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

미국의 핵규제위원회는 드리마일 사고뒤 10년동안 미국에서 일어난 원전사고는 3만3천건이 넘는다고 발표했다. 미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중대사고로 분류되는 수백건의 사고가 지금까지도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채 신고되어 있다.

86년 체르노빌 원전폭발사고는 인류에게 닥칠 수 있는 원전의 참화를 여지없이 증명하였다. 반경 3백Km의 땅이 한순간에 방사능에 오염되어 수십년간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변해 버렸다. 소련의 우크라이나와 백러시아 공화국에는 아직도 4백만명이 오염지대에 살고 있다. 사고 당시 소련을 방문해 환자를 치료했던 미국의 로버트 게일 박사는 앞으로 7만5천명이 암으로 죽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중 절반은 소련에서 그 나머지는 유럽을 비롯한 다른 북반구 지역에서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 지역중의 하나인 독일이 체르노빌에서 불어닥친 방사능 오염문제로 겪은 곤욕으로 당시까지 인류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걸고 있던 한가닥 기대마저 버리게 되었다.

체르노빌에서 1천Km 떨어진 독일지방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풀을 뜯어먹고 자란 소의 젖이 오염되었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독일 국민들은 납관에 보관할 수도 없는 방사능에 오염된 어마어마한 양의 분유를 열차에 실은 채 그것을 어떻게 처치할 것인지를 못찾아 골머리를 썩혀야 했다. 집집마다 방사능 측정기를 사들여야 할 판이었고 상점에서는 매일매일 자기 가게에서 파는 물건의 방사능 검사결과를 써 붙여야 했다. 독일보다도 소련에 더 가까이 위치한 동구에서 들여오는 농산물들은 물론 그 농산물을 실은 화물열차조차 방사능에 오염된 것으로 밝혀져 국경에서 되돌려 보내는 사태도 빈번했다. 당시에는 아직 방사능이 유해한지 어떤지 잘 모르던 동유럽 나라들이 ‘정치적인 이유때문인 것을 괜히 방사능을 구실 삼아 돌려보내는 거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가질 정도의 전례 없는 방사능 소동이었다. 이제 독일 국민들에게는 설사 사고가 날 가능성이 적더라도 일단 한번 사고가 나면 그 무엇도 방사능의 미수를 막아내지 못할 정도로 인류의 생존에 치명적이라는 자각이 싹텄다.

그 결과 원전분야의 빛나는 성과로 일컬어지고 20년이상 연구개발비를 쏟아 부어 개발한 함위트롭 원전이 가동한 지 2년만에 폐쇄되기에 이르렀다. 참혹했던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100% 믿을 수 없다는 것을 깨우친 국민의 선택에 따른 귀결이었다.

프랑스의 고속증식로 슈퍼피닉스도 1년 가동하고 나서 2년 보수를 거쳤지만 언제 준공검사를 다시 받을지가 불투명한 상태에 놓여 있다. 독일이 벨기에 및 네덜란드와 공동으로 어마어마한 자본을 들여 개발한 칼라르 고속증식로는 전기 스위치도 넣지 못하고 폐쇄되는 운명을 맞았다. 원전은 맹신해도 좋을 만큼 안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렇듯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굳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