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 명산을 찾아서

청류동 계곡, 도림사, 섬진강 줄기 수려한 경관에 절로 감탄

박 대 희 당진산악동우회 회장

산이 유다르게 많은 곡성군은 그럴 듯한 명성을 얻고 있는 국립공원 수준에 버금가는 산은

없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골짜기마다 펼쳐지는 심오한 계곡과 산들은 겹산이자 장산(壯山)으

로 알찬 경관을 자랑하는 산이 여느 고장보다 많은 곳이다.

태안사를 안고 있는 산세 그윽한 봉두산과 기암괴석의 수려함을 자랑하는 동악산(動樂山

745m)은 준봉의 알찬 면모를 갖춘 곡성을 대표하는 진산이며 지리산에서 발원한 섬진강은

남원, 순창과 곡성을 지나 다시 보성으로 유유히 흘러간다.

남에서 북으로 뻗어나간 능선은 형제봉과 동악산을 올려놓고 섬진강에 그 여맥을 묻는 듯

하더니 다시 고리봉, 삿갓봉, 문덕봉에 이르는 길고 넓은 품의 예사롭지 않은 산세를 형성한

다.

또한 동악산 구역은 골짜기 하나를 두고 남쪽에 있는 것이 형제봉이요, 북쪽에 있는 산이

동악산인데 이 두 봉우리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수석의 경이로움을 만들었으니 삼남

의 으뜸이라는 청류동 계곡이다. 아무리 과찬을 하여도 지나친 표현이 아닌 기암의 전시장

을 방불케하는 암반의 오묘함은 당대 풍유객들의 시심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며 이

를 증명이라도 하듯 계곡의 넓은 암반 위에 요산완초, 청류수석, 동악풍경이라는 시구와 함

께 많은 시인 묵객들의 호연지기를 엿볼 수 있는 이름과 호가 음각되어 있다.

명산과 명찰의 불가분 관계는 이곳에서도 볼 수 있다. 산세 수려하고 골이 깊고 숲이 짙은

청류동 계곡 들머리에 자리한 천년 태고의 고찰인 도림사(道林寺)는 수백년이 됨직한 아름

드리 나무들이 세월을 말해주며 계곡의 아름다움을 능가하지는 못하지만 인간의 번뇌와 갖

가지 상념들을 버리게 하는 “비움을 위한 스산함을 느낄 수 있는” 유서 깊은 고찰이다.

원효대사가 창건했으며 도선대사가 중창한 이후 사명대사, 서산대사 등 도인들이 숲을 이

루듯 모여들었다는 도림사를 지나면 계곡의 심오함과 빼어난 암반이 계속된다. 그 아름다운

경관을 혹시 지나칠세라 좌우를 부지런히 살피며 오르니 너무 청결한 다갈색 암반은 깊은

오지의 음습한 정감으로 다가선다.

암반을 타고 흐르는 맑은 물은 청류동 계곡의 아홉굽이 물 반석을 따라 굽이굽이 흐르며

소와 담을 이루는 대 장관이 펼쳐진다.

좌측 소나무와 참나무가 어우러진 숲길을 따라 길상암자를 오르니 겨울을 준비한 앙상한

가지에서 느껴지는 소소함과 물 머금은 낙엽이 소복이 쌓여있는 길의 포근함에 아련한 옛

추억이 떠오를 듯하다.

경사길을 40여분 오르니 모든 것들이 다갈색 빛을 띄우는 계절에 유난히 청초하게만 느껴

지는 산죽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우리 일행을 반긴다.

넓게 펼쳐진 소나무와 참나무가 적당한 간격을 두고 어우러진 산은 더욱 풍요롭고 아늑함

을 더해주며 하늘거리는 산죽의 푸르름은 마냥 청초하기만 하다.

좌측으로 휘어진 산길을 따라 오르자 차가운 날씨지만 이마에 땀방울이 흐른다. 물 한 모

금 청하니 그 곳이 이 산 최고의 명달혈에 위치한 길상암터다. 암자는 간 데 없고 터만 남

아 잡초만 무성해 세월이 무상하며 스쳐가는 바람 또한 마냥 차갑게만 느껴진다.

암자 터의 좌측을 오르다 지능선 안부에서 바라본 형제봉과 북사면 계곡을 사이에 두고 오

랜 세월이 깎아놓은 듯한 바위들, 그리고 뼈만 남은 듯 매끄러운 흰 빛을 띄우는 12나한봉

이 동악산 앞까지 능선을 이루며 목화송이 피어오르듯 뻗어나간다.

한편 형제봉에서 내리는 지 능선을 타고 오르니 암릉의 군락지가 연이어져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며 동쪽의 곡성군이 한눈에 들어오고 섬진강 물줄기가 저 멀리 보성강을 향하여 유유

히 흐르는 시원스러운 조망이 펼쳐진다. 다시 20분 가량 올라서니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

른 기묘한 형상들의 바위조각이 마치 동자승들이 불경을 펴놓고 옹기종기 둘러앉아 있는 듯

해 부처바위의 절묘함에 나도 모르게 발길이 멈춰진다. 기암에 취한 건지 산이 주는 넉넉함

인지 저 멀리 보이는 조망 또한 마냥 평화롭게만 느껴진다.

부처바위를 지나 가파른 암벽길에 턱까지 차 오는 숨을 애써 진정시키며 30분 가량 오르니

형제봉이다. 정상은 참으로 전망이 시원스러우며, 섬진강 저 너머로 하늘을 가를 듯 산줄기

가 길게 뻗은 지리산 100리 주 능선이 한눈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길게 뻗어 내린 능선이 섬진강에 그 자락을 담근 동악산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아름다운

산이다. 장중하게 서 있는 형제봉을 지나 산을 내려오니 가파른 하산 길은 육산의 전형적인

흙길이며 그 은은함은 너무 포근하게 다가온다. 배넘어재를 지나 동악산으로 향하니 암벽길

은 간혹 잊은 듯하면 또 다시 앞을 막아 고개를 저어보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솟아 있어

정감을 준다.

동악산 정상의 50m에 이르는 바위구간은 산의 운치를 더해주며 암봉의 참모습을 보는 듯

한 다채로운 경관에 6시간의 고단함을 잊은 채 감탄만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