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출이 60% 가량 줄었습니다. 식당과 술집 등 지역 상가들이 모두 불황을 겪고 있다보니 손님이 없습니다.”
당진읍에서 개인택시를 운영하고 있는 이재열씨(40세)는 언제 올지도 모르는 손님을 무작정 기다리며 갈수록 어려워지는 주머니 사정에 한숨만 내쉰다.
내수와 수출 부진, 이라크 전쟁, 국제 원자재가 상승 등 국내 경제가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에 또 다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당진군은 지난 한해 기업입주와 건축허가 신청, 부동산 거래에서 충남도내 15개 시·군 중 상위를 기록하는 등 경기가 회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선 현장의 지역 상공인들은 가중되는 경영난으로 시름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중되고 있는 소비시장의 침체로 중소규모 상공인과 영세상인들의 어려움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재래시장의 상인들은 부쩍 줄어든 손님으로 인해 “IMF 때 보다 더 하다”고 할 정도로 최악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어려움은 최근 대형할인매장에게 소비자의 상당수를 내준 뒤부터 더욱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당진시장조합의 김종희 조합장은 “지금은 몇 %가 하락했다는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재래시장은 소비위축의 영향을 직접 받는 편인데 그 중에서도 의류시장이 가장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기업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국내경기의 전반적인 하락에 뒤이은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자금난, 높은 부동산 가격 등으로 지역의 주요 중소기업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어려움을 견디다 못한 일부 기업들은 인근 평택시의 포승공단으로 공장을 옮기기도 한다.
경기가 비교적 좋은 일부 철강관련 기업들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기업들은 생산성 하락과 내수부진 등으로 시설투자를 꺼리면서 현상유지에 급급해 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인협의회 최재경 회장은 “고유가로 인한 원가부담과 생산성 하락, 대기업의 투자위축 등으로 지역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며 “더욱이 상당수 기업들이 담보를 모두 사용한데다 은행문도 높아 자금난이 심각한 상태”라고 우려했다.
지역경기의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건축경기는 몇 년째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수해복구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주력하는 관급공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입찰에 참가하는 업체 수는 날로 늘어가고 있다.
현재 건설사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업체간 과당경쟁과 날로 치솟는 건자재 가격이다.
관급공사의 대부분은 수백 대 일에 가까운 입찰 경쟁률을 보이고 있고 자재비 등은 원자재가의 인상 등으로 전년 대비 10% 정도 올랐지만 수주단가는 변동이 없다.
올 들어 단 한 건의 공사도 수주하지 못한 업체가 상당수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신화종합건설의 박철진 대표이사는 “근린생활시설 등의 소규모 공사는 있으나 대부분의 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관급공사는 얼마 있지도 않고 있더라도 경쟁률이 수백대 일에 달한다”며 “당진에 종합건설업체가 30여개에 달하지만 제대로 운영되는 업체는 얼마 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의 경기위기는 기업부실이 아닌 가계부실로부터 시작됐다고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IMF 사태 이후 서민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시중은행, 심지어는 보험사 등은 기업대출 보다 위험부담이 적은 가계대출로 일제히 뛰어들었으나 가계 역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자 대출금은 그대로 가계 빚으로 떨어졌다.
지역 금융기관도 사정이 다르지 않아 연체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원금은 물론 이자 납부율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
당진신협의 이돈구 상무는 “대출을 받아서 수익을 내야 이자나 원금을 갚을 텐데 소비가 침체되다 보니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 보니 예금은 꾸준히 들어오고 있지만 대출 상환실적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3개월 연체로 인한 요주의 대상자에 대해 관리가 시작되는 5월말이면 이 같은 위기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여 더욱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경제위기는 가계부실로부터 시작된 만큼 주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상황으로 지역경제 전반이 또 한번의 큰 위기를 겪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