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새로운 활동을 망설이게 되는 노년 시기, 지역 어르신들의 힘찬 도전이 시작됐다. 당진시노복지관을 이용하는 10명의 어르신은 각자의 동기와 목표를 가지고 ‘더할나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더할나이 프로젝트는 어르신들이 촬영과 편집, 나레이션을 익혀 직접 영상을 제작하는 실버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교육을 통해 지역사회와 자신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본지는 7회에 걸쳐 기사로 연재될 예정이며 유튜브 채널 ‘당진방송’을 통해 영상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지난달 19일 당진시노인복지관에서 ‘더할나이 프로젝트’의 마지막 교육이 진행됐다. 현장에 모인 참여자들은 한 명씩 카메라 앞에 앉아 그동안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느낀 소감을 전했다. 이어 김수경 씨와 장경미 씨는 GS25 대덕원룸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당진시니어클럽 소속 고곽숙 씨를 만나 인터뷰했다.
4주간의 교육 마무리하는 시간

이날 참여자들은 4주간 직접 촬영해 완성한 개인 작품을 함께 감상했다. 이후 강사의 피드백과 심사를 거쳐 우수작 1·2·3등을 선정하고 소소한 상품을 받았다. 이어 참여자들은 한 명씩 카메라 앞에 앉아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
조수옥 씨는 “캡컷이나 AI 등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것을 배울 수 있어 뜻깊었다”고 말했다. 김수경 씨는 “편집 프로그램을 처음 배울 때는 어려웠지만 연습하다 보니 안 되는 게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장경미 씨는 “조금만 더 배우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회차가 짧게 느껴졌다”며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10명의 참여자는 저마다의 소감을 전하며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이 날 미디어 교육은 5회차로 마무리됐으며 6회차에는 남은 한 팀의 인터뷰· 촬영이 진행되고 10월 14일에 시사회가 열릴 예정이다.
프로젝트 교육을 맡은 김혁 강사는 “단순히 영상 제작 기술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 시대에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배움의 길을 제시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옛 추억이 담긴 사진을 영상으로 만들어 자랑했다는 어르신을 보며 강사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박태호 강사도 “참여자들이 배우는 대로 곧장 시도하는 모습에서 열의가 느껴졌다”며 “교육하는 내내 감동의 연속이었고 덕분에 재밌게 수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더할나이 프로젝트의 활동 영상이 KBS에 소개되면서 지난달 28일 참여자들이 함께 녹화에 참여했다.
“보증금 500만 원 들고 찾은 당진”

5회차 교육을 마친 뒤 김수경 씨와 장경미 씨는 시니어스토어인 GS25 대덕원룸점을 찾아 이곳에서 근무하는 고곽숙 씨를 인터뷰했다.
천안시에서 자란 고곽숙 씨는 20대 시절 조카들을 돌보며 지냈다. 26세가 되던 해 친인척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이듬해인 27세에 결혼했다. 결혼 후 남편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진주시로 내려갔다. 그곳에서 둘째 아이를 낳고 지내던 중 IMF를 겪으며 남편의 사업이 부도를 맞았다. 결국 부부는 사업을 접고 서울로 올라와 시가에서 지내야 했다.

이후 2000년대 초반 고곽숙 씨 부부는 서울을 떠나 당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당시 당진은 한창 뜨고 있는 도시였다” 며 “아무런 연고도 없었지만 일자리가 많을 것 같아 당진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집 보증금으로 마련한 500만 원만 손에 쥔 채 무작정 당진으로 내려온 부부는 읍내동에 월세방을 얻었다.
고 곽숙 씨는 “지금은 웃으면서 말하지만 그때는 참 난감하고 힘든 시절이었 다”며 “기름보일러를 사용했는데 기름이 너무 빨리 닳아 추워지면 혼수로 받은 솜이불 한장을 마루 바닥에 깔고 잤다”고 말했다.
일자리 위해 찾기 도전

그가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료함이었다. 김수경 씨가 언제부터 일하고 싶었는지 묻자 고곽숙 씨는 “수술 회복 기간 중”이라고 답했다. 2006년 큰 수술을 받고 회복할 동안 집에만 머물면서 답답함과 무료함을 느꼈고,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1년의 회복을 끝내고 GS더프레시 내 빵집에 취직한 고곽숙 씨는 3년간 근무하며 경력을 쌓았다. 빵집을 관둔 뒤에는 마트에 새롭게 입점한 주얼리 매장과 다이소, 금 매입 매장 등으로 일자리를 옮기면서 꾸준히 직장생활을 이어왔다. 2016년에는 새로 문을 연 당진축협 하나로마트 내 빵집에서 근무했으며 6년간 주 6일, 하루 7시간씩 일했다.
세월이 흘러 61세 나이로 정년퇴직한 그는 “퇴직은 했지만 계속 일하고 싶었다”며 또 다른 일자리를 알아봤다. 한서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아이 돌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실습을 나가기도 했으며, 현대제철소의 건설기계 유도자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러나 일자리 부족으로 취업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일자리를 찾던 그는 당진시니어클럽을 알게 돼 가입했고 올해 5월부터 당진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GS25 대덕원룸점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김수경 씨가 일을 배우며 어려웠던 점을 묻자 고곽숙 씨는 “포스기 조작 부터 분할결제, 포인트, 공병 매입 등 복잡한 일이 많아 어려웠다”며 “그중 가장 어려웠던 것은 담배 이름을 외우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주 2회, 5시간씩 근무한다. 그는 “더 많이 일하고 싶지만 시니어클럽 사업 특성상 근무 시간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어 아쉽다”며 “대신 쉬는 날이 많아 어린 손주들을 자주 돌봐줄 수 있다”고 말했다.
“몸은 힘들어도 즐거워”

고곽숙 씨는 현재도 집에서 직장까지 15분가량 걸어서 출퇴근한다. 그동안 여러 일을 하며 몸이 힘들거나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은 적은 있어도 일하는 것 자체를 항상 즐거워했다.
일을 하면서 몸과 마음에 달라진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집에만 있을 때는 무기력했는데 일을 하면서 동료들과 대화하고 머리를 쓰다보니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고 행복하다”고 답했다.
그의 모습은 가족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고곽숙 씨는 “남편이 내가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퇴근하면 ‘애썼다’고 다정하게 반겨주기도 하고, 본인도 일을 다녀와 힘들텐데 내 퇴근 시간에 맞춰 식사를 준비해두기도 한다”고 전했다.
고 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때까지 계속 일하고 싶다”며 일을 힘들어하는 청년들에게 “삶을 허무하게 낭비하지 않고 의미있게 살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즐겨보라”고 말했다.
“남을 의식해서 일자리를 고를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일이든 자부심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임한다면 더 높고 멋진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