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나 자란 고려인 3세 김 예카테리나 씨에게 한국은 낯선 나라가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에게 남북으로 갈라지기 전의 한국과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그렇게 마음속에 자리 잡은 고향은 훗날 그가 한국으로 향하는 계기가 됐다.
3년 전 잠시 쉬어가기 위해 찾았던 한국은 결국 그의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됐다. 합덕에서 일자리를 구해 생활을 시작한 뒤 남편과 함께 한국에 정착했고, 지난해에는 넷째 아이도 한국에서 출산했다.
카자흐스탄서 사진작가로 활동
예카테리나 씨는 22세 무렵 사진에 관심을 가지면서 관련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진관에서 컴퓨터로 다른 작가들의 사진을 보정하고 리터칭하는 일을 하며 사진 분야에 입문했다.
당시 이미 결혼해 카자흐스탄에서 어린 딸을 키우고 있던 그는 특히 스튜디오를 찾는 아이들을 보며 즐거움을 느꼈고, 자연스럽게 어린이 전문 사진작가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아이들을 향한 애정이 있어서인지 그는 사진작가로 경력을 쌓으면서 수입의 일부를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자선활동에 기부하기도 했다.
남편 자르키지마 씨와 가정을 꾸린 그는 세 자녀를 낳아 함께 생활했다. 그러나 가사와 육아를 병행하면서 사진 촬영을 위해 출장을 다니는 등 바쁜 일상을 이어가며 육체적으로 지쳐갔다. 이를 지켜보던 남편은 예카테리나 씨에게 잠시 쉬면서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권했다. 예카테리나 씨는 “집안일도 하고 사진작가 일로 출장을 많이 다니니 너무 지쳐 있었다”며 “그 모습을 본 남편이 ‘당신도 발전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해. 평생 집안일을 하며 살 수는 없잖아’라고 말하며 쉬면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 줬다”고 말했다.
마침 친오빠가 7년 전부터 합덕읍에 거주하고 있어, 예카테리나 씨는 한국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할머니를 통해 한국에 대해 듣고 자란 덕분인지 그는 낯섦보다는 편안함을 느꼈다. 그는 “할머니께서 남북으로 갈라지기 전의 한국 이야기를 해주셨다”며 “역사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아름답고 풍요로운 자연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덕분에 한국에 왔을 때 낯섦보다는 진짜 고향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휴가차 찾은 한국에 정착
휴가를 목적으로 한국에 왔지만 예카테리나 씨는 일자리를 찾아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는 “한국에 처음 올 때 카메라를 챙기지 않아 사진작가로 일해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페이스북을 통해 일자리를 찾아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 시절 농사일을 도우며 자라 체력이 좋았기 때문인지 공장에서 일하는 것이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공장에서 만난 동료들의 배려도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됐다. 예카테리나 씨는 “간혹 걱정스러운 소문을 듣기도 했지만, 만나는 한국인 동료들마다 따뜻하고 기분 좋게 대해주셨다”며 “항상 좋은 사람을 만나는 행운이 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7개월째 되던 때에는 남편이 예카테리나 씨를 데리러 한국에 왔다. 당초 남편 자르키지마 씨는 아내를 데리고 다시 카자흐스탄으로 돌아갈 계획이었지만, 한국에서 생활하며 생각이 달라졌다. 예카테리나 씨는 “나와 같은 고려인인 남편이 한국에서 본 새로운 환경과 더 나은 급여 수준에 크게 반했다”며 “마음을 바꿔 한국에 정착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임신 출산 지원받아 출산”
예카테리나 씨는 한국에서 생활하며 정서적인 적응이나 공장 근무, 대인관계 등에서 큰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한국에서 넷째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했다. 타국에서의 출산이었지만 임신·출산과 관련한 비용 지원과 의료서비스, 의료진의 친절한 대응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출산할 수 있었단다. 그는 “특히 놀랐던 점은 병원에서 발급해주는 임신확인서를 가지고 은행에 가면 곧바로 지원 카드를 발급받고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 행정 처리 방식이었다”며 “카자흐스탄에는 그런 제도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 국적의 고려인으로서 일부 지원 제도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예카테리나 씨는 “고려인에게는 아동수당을 비롯한 정부의 다양한 지원을 받을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이러한 환경이 개선돼 이곳에서 더 큰 안정감을 얻고 싶다”고 말했다.

“나만의 빵집 열고 싶어”
현재 예카테리나 씨는 한국에서 태어난 넷째 아이를 돌보며 남편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세 자녀는 학업을 위해 카자흐스탄에서 남편의 여동생과 지내고 있다. 그는 “첫째 아이가 고등학교 과정을 밟고 있어 학업의 흐름을 깨지 않고 졸업할 수 있도록 그곳에서 지내고 있다”며 “앞으로 여건이 마련되면 아이들을 한국으로 데려오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작가로 활동했던 만큼 사진에 대한 애정도 여전히 남아 있다. 언젠가는 다시 카메라를 잡고 사진작가로 활동하겠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게다가 한국에서 생활하며 새로운 꿈도 생겼다. 자신만의 작은 빵집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는 “당진시가족센터를 다니면서 직접 만든 디저트나 빵을 사람들과 나눴는데, 그 과정에서 빵집을 열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많이 받았다”며 “아기자기한 나만의 빵집을 열어 운영해보고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