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와 개혁을 표방하는 새 정부의 출범으로 사회 전반에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농정 개혁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목소리 또한 거세지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 3월 농협중앙회가 농협 조직과 사업 전체에 대해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농협개혁이 농정개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농협개혁위원회가 구성되고 농협 개혁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농민단체와 농협, 농협노조 등 각 주체들이 핵심 개혁 과제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농협 개혁 논의과정에서 전개될 핵심 쟁점들에 대해 분석해본다.
닻 올린 농협 개혁
농협중앙회의 농협 개혁방안 발표로 농정 개혁의 주요 현안인 농협 개혁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3월3일 중앙회장의 비상근 전환, 중앙회 슬림화, 지역본부 역할강화, 시·군지부 기능개편, 조합장 선거방식 및 역할조정, 조합 책임경영체제 확립, 농협경제사업 활성화 등을 핵심과제로 한 농협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또한 구체적인 개혁방안 실현을 위해 농업인 단체·학계·조합장 등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농협개혁위원회를 구성해 자율적인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28일 농민단체장 8명, 조합장 6명, 학계 및 전문가 5명, 중앙회 임원 2명 등 2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농협개혁위원회가 출범했으며 앞으로 농협 개혁과제에 대해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농업경영인회, 농민회 등 8개 농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전국농민연대는 지난 4월10일 농협중앙회 앞에서 협동조합 개혁 선포식을 갖고 근본적인 농협 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며 농협 개혁을 위해 전국의 현직 농협 이사·감사들도 협의체 구성에 나서는 등 농협 개혁 논의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관건은 중앙회 개혁
농민을 위한 농협이 되기 위해서는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 모두가 개혁돼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전국농민연대도 협동조합 개혁 선포식에서 협동조합 개혁을 위한 20대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의 개혁방안을 각각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개혁방안에 대한 논의는 주로 농협중앙회 개혁과 관련된 문제들에 집중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에서도 “농협 개혁의 관건은 중앙회 개혁에 있다”고 밝히며 농협중앙회 개혁을 농협 개혁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왜 중앙회 개혁이 관건인가?
농산물 수입개방 등으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촌 현실에서 농가소득은 1997년이후 정체하고 있는데 반해 농협중앙회의 이익은 1997년 201억원에서 2002년 5천935억원으로 5년 동안에 무려 30배 가까이 증가했다.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의 예수금은 모두 180조원이 넘지만 농민들은 예수금이 120조원에 불과한 국민은행보다 1.5%이상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있으며 카드사업과 공제사업 등 실제 업무는 지역농협에서 맡아하는데도 농협중앙회가 수수료를 징수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한 농협중앙회가 비료, 농약, 상포, 유류 등 돈되는 것은 모두 계통구매를 추진하면서 수수료를 챙겨 지역농협의 영농자재 판매 가격이 시중의 일반 대리점 가격보다 높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도시지역 농협과의 직거래도 농협중앙회 물류센터를 거치게 만들어 수수료를 징수하는 등 수익을 올리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중앙회가 협동조합 본래의 운동체적 기능을 추구하기 보다 사기업처럼 이익 실현에 집중하다보니 조합원인 농민에게 협동조합의 이익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어 주인인 농민들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농협의 이익은 급증하는 모순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원인에 대해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장종익 소장은 “수익이 될만한 모든 사업을 농협중앙회가 독점하고 조합원들에게 환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조합원이 실질적인 주인역할을 할 수 없도록 농협중앙회가 통제하고 지역농협 위에 군림하고 있기 때문에 농협의 개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중앙회가 각종 규정과 사업지침을 통해 지역조합의 의사결정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는 반면 농협의 주인인 농민들은 오히려 지역농협과 농협중앙회의 사업 및 경영내용을 알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농협중앙회부터 먼저 개혁돼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쟁점인가
현재 농협 개혁과 관련 핵심적인 과제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시·군지부 폐지 여부와 신용·경제사업 조기 분리 여부 등이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3월 비상근 전환, 중앙회 슬림화, 조합장 선거방식 및 역할조정, 조합 책임경영체제 확립, 농협경제사업 활성화 등의 개혁방안을 발표했으며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4월15일 국회 농림수산위 전체회의에서 “이번 농협 개혁의 핵심은 조합장 선거방식 개선과 조합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농민단체와 농협노조 등에서는 농협중앙회가 발표한 개혁방안이 개혁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내용으로 개혁의 과제를 지역농협의 문제로 국한시키려고 한다는 반응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자체 개혁안에서 농협 개혁을 위해서는 시·군지부 폐지와 신용·경제사업 분리, 중앙회의 비사업적 기능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시·군지부 폐지를 주장하는 농민단체와 농협노조 등에서는 시·군지부가 신용사업 외에는 별다른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며 지역조합과 중복, 경쟁관계에 있는 만큼 지역농협으로 기능을 이관하고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시·군지부 폐지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지역농협이 시·군단위나 연합회로 조직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시·군지부를 폐지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와의 관계 악화, 지원 기능 약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신용·경제사업 분리 문제는 오래전부터 논란이 되어왔던 사안으로 정부가 바뀔 때마다 농협 개혁의 핵심쟁점으로 떠올랐으며 지난 1999년 농·축협 통합시 농협법을 개정하면서 부칙에 늦어도 2004년 6월 말까지는 가부간에 결론을 내도록 함에 따라 타당성 논란은 일단락 됐으나 추진시기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농민단체와 농협노조 등에서는 신용·경제사업 분리가 농협 개혁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인 만큼 조속히 분리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농협중앙회 등 조기분리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사업부문별로 독자적인 경영여건이 갖춰질 때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 정부의 출범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문제인 농협 개혁. 노무현 참여정부의 출범에 따라 또다시 농협 개혁이 뜨거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이번만큼은 근본적이고 확실한 개혁을 통해 농민을 위한 농협, 조합원을 위한 농협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