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훈 선생의 항일과 계몽 정신을 기리는 심훈기념관에 심재영 가문의 가계도가 전시된 것을 두고 사유화 의혹이 제기됐다.
심훈기념관은 국가보훈부의 지원을 받아 조성된 현충시설로 2014년 9월 건립돼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오른쪽 벽에는 심훈 선생의 탄생과 일대기가 연표로 구성돼있다. 그리고 벽 한가운데에 한자로 적힌 가계도가 함께 전시돼있다. 가계도에는 심훈의 부친 심상정부터 형제들의 이름이 나열돼있으며, 심훈의 큰형인 심우섭 아래로는 심재영과 그의 후손인 심천보, 심영보, 심덕보, 심규천의 이름이 이어져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심훈의 삶과 정신을 선양하기 위한 이곳에 자기 부친을 내걸며 기념관을 사유화하려는 의도 같다는 의문이 일고있다.
심훈 관련 연구 활동을 하는 문화예술계 A 씨는 “몇 년 전쯤 작업복을 입은 사람이 가계도를 벽에 걸고 가는 것을 목격했다”며 “기념관 직원이나 공무원 같진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어 A 씨는 “가계도에 심훈의 큰조카인 심재영 가의 이름이 적혀있었다”며 심훈기념관의 목적과는 맞지 않은 전시라고 주장했 다. 그는 “예전부터 심훈기념관 담당관들에게 이 가계도에 대해 몇 번 이고 얘기해봤지만 전시는 그대로 였다”며 “심재영 씨의 아들이 현재 심가의 장손이고 심훈기념관에 유품을 기증하는 등 큰 영향력을 지녀 담당관들도 떼지 못하는 것 같 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충시설인 심훈기념관에 시의 운영 권한을 넘어 사욕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이며 이곳을 사유화하고 싶은 개인의 추악한 욕심”이라고 말했다.
지역 향토사학자 B씨는 “심재영 씨의 아들이 예전부터 자신의 아버지를 선양하기 위한 일들을 해왔다”며 “심재영 씨의 흉상을 만들면서 ‘상록수의 모델’이라는 설명을 기재했다”고 말했다. 이어 “심재영 씨가 소설 <상록수>의 모델이라는 주장은 학문적으로 바라봤을 때 틀린 주장”이라며 “이를 사실처럼 기재하는 것은 후손에게 거짓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가계도 논란에 대해서도 “심재영 씨 직계 후손이 적힌 가계도인 점에서 흉상을 설치할 때와 마찬가지로 자기 아버지를 높이려는 욕심으로 보이지만, 심상정 씨와 심대섭의 형제 이름이 함께 쓰인 점에서 기념관에 전시할 명분은 충분하다”며 가계도 하나만으로 사유화하려는 의도라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심훈 가계 확장 위한 전시였다”
한편 제시된 의혹에 대해 당진시청 관계자들은 가계도가 ‘심훈과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유품’ 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남광현 당진시 문화예술과 문화유산 팀장은 “그 가계도는 새로 만든 것이 아닌, 심재영 씨의 아들이 심훈 선생의 유품 2000여 점을 기증할 당시 함께 기증한 유품”이라며 “기증받은 이후부터 계속 전시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된 가계도는 심훈 선생과 연관성이 있으며, 그 가계를 이해해야 심훈을 더 자세히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훈의 소설 <상록수>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심재영 씨를 떼놓을 수 없다”며 “<상 록수>가 어떤 근거에 의해 탄생했는지 이해시키기 위해 전시한 것”이라 고 밝혔다.
장승률 당진시 문화예술과 문화 유산 학예연구사는 “심재영 씨의 아들이 심훈기념관에 많은 유물을 기탁하고 운영에 큰 역할을 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사유화를 목적으로 우리에게 전시하라 한 것은 아니다”라며 전시된 가계도를 통해 심훈의 친인척 관계와 당진시에 관련된 부분을 알 수 있다고 판단해서 전시한 것 이라 설명했다. 이어 “전시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은 맞지만 가계도가 심재영 씨를 우상화하려고 한다는 것은 확대해석 같다”고 덧붙였다.
이상식 당진시 문화예술과 문화예술시설 학예연구사 역시 비슷한 입장을 전했다. 그는 “가계도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에서 발생한 의혹같다” 며 “심훈기념관인 만큼 심훈 선생에 대한 전시가 주를 이루는 것이 맞지만, 심훈의 주변 인물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심훈 선생의 가계도를 확장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혹이 제기된 이상 관계자들과 전시 방향을 논의해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시를 보완하겠다” 며 “전시를 바라보는 분들 또한 넓은 시각으로 해석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남광현 팀장도 “이 사안을 문화예술시설팀에 전달해 전시 목적을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 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