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당진시대 신문사에서 만난 전상미 기본소득당 충남도당 부위원장
지난달 30일 당진시대 신문사에서 만난 전상미 기본소득당 충남도당 부위원장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난 뒤 낙선자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낙선자들 가운데 소수정당 소속 출마자들을 만나 이번 선거에 대한 소회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마지막으로 만난 전상미 기본소득당 충남도당 부위원장은 영어 강사로 30년 넘게 교육 현장에 몸담아 왔으며 이번 6·3지방선거를 통해 처음 정치에 도전했다.

선거를 마친 그는 여전히 학생들을 가르치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30일에 만난 그는 학생들의 시험 기간과 맞물려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전 부위원장은 “내내 수업이 잡혀 있고 당장 다음 날이 학생들의 영어 시험이라 정신이 없다”며 “당진지역 소식도 신문을 통해 겨우 챙겨볼 정도”라고 근황을 전했다.

“정치의 즐거움 온전히 느낀 경험”

이번 선거를 돌아보며 전 부위원장은 “새로운 영감을 얻은 흥미로운 여정”이자 “대중 앞에서 소신을 밝히며 정치의 즐거움을 온전히 느낀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마를 결심하게 된 가장 큰 계기로 12·3 내란 사태를 꼽았다. 전 부위원장은 “사태를 보며 시민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권력자들에게 시민의 브레이크 역할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내 목소리가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만드는 작은 마중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도전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그는 기본소득당 충남도의회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다. 그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가 다부지게 소신을 밝히는 모습을 보며 응원하는 마음으로 당비를 내기 시작했다”며 “뒤에서 돕고 싶었지만 충남에서는 선뜻 출마하려는 사람이 없었고 권유도 받아 직접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서류만 30여 종

그는 처음 “누구나 할 수 있겠다”며 출마를 결심했지만 현실은 예상보다 훨씬 녹록지 않았다. 전 부위원장은 “재산 증명부터 자녀의 부동산 관련 서류, 심지어 금반지 보유 내역까

지 30여 종의 서류를 준비해야 했다”며 “너무 복잡한 준비 과정 때문에 출마를 포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화려한 선거 조직 없이 남편과 둘이 충남 곳곳을 다니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외로울 때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의 규모도 작고 처음이다 보니 모든 것을 새롭게 배워야 했다”며 “현장을 찾아다니며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고 전했다.

“5% 봉쇄조항 개선돼야”

직접 발로 현장을 뛰는 과정에서 기존 선거제도 등에 대해 새롭게 깨달은 점도 많았단다. 특히 ‘5% 봉쇄조항’의 가혹함을 실감했다.

5% 봉쇄조항은 정당 득표율이 5%를 넘지 못하면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지 못하는 제도다.

전 부위원장은 “거대 양당은 별다른 선거운동을 하지 않아도 비례 의석을 확보하지만 소수정당은 5%라는 장벽 때문에 의회 진출 자체가 무력화된다”며 “1%에 가까운 충남도민의 소중한 표가 단 한 석으로도 이어지지 못하고 사표가 되는 현실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장에서 만난 60~80대 유권자들의 모습을 보며 선거제도의 복잡성도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번에 7장의 투표용지를 받다 보니 어르신들이 상당한 부담을 느끼셨다”며 “정책을 비교하기보다 익숙한 정당 기호에 따라 이른바 ‘줄투표’를 하거나 무효표가 발생하는 현실도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학생 위한 정치 공론의 장 필요”

선거가 끝난 뒤에도 그는 교육 현장에서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있다. 전 부위원장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자유롭게 정치와 시사를 토론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 계획이다. 최근에는

개혁신당 고재윤 씨와 만나 정치·시사 토론 모임 구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고. 그는 “소속 정당과 이념은 다르지만 서로의 논리를 들어보고 토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학생들이 건강하게 정치적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10·20세대에서 나타나는 극우화 현상에 대해서도 그는 “아이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 부위원장은 “정치적 소신을 말할 통로가 없으니 유튜브 알고리즘이나 자극적인 인터넷 콘텐츠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학교 밖에서도 책임감 있게 토론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유 자산을 국민에게”

전 부위원장은 이번 선거의 목표를 “단 한 명의 도민에게라도 기본소득을 알리는 것”으로 삼았다.

충남 15개 시·군 전통시장을 돌며 기본소득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단다. 전 부위원장은 “청양군 농어촌 기본소득과 전남 아동·청소년 기본소득 사례를 소개하며 유권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지원금이 지역화폐로 지급돼 지역 안에서 소비된다고 설명하면 상인분들이 바로 공감해주셨다”며 “깊게 패인 주름을 보며 치열하게 살아온 분들의 삶이 헛되지 않도록 좋은 정책으로 보답해야겠다는 사명감도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또한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과 관련해서는 “없는 세금을 새로 걷어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만든 공유 자산의 이익을 함께 나누자는 개념”이라며 “AI 대전환 시대에는 AI 데이터와 재생에너지 등 공유부의 이익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충남 아동·청소년 기본소득 강력 제안”

전 부위원장은 선거는 끝났지만 기본소득은 당진과 충남의 미래를 위한 정책인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제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최근 충남도지사 당선인과의 타운홀 미팅에서도 충남의 여건에 맞는 ‘아동·청소년 기본소득’을 강력히 제안했다”며 “충남은 전남과 재정 규모나 학생 수 등 여러 조건이 비슷해 충분히 시행할 수 있다. 앞으로도 구체적인 로드맵을 지속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진시장에게도 아동·청소년 기본소득과 농어촌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꾸준히 건의할 생각”이라면서 “향후 충남에 AI 데이터센터가 유치된다면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을 AI 디지털세나 재생에너지 공유부 이익 형태로 도민에게 환원하는 방안도 지속적으로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선은 되지 못했지만 ‘당진형·충남형 기본소득’의 유능한 설계자이자 압박자로서의 역할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