 그대로 밀고 가느냐, 아니면 거기에 생태·치수 기능을 더 얹느냐다.
오 후보는 당진시가 4년을 추진해온 현행 계획을 그대로 완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추진 중인 당진 호수공원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근린공원으로, 광장·분수·운동시설·휴양시설·편의시설 등을 설치할 수 있다.
김 후보는 기존 호수공원 계획을 뒤집자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 후보는 “호수공원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진짜 문제는 어떤 호수공원을 만들 것이냐”라고 말했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기존 호수공원 계획의 틀을 유지하면서 설계 방향에 생태·치수 기능을 더하는 것이다. 그는 “‘생태’는 법적 제약이나 규정이 아닌 설계 방향”이라며 “생태호수공원이라고 해서 편익시설을 못 넣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평소에는 시민이 걷고 쉬고, 폭우 때는 빗물을 받아 도심 침수를 줄이는 저류형 안전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생태호수공원을 만드는 법적 경로에 대해서도 김 후보는 오 후보와 인식이 달랐다. 오 후보는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른 환경부 생태공원 경로를 전제로 “보호종 동식물이 없는 논 자리는 입지 조건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환경부 경로만이 유일한 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은 자연환경보전법이 아닌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국토부 사업으로 조성됐다.
계속 vs 방향성
두 후보의 가장 큰 충돌 지점은 지금까지 추진한 성과를 어떻게 볼 것이냐다.
오 후보는 당진시가 2022년 12월부터 4년 가까이 진행해온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2023년 시민 공청회와 후보지 선정, 2024년 주민공람, 2025년 행정안전부 사업타당성 '적합' 통보와 충청남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완료, 도시관리계획 결정 고시, 공원조성계획 수립 고시에 이어 올해 5월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까지 착수됐다. 2027년 2월 공원조성공사 착수, 2028년 3월 준공이 목표다.
그는 “생태호수공원으로 전환하면 입지 타당성 조사부터 시민 공청회, 자연환경보전 이용 시설 승인까지 다시 수년이 걸린다”며 “올해 5월 발주한 용역비 15억 원을 포함해 5년간 쌓아온 성과가 모두 무산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1000억 원이 넘는 대형 사업을 시민 세금만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행정이냐”며 “빠르다고 해서 시민에게 가장 좋은 방식이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원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재원 조달 방식은 이번 논쟁에서 가장 날카롭게 충돌하는 지점이다. 오 후보는 이미 상당한 재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당진 호수공원 총사업비는 토지보상비 급등으로 당초 841억 원에서 현재 1121억 원으로 33% 늘었다. 오 후보는 한국가스공사 240억 원, 한국전력공사 250억 원, 현대제철 200억 원 등 지역 소재 기업들의 출연금을 재원으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2025년 본예산에는 토지보상금 150억 원도 반영됐다.
그러나 김 후보는 이 재원의 성격 자체를 문제 삼았다. 그는 “해당 자금은 기업들이 호수공원을 위해 새로 투자한 돈이 아니라, 개발사업 과정에서 이미 당진시에 납부하기로 한 공공기여금”이라며 “원래 지역 현안 사업과 교육·복지 등 시민 전체를 위해 써야 할 공공 자금에 이름표만 바꿔 민간 투자인 것처럼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발전기금은 기업들이 지역 시민을 위해 내는 공적 자금인데, 이를 호수공원 한 사업에 집중 투입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김 후보는 국비·도비 확보 실적도 따졌다. 김 후보는 “1000억 원이 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재임 기간 동안 이 사업의 국비와 도비를 단 한 건도 확보하지 못했다”며 “생태복원·수질개선·도시침수 대응·문화관광 인프라를 결합한 복합사업으로 설계했다면 환경부·산림청·국토부 등 여러 부처의 국비를 충분히 끌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 집권 여당, 박수현 충남도지사 후보 등 모든 힘을 모아 시민 부담을 줄일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시설 구성 무엇이 다른가
시설 구성을 놓고 두 후보의 주장은 겉으로는 팽팽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제 자체가 다르다.
오 후보는 생태호수공원으로 전환할 경우 현재 조성 계획에 담긴 음악분수대·키즈카페·상업시설이 법적으로 들어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른 생태공원은 자연탐방시설·교육시설 등으로 시설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몇 가지 시설 조정이 아니라 기존 공원조성계획 전체의 백지화를 의미한다는 것이 오 후보의 논지다.
김 후보는 이 주장을 두 갈래로 반박했다. 김 후보는 “편익시설·도서관·어린이 놀이시설·휴게시설·문화시설은 생태호수공원에도 충분히 넣을 수 있다”라며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이 전망대·출렁다리·강수욕장·어린이놀이터·커뮤니티센터를 모두 갖춘 것이 그 근거”라고 밝혔다.
또한 “오 후보가 문제 삼는 상업시설 제한은 생태호수공원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공원은 법령상 시민을 위한 공공 공간이어서 일반 상업시설을 마음대로 넣을 수 없다는 원칙이 오 후보 방식의 근린공원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주장이다. 김 후보는 “생태이기 때문에 상업시설이 안 된다는 오 후보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상업 기능은 주변 상권과 지구단위계획으로 살리면 되고, 공원은 공원답게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결국 두 후보의 시설 논쟁은 생태호수공원의 ‘법적 제약 범위’를 어떻게 보느냐에서 갈린다. 오 후보는 자연환경보전법상 생태공원으로 지정될 경우를 전제로 제약을 주장하고, 김 후보는 ‘생태’를 법적 지정이 아닌 설계 방향으로 보기 때문에 그 제약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양측이 서로 다른 전제 위에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어서, 결국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느냐가 핵심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