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권의 책을 쓴 태리 작가
세 권의 책을 쓴 태리 작가

“작은 글을 이야기 ‘선물’이라고 말해주는 이가 고맙고, 소박한 끄적임을 ‘반짝임’이라며 토닥여주는 이가 감사합니다.”

태리 작가의 블로그 글

태리 작가는 화려한 문장보다 일상의 온기를 담은 한 줄, 거창한 이야기가 아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을 기록하면서 독자와 소통하고 있다. 독립출판사 ‘문장변주’를 운영하며 세 권의 책을 펴낸 그는 오늘도 자신의 문장이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채워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국어교사를 꿈꾸던 학생

논산에서 태어난 태리 작가는 중학교 시절 한 국어 교사를 만나며 문학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학생들에게 진심을 담아 문학을 가르치는 교사의 모습에 감명을 받은 그는 처음으로 시집을 사 읽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국어 교사를 꿈꾸게 됐다.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한 그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지인의 제안으로 학원 강단에 처음 서게 됐다. 고등학생들에게 언어영역을 가르치며 교육의 즐거움을 느꼈고 이후 대전 등지에서 입시강사로 활동했다. 그러던 2008년 남편의 직장 이전으로 당진에 정착하면서 삶의 방향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도시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활발하게 일하던 삶은 육아와 살림 중심으로 바뀌었고 우울감을 느끼기도 했다.

전환점은 뜻밖에도 화장품 판매였다.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사람들을 만나고 밖으로 나오는 것만으로도 그는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 이후 메이크업과 이미지컨설턴트 자격증을 취득해 문화센터 등에서 강의도 진행했다. 자신처럼 지쳐 있는 주부들에게 작은 힘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독립출판의 길로

화장품 영업을 홍보하기 위해 시작한 블로그는 훗날 그가 책을 펴내는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제품을 소개하기 위한 공간이었지만 점차 카페와 책, 독립서점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특히 단순한 정보보다 공간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내며 자신만의 글쓰기를 이어갔다.

이러한 글을 꾸준히 올리면서 그에게 공감하는 이웃들이 하나둘 늘었고, “책을 내보는 것이 어떠냐”는 권유도 이어졌다.

그러던 중 평소 여행을 갈 때마다 지역의 독립서점을 찾는 것을 즐겼던 태리 작가는 아산의 독립서점 ‘모랭이숲’에서 독립출판의 가능성을 만났다. “책 만들기 수업을 들어보고 싶다”는태리 작가의 제안으로 서점에 책 만들기 수업이 마련됐고 이를 계기로 독립출판의 길에 첫발을 내디뎠다.

황반변성에도 강행한 출판

하지만 첫 책을 준비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글쓰기부터 편집, 표지와 내지 디자인까지 책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혼자 감당하다 보니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태리 작가는 “한쪽 눈에 황반변성이 찾아와 잠시 작업을 멈췄다가 다시 시작했는데 재발했다”며 “두 번째에는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두려웠지만, 지금 포기하면 다시는 책을 내지 못할 것 같아 작업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그렇게 완성한 첫 책 <그러니 우리 너무 애쓰지 말아요>는 2024년 10월 출간됐다. 150부만 인쇄했지만 3주도 채 되지 않아 모두 판매됐다. 태리 작가는 “누가 내 책을 읽어줄까 걱정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완판되면서 앞으로도 글을 계속 써도 되겠다는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북페어 참여하며 관계 넓혀

첫 책을 출간한 태리 작가는 같은 시기 1인 독립출판사 ‘문장변주’를 설립했다. 다른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독립출판을 선택한 이유는 자신의 책을 직접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혼자 시작한 출판이었지만 책을 만들수록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는 “계속 제자리에서 머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더 배우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북페어 ‘아포인디북페스타 각양각책’에 참가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당시 전시할 책이 부족해 두 번째 산문집 <내 계절은 장마지만>을 서둘러 완성한 뒤 첫 북페어에 나섰다.

북페어는 그에게 또 다른 전환점이 됐다. 독자들에게 자신의 책을 직접 소개하고 다른 작가와 출판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무엇보다 즐거웠단다. 이후 다양한 북페어와 행사에 참여하며 관계를 넓혀갔고, 그는 “혼자 하는 일도 결국 사람들과 함께할 때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문장에 풀어낸 일상의 장면

현재까지 <그러니 우리 너무 애쓰지 말아요>, <내 계절은 장마지만>, <모자란 건 불행> 등 세 권의 책을 펴낸 그의 글에는 특별한 사건보다 평범한 일상이 담겨있다.

아침 등굣길 아이의 모습, 카페 창가의 조명, 문득 떠오른 감정처럼 누구나 지나칠 수 있는 순간들을 따뜻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필명 ‘태리’에는 ‘큰 울타리’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작가와 독자의 경계를 허물고 누구나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다.

책을 구입한 독자들에게는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DM을 보내달라”고 말한단다. 작가와 독자가 멀리 있는 관계가 아니라 언제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웃 같은 관계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태리 작가는 “지금 글을 쓰는 나도 원래는 글을 읽는 사람이었다”며 “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언젠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와 독자의 담을 허물고, 내 글에서 위로가 되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안고 갈 수 있는 편안한 이웃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 한편 태리 작가는 블로그 ‘태리북스’와 인스타그램 taeri_books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 작가의 책은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