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윤열 회장, 최종민 전 회장
(왼쪽부터) 윤열 회장, 최종민 전 회장

당진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상공인들이 서로의 경험과 전문성을 나누며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1984년 창립해 40년 넘는 역사를 이어온 당진시상공인연합회다.

당진시상공인연합회는 지역 내 사업체 대표와 임원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경제단체다. 현재 원로회원을 포함해 100여 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회원의 약 95%가 당진지역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일부 회원은 다른 지역으로 사업장을 옮긴 뒤에도 회원 자격을 유지하며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회는 소규모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소상공인단체와 대기업 중심의 상공회의소 사이에서 지역 중소·중견 사업자들을 잇는 ‘허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건설과 중장비, 조경, 설계, 유통, 제조업 등 회원들의 업종도 다양하다.

윤열 제41대 회장(대창지게차)은 “각자가 서로 다른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어 필요한 일이 생기면 해당 분야의 회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며 “회원 간 사업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홍보하면서 각 사업체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연합회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1984년 18명으로 시작한 40년 역사

당진시상공인연합회의 시작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차관회 초대회장을 비롯한 18명의 회원이 창립총회를 열고 지역 상공인 간 협력과 이웃돕기를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초창기부터 연합회는 회원 친목에 머물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돕고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펼쳤다. 경로당 연탄 기증과 노인정 성금 전달, 우수학생 장학금 지급, 지역경제 활성화 캠페인도 꾸준히 이어졌다.

1992년에는 시장 활성화를 위한 조합 임원 간담회를 개최하고 당진천 쓰레기 수거 작업을 진행했으며, 1995년에는 지역경제 활성화 캠페인과 학업 우수학생 장학금 전달사업을 펼쳤다. 2003년에는 민·관·단체 합동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지역 현안에 대한 목소리도 내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단체 명칭을 ‘당진군상공인연합회’로 변경했으며, 시 승격 이후 현재의 당진시상공인연합회로 이어지고 있다.

연합회가 가장 의미 있게 평가하는 사업 중 하나는 다문화가족대축제다. 연합회는 2012년부터 수년간 다문화가족축제를 개최하며 행사비를 지원하고 직접 음식을 마련했다. 민간 차원에서 기반을 닦은 축제가 이후 행정과 유관기관의 지원을 받아 확대될 수 있도록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최종민 직전회장(정식품)은 “민간이 먼저 필요성을 확인하고 사업을 시작한 뒤 기반이 마련되면 행정과 전문기관이 이어받도록 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민간단체가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고 지역사회에 정착시키는 것도 연합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독거노인 효도관광, 의료봉사, 연탄모금운동, 장학사업, 어려운 이웃돕기, 지역경제 활성화 걷기대회, 드림스타트 아동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에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운영했으며, 이후에도 지역 산업체 견학과 회원 자녀 장학사업 등을 이어가고 있다.

회원 간 교류 넘어 지역사회와 상생

연합회는 매년 체육대회와 단합대회, 산업체 견학 등 회원 교류행사를 진행한다. 회장마다 지역과 회원들에게 필요한 중점사업을 별도로 추진하는 것도 특징이다.

최종민 직전회장은 지난해 회원들과 함께 정식품 베지밀 청주공장을 방문해 두유 제조 과정과 기업 운영 사례를 살펴봤다. 견학에는 회원 자녀들도 참여했다.

최종민 전 회장은 “성인들도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볼 기회가 많지 않은데 견학에 참여한 학생들이 특히 좋아했다”며 “지역 학생들과 연계해 산업현장을 경험하게 하는 사업으로 확대해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광양상공회와의 교류도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철강산업과 항만을 중심으로 성장한 광양은 당진과 산업구조가 비슷해 지역경제와 기업 운영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당진상공인연합회가 광양을 방문한 데 이어 올해는 광양상공회 회원들이 당진을 찾을 예정이다.

윤열 회장은 올해 중점사업으로 연합회의 대외 인지도를 높이고 지역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에는 지역사회연구소와 공동으로 당진시장 후보자 초청토론회를 개최해 지역경제 정책을 제안했다.

윤 회장은 “그동안 연합회가 내부적인 활동에 집중하면서 시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당진시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지역사회에 필요한 활동을 찾아 연합회의 역할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투자, 지역업체 체감효과는 미미”

회원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지역경기는 녹록지 않다. 유통과 건설, 중장비, 외식업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소비와 투자가 위축됐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최종민 전 회장은 “식당의 매출이 줄면 식자재를 납품하는 유통업체와 마트까지 함께 어려워지는 구조”라며 “매출은 줄어도 직원 임금과 고정비는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사업자가 힘겹게 사업체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 대규모 기업과 산업시설이 들어서고 있지만 지역업체가 체감하는 낙수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건설기계업에 종사하는 윤열 회장은 “기업 유치와 지역업체 상생협약이 계속 발표되고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사실상 거의 없다”며 “대규모 산업단지 개발뿐 아니라 호수공원과 정주 여건 개선사업 등 이미 계획된 시내권 사업도 조속히 추진해 지역 내 소비와 투자가 순환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이 외식 한 번, 배달 음식 한 번 주문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할 만큼 소비가 위축됐다”며 “시내권 기반시설과 편의시설을 확충해 사람들이 지역 안에서 머물고 소비하도록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철강산업 위기지역 지정에 대해서도 거시적인 산업지원과 함께 지역 상공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세부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회 측은 “철강산업을 지원하고 산업 위기에 대응하는 큰 방향에는 동의한다”며 “다만 철강산업 지원이 식당과 유통업체, 건설업체 등 지역 자영업자와 중소 사업체에 어떤 방식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당진형 ‘안심통장’ 도입 제안

