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부족으로 원자력은 불가피한가
전기공급구조 후진적
일반적으로 ‘핵’은 무서운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원자력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둘은 같은 말이다. 도대체 핵과 원자력의 정체는 무엇인가? 선진국에서는 이미 더이상의 핵발전을 중단하고 대체 에너지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무엇 때문에 2천6년까지 핵발전소 14기를 더 증산한다는 것인가. 79년 미국의 드리미일 핵발전소 사고와 86년 체르노빌 핵사고의 기억이 역사에 생생한데 핵발전은 광고처럼 안전하고 깨끗하고 경제적이기만 한 것인가. 핵발전은 그 폐기물의 처분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그것을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가장 안전한 곳에 매립한다고 해도 그것이 영원히 갈 수는 없다. 언젠가 그로부터 방사능은 새어나올 것이고 누군가는 집단적으로 그것으로부터 엄청난 재난을 겪을 것이다. 핵에 대한 상식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수회에 걸쳐 환경운동연합에서 발간한 자료집중 이항규 박사의 글을 짜투리로 소개한다.
◆우리나라는 전기가 절대 부족한가?
지난해 여름 관공서에서의 냉방금지등을 권장하며 전국민적으로 전기가 부족한 듯이 위기감을 조성한 적이 있다. 전기가 부족하니 제한 송전을 해야 되는 상황에 닥칠듯이 분위기를 잡아오곤 한 것은 비단 지난해만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해 우리 국민들 머리속에는 정말 전기가 부족할 지 모른다는 그림이 그려져 있기 일쑤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다. 전기는 남아 돌고 있다.
92년중 최대 부하가 걸린 7월 28일 오후 3시의 기준으로 보아도 전력 예비율 충분하다. 관공서의 냉방금지소동이 없어도 전기 소비량이 더 많았던 91년도의 최고 소비일을 기준으로 잡고 따져보아도 전기 소비량은 공급량의 68%에 지나지 않았다. 전체 발전용량의 16%를 차지하는 자가발전용량을 계산에 넣지 않고서도 그러했다. 1년중 최대 전기수요를 기록하는 날에 맞추어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이미 발주되어 조만간 건설될 7개의 핵발전소를 계산에 넣지 않은 현재의 발전용량으로도 전기는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남아 도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우리는 여름철과 겨울철, 낮시간대와 밤시간대의 전기수급이 불균형한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이는 그야말로 후진적인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냉방으로 인한 낮시간대의 전기수요는 밤에 남아도는 전기를 이용한 빙축냉방등을 이용해 시간대에 따른 전기수요에 큰 차이가 없도록 하고 있는데 우리는 들쭉날쭉해 밤시간대에 무진장 남아도는 전기를 버릴 수밖에 없는 비효율적인 구조다.
우리가 이토록 후진적인 전기수급구조를 가지게 된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무분별한 원전의 수주로 인하여 80년대 초 전기가 절대적으로 남아도는 상황이 닥치자 82년부터 전기요금을 거의 아홉차례에 걸쳐 30% 가까이 인하하면서 전기 많이 쓰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하였다. 둘째, 냉방수요를 전기로 담당한다는 것은 에너지 이용의 효율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건만 이를 핑계삼아 불필요한 대용량 원전들을 마구 발주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전기가 부족하지 않다면 그럼 앞으로는 어떤가. 동자부와 한전등이 세운 장기수급계획을 보면 앞으로 전기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그에 대처하는 방향으로 잡혀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잘못된 가정에 기초하여 그려진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