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장 옥
당진참여연대 상임부회장
석문우체국장
이라크 파병 문제와 관련해 현지에 파견한 조사단의 활동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조사단의 일원으로 참가했던 민간인 신분의 박모교수에 의해 제기되면서 재조사가 검토되고 있다. 파병을 둘러싼 찬반양론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음을 보면서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특히나 이런 어려운 때일수록 정부관계자들이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승주 주미대사는 파병을 안할 경우 미국의 신용평가 기관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낮출 것이며 조건없는 파병을 해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주장하는가 하면 김진표 부총리는 신속히 파병하는 것이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거들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는 미국으로 날아가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50여년간 도움을 받았으니 이번에 파병을 하여 보은해야 한다며 한술 더 떴다.
미국의 이라크침공을 적극 지지했던 일본도 자국민의 반대여론과 자위대원들의 살상피해를 염려해 현지조사 후의 파병결정을 앞세워 지금까지 12차례의 조사를 진행했으며 파병을 해도 내년에 가서나 고려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파병에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헌데 우리는 어떤가? 파병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파병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북핵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며 이라크 전후복구에 우리가 참여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김치국부터 마시는 격이고 미국을 너무 모르고 하는 말이다. 조건없이 총알받이가 돼 줄테니 알아서 선처해 달라는 말과 다름 아닌 것이다.
미국은 애초부터 이라크의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속셈에서 대량살상무기 제조와 테러 지원국이란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워 전쟁을 했으나 유엔의 조사결과 근거없는 것으로 판명이 났으며 부시 자신도 테러지원의 어떠한 근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실토한 바 있다.
종전이 선언된 금년 5월1일 이후 이라크내에서 교전 중 사망한 미군이 170명, 부상이 1천673명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유엔 현지보고서에 의하면 미군과 영국군을 노린 공격이 9월 이후 급증했다고 한다. 미군 등을 공격한 건수가 9월 들어 하루 23건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미군의 사망자도 5월 7명에서 6월 24명, 7월 28명, 8월 22명, 9월 18명을 기록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우리정부에서 파견한 조사단원들은 현지상황이 전반적으로 안정추세란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냈다. 그러나 조사에 함께 참여했던 박교수의 말에 의하면 위험도가 높은 모술지역의 조사가 40분이었고 현지인과의 인터뷰도 5분정도에 불과했음에도 안정적이라니 기가막힐 일이다.
부시로서는 내년선거를 의식해서 자국군인들의 사망자가 늘어나고 전비 추가요청건(781억달러)도 의회내에서 논란거리가 되자 한국 등에게 전투병 파병을 강요하고 있으며 가장 위험지구로 알려진 북부 모술지역을 한국군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
그들을 대신해서 우리의 자식들이 총알받이가 되어야 하는가? 경제사정도 극히 안좋은 데다 태풍으로 인해 5조원 이상의 피해로 내 발 등에 떨어진 불이 급한 이 마당에 자비를 2조원 가까이 들여 사지로 자국군을 내몬다는 것은 주권국가로서의 자존심을 내팽개친 것이다. 국제적으로 영국수상이 부시의 푸들이라며 웃음거리가 된 사실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
진정 국익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석유공급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지금까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온 6억 이상의 아랍인과의 친구관계가 더 돈독해져야 하며 오일머니로 한국기업에 엄청난 구매력을 갖춘 중동시장을 잃지 않는 것이 우리에게 더 큰 국익이란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