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진국의 경우 최근 10년 전기소비량 오히려 줄어
◆경제발전과 비례하여 전기소비가 느는 것은 아니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국민들의 문화수준이 높아지면 전기에너지도 더 많이 쓰게 되리라는 가정이 그 하나다.
그러나 언뜻 듣기에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 논리가 완전히 잘못이라는 것을 이미 1970년대 말 모든 선진국들이 경험으로 깨닫게 되었다. 유럽에서 한해도 거르지 않고 가장 놓은 경제성장을 지속해 온 독일의 경우 1980년 전기소비량은 3억9천만tSKE였는데, 10년후인 1990년에는 3억8천만tSKE로서 전기소비가 경제성장과 더불어 늘어나기는 커녕 줄어들었다.
독일과 비슷하게 경제성장을 해 온 프랑스의 경우도 1970년과 1990년을 기준으로 볼때 국민들의 생활수준은 두배 가까이 증가했으나 에너지 소비는 역시 제자리 걸음이다.
생산성을 높이면서 전기에너지는 더 적게 드는 신기술들이 경제성장과 더불어 계속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석유파동 이후에 똑같은 성능을 가지면서도 연료를 적게 쓰는 자동차들의 개발로 인하여 자동차 보급수는 10년동안 두배로 늘어났으나 전체 자동차들의 연료소비는 오히려 줄어든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러한 이치를 깨닫기 전에는 선진국들 역시 경제발전과 함께 국민들의 문화수준이 높아질 터이고 전기에너지의 소비 역시 크게 늘어나리라는 잘못된 가정에 따라 전기수급계획을 세웠었다. 이러한 논리가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마치 기정사실 마냥 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어 이 점을 부인한다면 국민들의 더 나은 미래문화생활을 부정하는 순진한 발상으로 치부되면서 전력수급계획을 정당화하는 데 쓰여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200만 킬로와트씩 전기소비가 늘어난다는데?
원전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즐겨 쓰는 또 하나의 그럴듯한 문구는 ‘전기소비가 매년 10%씩 늘어난다’ 또는 ‘200만kW씩 증가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상공자원부의 고급 공무원까지 이런 자료를 인용하고 있음을 본다. 마치 우리나라 전체 전기수요가 매년 그렇게 늘어난다는 듯이 들리는 이 말은 실제로 ‘일년중 최대 부하가 걸리는 한 여름의 수요를 기준으로 본 수치’일 뿐이다. 말할 것도 없이 그때의 전기수요를 끌어올리는 것은 냉방장치의 가동이다.
냉방이나 난방을 위하여 전기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은 에너지 이용의 효율성에서 볼때 제일 원시적인 방법이다.
더구나 일년 중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여름철 몇 일, 오후 세시쯤의 냉방을 위하여 선택의 여지없이 1년내내 매일 24시간 가동시켜야 되는 핵발전소를 지어야겠다는 것은 전기에너지에 대한 일반상식이 모자라는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에 지나지 않는다.
여름철 최대 전기소비시간대의 전기예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층빌딩의 가스 냉방보급 및 일반 가정용으로는 태양열 이용 냉방등의 대체 에너지 이용 신기술들을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원전같이 외국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우리 산업계 자체 힘으로 가능하다.
그리고 설령 향후 미래에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하게 되더라도 그것을 원전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은 오히려 시대착오적이고 비이성적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