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도에서 당진시로 파견된 30대 공무원이 농가와 지역 업체에 지급해야 할 지방보조금 12억5000여만 원을 본인 계좌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보조금을 받지 못한 농가와 영세업체가 50여곳에 이르면서 피해가 지역 전체로 번지고 있다.
충남경찰청은 지난 6일 A씨가 자수한 뒤 횡령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A씨는 올해 1월 인사 교류로 충남도청에서 당진시농업기술센터로 파견돼 농업 시범사업 보조금 업무를 맡았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지난 3월부터 7월 말까지 5개월가량 농가와 업체에 지급해야 할 지방보조금 12억5000여만 원을 본인 명의 계좌로 옮긴 혐의를 받는다. 총 횡령금액은 18억 여원으로 이중 6억 여원 가량은 다시 보조금 계좌로 입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집행 화면에서 계좌번호 바꿔치기
알려진 바에 따르면 A씨는 지방보조금관리시스템 ‘보탬e’의 마지막 단계에서 서류 검토와 결재가 끝난 뒤 실적 보고 단계에서 담당자가 직접 시스템에 접속해 돈을 내보내는 구조를 노렸다. A씨는 최종 집행 화면에서 보조 대상 농가의 계좌 대신 본인 계좌번호를 입력하는 수법으로 돈을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다.
빼돌린 돈 일부를 다시 보조금 계좌에 넣어 메우는 이른바 ‘돌려막기’도 이어졌다. A씨는 가로챈 보조금을 ‘레버리지 투자’에 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꼬리가 잡힌 것은 농민과 업체의 항의였다. 보조금이 들어오지 않고 공사 대금도 밀리자 농업기술센터로 문의와 독촉 전화가 빗발쳤다. 압박을 견디지 못한 A씨는 연가를 낸 뒤 관할 당진경찰서가 아닌 충남경찰청을 직접 찾아가 자수했다.
농가·영세업체 50여곳 자금난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 농가와 업체는 50여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업을 마치고도 보조금을 받지 못한 농가는 영농 일정에 차질을 빚고, 시설 공사를 끝낸 영세업체는 대금을 받지 못해 자금난에 몰렸다. 이미 집행이 끝난 것으로 처리된 보조금을 어떻게 다시 지급할지, 예산은 어디서 확보할지가 당진시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당진시농업기술센터와 당진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진시 관계자는 “이런 일이 벌어져 먼저 시민들께 죄송하다”며 “재발하지 않게 시스템을 정비하고 내부 점검을 실시하는 한편 수사기관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보조금 유용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 농가와 영세 업체들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피해 구제 및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도, 보조금 전 과정 점검
이같은 사건이 발생하자 충남도는 지방보조금 관리·감독 체계와 개별 보조금 사업 집중 점검에 들어갔다. 보조금 교부부터 집행, 정산,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살펴 부정수급이나 부적정 집행이 있었는지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행정안전부에는 ‘보탬e’ 기능 개선도 건의하기로 했다. 보조금 집행 과정의 이상 징후를 일찍 잡아내는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집행과 카드, 계좌 정보를 서로 연결해 분석하는 기능을 높이며, 부적정 집행 가능성이 큰 거래는 사전·사후 점검을 강화하고, 담당자 권한을 손보는 내용이다.
점검에서 부정수급이나 부적정 집행이 확인되면 보조금 환수와 교부 취소, 보조사업 수행 제한 조치가 뒤따른다.
한편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횡령 규모와 범행 경위, 자금 사용처를 조사하고 있으며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