연합회가 제안한 대표적인 정책은 당진형 ‘안심통장’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재원을 출연하고 지역 금융기관과 연계해 소상공인과 중소 사업자들이 500만 원에서 1000만 원가량을 마이너스통장 방식으로 이용하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사업자가 필요할 때 자금을 사용하고 여유가 생기면 다시 채워 넣을 수 있어 일시적인 운영난을 겪는 사업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종민 전 회장은 “사업체는 매출이 일시적으로 감소해도 인건비와 임대료, 물품대금 등을 계속 지급해야 한다”며 “큰돈을 한꺼번에 대출받는 방식보다 필요할 때 꺼내 쓰고 상환할 수 있는 마이너스통장이 현장에서는 더욱 유용하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당진시가 충남신용보증재단에 출연하는 금액을 늘리고 지역 금융기관과 연계하면 지원 규모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지원제도가 과거 소득이나 매출을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정하면서 최근 급격히 어려워진 사업자의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윤열 회장은 “몇 년 전 소득이 높았다는 이유로 현재 경영난을 겪는 사업자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있다”며 “과거 자료만 볼 것이 아니라 현재의 매출 감소와 경영상황을 함께 살피는 현실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장 목소리 들을 공식 창구 마련해야”

당진시와 경제·사회단체들이 정기적으로 지역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복원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과거 당진에서는 지역 기관·단체장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통해 매년 정기적으로 지역 현안을 공유했지만 최근에는 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안재혁 원로분과위원회 부위원장(송현조경)은 “철강산업 위기나 지역경제 침체와 같은 문제는 행정과 일부 기관만의 논의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현장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듣고 정책에 반영할 공식적인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이 정해진 정책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단체와 상공인들이 함께 대안을 찾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며 “연합회도 지역 발전에 필요한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청년 사업가 돕는 ‘경험의 플랫폼’

연합회는 앞으로 청년 사업가들을 위한 멘토 역할도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청년창업 지원을 통해 사업을 시작하는 청년은 늘고 있지만 창업 이후 경영과 세무, 법률, 거래처 확보 등의 문제를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연합회에는 건설과 설계, 세무, 법률, 유통, 제조업 등 여러 업종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사업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해당 분야 회원에게 자문을 구하고 거래처나 장비가 필요할 때도 서로 연결해준다.

최종민 전 회장은 “나 역시 연합회에 가입한 뒤 사업 과정에서 법률이나 세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선배 회원들에게 조언을 구했다”며 “전화 한 통으로 경험과 정보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사업자에게는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윤열 회장은 “청년들은 추진력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뛰어나지만 경험 부족으로 작은 위기에도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며 “연합회에는 성공한 경험뿐 아니라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선 경험을 가진 회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사업가들이 가입한다면 선배 회원들이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하고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돕겠다”며 “청년들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사업을 성장시키는 기반이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회원은 만 60세까지 활동하고 이후에는 원로회원으로 전환돼 후배들에게 경영 경험과 조언을 전한다. 세대를 넘어 경험이 이어지는 구조다.

윤열 회장은 “회원 자녀와 청년 사업가들도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가족적인 단체로 발전시키고 싶다”며 “회원 간 이익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경제와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단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6년 당진상공인연합회 임원]

△회장 : 윤열(대창지게차) △직전회장 : 최종민(정식품) △차기회장 : 이용범(카카오토) △회계감사: 김경태(한울소방) △내부부회장 : 신유섭(우리미트 정육점) △외부부회장 : 김만옥(제일팜 동물병원) △운영감사 : 박두정((주)오륜) △사무국장 : 장성연(소은토목측량설계사무소) △사무차장 : 최영수(동양산업개발·동양에너텍) △총무부장 : 김상현(그린마트) △총무차장 : 김준민(로얄정보통신) △재무부장 : 최백호(타이어플러스) △재무차장 : 송수호(그린 좌대낚시) △원로분과위원장: 윤현구(당진조립식판넬) △미래발전위원장: 박성기(당진전기종합상사) △회원교류위원장: 임규성(법무사임규성사무소) △기획분과위원장: 장동제(장대감 참숯구이 전문점) △홍보분과위원장: 김왕건(왕건24시 식당) △친목분과위원장: 채상희(뉴 당진카독크) △회원증강분과위원장: 김정호(프렌즈아카데미 당진수청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