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리정돈에 선수가 있다면 ‘바로 나’
내집이건 동네건 ‘먼지야 가라’
25년 살아온 움막도 민속촌처럼 깨끗이 보존
고대면 성산리 3구 백 순 애 할머니
백순애(68세) 할머니를 보면 누구든, 어떤 분야에서든 뛰어난 점이 있게 마련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더 이상 의심할 수 없게 된다.
뭐 하나 남 앞에 내세울 게 없다고 쑥스러워 하는 백씨 할머니.
그러나 그분의 집안팎 정리정돈 솜씨는 놀랍다 못해 기가 막힐 정도다.
허름한 집이지만 방금 물청소를 끝내고 뽀송뽀송 말린 것처럼 집 벽이며 현관 앞에 먼지 하나 앉아있지 않다. 반들반들 윤이 나게 닦아놓은 항아리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은 장독대. 동네 공사 중에 남은 자갈돌을 곱게 깔아놓은 빈터. 지저분해 보일 수도 있는 집옆 하수구에는 배수로를 따라 예쁜 작은 꽃들을 심어놓아 보기 흉한 하수구가 작은 꽃길로 바뀌었다.
잡풀 하나 우거지지 않은 자그마한 하우스, 자그마한 밭뙈기, 그 사이사이 흙길들은 일부러 빗자루로 쓸어놓은 것처럼 정갈하다. 놀라운 것은 이 집 주변이 언제나 변함없이 그렇다는 것이다.
“대체 언제 그 일들을 다 해놓으시나 몰라요. 잠도 안주무시는지, 당신네 집만 그런 게 아니라 온동네 청소를 하고 다니세요. 어느 날은 새벽 일찍 일어나 밖에 나와 봤더니 호미 자루 가지고 동네 꽃길에 풀을 뽑고 계시더라니까요.”
백할머니가 사는 고대면 성산리 3구 부녀회장 정영순씨와 남운현 지도자가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백할머니는 이마을 주민들이 늘 정리하고 주변을 정돈하며 동네를 가꾸도록 하는 데 모델이기도 하며 말없이 직접 마을을 가꾸는 데 앞장을 선다. 이 마을이 꽃동네가 된 것도 모두 백할머니 덕이다. 바쁘고 여유없는 농촌마을에 고랑마다 빈터마다 예쁜 꽃을 심어가꾸는 이 마을의 독특한 내력은 바로 백할머니에게서 시작되었다. 꽃을 심어 씨앗이 나면 백할머니는 그것을 동네사람들에게 한줌씩 나눠주었다. 그러던 것이 한사람 두사람 손바닥만한 땅에 심고 가꾸는 예쁜 맛에 재미가 들려 이제는 꽤 많은 사람들이 마당 한구석이나 담벼락 밑에 꽃을 심어 가꾼다.
“그냥 어려서부터 쓸고 닦고 꽃가꾸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냥 그것 뿐이에요.”
백할머니의 말은 진심인 듯했다. 제아무리 정리에 자신있는 사람이라도 일부러 하자고 했다면 정말 그렇게는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작고 조용한 마을은 누가 봐도 깔끔하고 꽃들이 많다. 요즘은 멀리서 보면 흰빛이고 가까이서 보면 연한 플빛잎에 흰 테두리가 쳐진 이름모를 꽃의 씨앗를 보급해 온동네가 예쁜 꽃밭이다.
백할머니가 이 마을에 정착한 것은 30년 전이다. 남편과 함께 경남 함평에서 올라와 이곳 이주민 정착지에 터를 잡았다. 터리고 해야 막 개간을 마친 성산리 일대는 뻘밭과 다름없는 오지였다. 그때 뻘흙을 가지고 지은 움막집은 백씨 할머니 부부가 사는 집근처에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아마 그집에서 한 25년 살았나 보다. 흙집 그대로 당시 수돗가며 장독대며 작은 하우스들이 민속촌처럼 너무도 깨끗이 잘 보존되어 있어 동네사람들은 이집을 ‘민속촌’이라고 부른다.
“그때 하도 고생을 해서 이집을 없앨 수가 없더라구요. 어떻게 짓고 어떻게 간수한 집인데요. 자식들 잘 가르치지도 못하고 그저 간신히 먹고 살며 이집 하나에 기대서 자고 그랬는 걸요. 그걸 지울 수가 있어야지요.”
백씨 할머니의 정리정돈은 가진 것 없는 살림을 다듬고 만지고 아껴온 데서 나온 것이다. 누추한 살림을 빛나게 닦아온 것이다.
현재 백씨 할머니가 사는 집 또한 정리되어 있기가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방, 저방, 주방을 건너다니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서랍마다 차곡차곡, 장롱마다 차곡차곡, 부엌에도, 욕실에도 물건들이 하나 어질러지지 않게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다. 어디서 흔하게 얻었을 법한 종이부채들도 벽에 조로로 가지런히 걸려있다. 게다가 창고에는 이댁 할아버지가 손수 만들었다는 싸리비가 시장 진열대에 걸려있는 것보다 더 잘 진열되어있다. 있는 걸 간수하기 위해 얼마나 손끝정성을 들이는 건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백씨 할머니는 손바닥만한 농사에 늘 동네일에 품을 팔며 사신다. 제 버릇 어디 안간다고 할머니는 남의 집 일을 갔다가도 어질러져 있거나 더럽혀져 있으면 자기 일처럼 또 걸레와 비를 들고 나선다.
작은 일 하나도 정성을 다하면 거기에 천하가 담긴다는 말이 하나 그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였던 할머니의 살림살이 방식은 이제 다른 사람의 귀감이 되고 모범이 되어 세상 밖으로 빛나고 있다.
김태숙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