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 학 범

민주당 당진지구당 부위원장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의 골치아파 못해먹겠다는 푸념으로 나는 무척 실망한 적이 있다. 오죽했으면 대통령에 취임한 지 반년도 안된 시간에 그같은 탄식 섞인 말을 했을까 하는 동정도 해보았지만 당의 민주적 경선을 거쳐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고 그 정상에 선 인물로서는 적절치 못한 발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갑자기 집권 8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그것도 대통령이 직접 ‘나 대통령직 그만 할까요?, 계속할까요?’를 국민들에게 묻겠다며 그 시기까지 발표해 버렸다.

가뜩이나 혼란스런 정국이 이 문제를 놓고 일파만파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여·야 없이 국가경제나 민생문제는 뒷전에 놓아둔 채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정쟁에 빠져들고 있으니 노대통령의 말대로 막가자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신중 또 신중해야 할 만큼 그 위력이 지대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나라의 흥망까지 좌우됨은 물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도, 불안을 줄 수도 있으며 국가 안위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다 하겠다.

주위 어디에 가도 노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이 화두가 되고 있다. 재신임 문제가 위헌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법적 근거를 찾아보니 외교, 국방, 통일, 안보, 기타 국가적 안위에 처했을 때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이 또한 해석상 논란이 될 수 있다.

국민투표에 소요되는 국가예산도 어림잡아 1천억이라고 하며 각 정당의 찬·반 홍보 비용까지 합치면 그 이상일 수밖에 없고 만약 재신임이 부결되어 또다시 대통령선거를 치를 경우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국민투표는 세계 역사상 공통된 예로 부결된 사례가 드물고 찬·반 투표에 있어 도중하차란 거의 불가능한 결과로 나타난다고 볼 때 결코 현재의 정치상황에서 골 깊은 갈등만 가중될 뿐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노 대통령의 주변 정치가 명명백백하게 척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국민 모두가 환영하고 승복할 것인지? 그래서 추인이 정당화될 것인지도 미지수다.

나는 민주당 후보였던 노무현 대통령의 경선에도 참여했고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후 원만한 국정수행으로 국민이 안심하고 편히 살 수 있도록 기대했지만 자꾸만 자충수를 두고 있는 노 대통령이 안타깝고 불안하기만 하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발목 잡기니 언론이 확대보도하느니 잦은 불만을 하고 있는 노대통령에게 고언을 드린다.

“불한자가급승단이요, 지한타가고정심이라((不恨自家汲繩短, 只恨他家苦井深).”

“자기 집 두레박 줄이 짧은 것은 탓하지 아니하고 남의 집 우물 깊은 것을 탓하는 도다.”

집권 초 당인(黨人)을 비서실장에 기용할 때 당정 간에 가교 역할을 위한 포석으로 생각했었는데 곧바로 분당을 자초한데서 오늘의 어려움이 찾아 온 것이라 생각한다.

정치란 정당의 무대 위에서 뿌리내리고 조화를 이루며 연출하여야 하는데 개혁과 전국정당화란 미명 아래 386세대 또는 사조직 친위부대인가 홍위병들인가 하는 세력들에 포위된 것이 오늘날 국정의 난맥을 야기시키지 않았나 생각한다.

며칠 전 지역의 노사모 회원들에게 보낸 대통령의 친서도 국민통합 차원에서나 화합 차원에서도 시의적절치 못했으니 당연히 구설수에 오른 것이다.

노대통령은 무슨 영웅심에서 그같은 결단을 내리고 5년 임기를 마다하며 자기 몸을 던져 한국정치의 선진화란 교훈을 남기겠다며 겨우 8개월 정도밖에 안된 그것도 온통 상처뿐인 몸으로 재신임을 묻겠다는 것인지 모험은 결과에 관계없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본다.

지금이라도 가까운 측근들로부터 시작하여 시정할 것은 시정하고 국정을 쇄신하여 환골탈퇴한 모습으로 국민이 안심하고 편히 살 수 있도록 정부를 이끌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