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친화적 산업단지 조성위한 지역차원의 주민운동 절실
석문국가산업단지, ‘공단에서 복합단지로’
석문국가산업단지는 최근 개발방향을 둘러싸고 또 한번의 치열한 논의에 휩싸였다.
개발방향을 놓고 석문국가산업단지가 다시 한번 주민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기업유치 활동이 잇따라 좌절되면서부터이다.
유공입주를 둘러싼 논란이 일단락된 이후 당진군과 지역주민들은 석문국가산업단지에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왔으나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장기적인 불황의 여파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으로 인해 전국에 조성된 국가산업단지의 상당수가 미개발과 미분양 사태를 빚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유치가 지지부진하자 지역 일각에서 석문국가산업단지를 공단 이외의 다른 용도로 개발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즉 365만평에 달하는 석문국가산업단지의 전체 면적을 공단으로 분양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만큼 레저·관광단지 등으로 조성하는 의견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석문국가산업단지를 레저·관광단지로 개발하자는 내용의 공약이 제출됐으며 송영진 국회의원은 지난해 11월 ‘석문국가산업단지 활성화 방안’이라는 제목의 정책자료집에서 산업과 물류, 주거, 상업, 레저시설 등을 포함하는 복합단지로 조성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또한 군의회도 지난 1월 대통령과 국회의장, 건설교통부 장관, 도지사 등에게 석문공단에 관광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해달라며 건의문을 발송했다.
이 건의문에서 군의회는 “난개발로 인한 자연환경 훼손이 우려되고 있는데다 황금어장 폐쇄 등으로 인해 지역경제가 침체일로에 있다”며 “공단으로 지정된 지역의 일부를 관광단지 등의 용도로 전환해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복합단지 조성이 점차 지역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 석문국가산업단지에 대한 개발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토지공사가 공식적으로 제조업 위주의 기존 개발계획을 변경해 복합산업단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제조업종 위주로 계획된 현 석문국가산업단지의 전체 면적을 공장용지로 분양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만큼 레저·관광단지를 비롯한 다른 용도로 전환해 개발한다는 방안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추세가 대규모 산업단지를 충분한 자족기능을 갖춘 복합산업단지로 개발하고 있어 석문국가산업단지 역시 이 같은 개발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
지난 1월 국토연구원에 ‘마케팅 기본구상’ 용역을 의뢰한 바 있는 토지공사는 용역결과가 나오는 대로 관계기관과 협의해 개발의 폭과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당진군도 지난 8월 정부가 지역단위 특성에 맞는 특화사업을 추진하도록 지원하는 ‘지역특화발전특구’ 공모에 ‘석문복합산업단지 특구’를 신청했다.
국가산업단지 지정 이후 장기간의 미개발에 따른 개발방향의 모색을 위해 산업과 물류, 관광을 공유할 수 있는 복합산업단지의 조성을 추진하기 위해서이다.
기업유치 실패로 복합단지 조성의견 부각
당초 석문국가산업단지는 수송용기계 96만3천평, 정밀화학 33만2천평, 섬유제조 13만7천평, 조립금속 26만평, 일반기계 19만9천평, 기타 제조, 기술정보 등을 배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선분양에 의한 선수금 개발방식과 높은 분양가 등으로 재무구조가 열악한 중소기업들의 참여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충남도는 부랴부랴 대기업 위주로 업종과 규모를 변경했으며 이로 인해 한동안 유공입주를 둘러싼 치열한 논란이 진행되기도 했으나 결국 지역이 공해단지로 전락할 것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이 철회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처음 중소기업 위주의 제조업종이 주축이 된 석문국가산업단지 개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주민은 별로 없었다.
단지 유공을 비롯한 석유화학업체 등 공해를 유발하는 기업의 입주를 반대했을 뿐이다.
그러나 제조업 중심의 기업유치가 잇따라 실패하고 반대로 환경에 대한 중요성은 꾸준히 강조됨에 따라 주민들의 의식은 일대 전환을 맞기 시작했다.
지난해 ‘맑고푸른 당진21’의 ‘당진군민 의식과 삶의 질에 관한 조사보고서’와 올해 본지의 창간 10주년 기념 설문조사에 의하면 석문국가산업단지를 공업단지가 아닌 타 용도로 전환해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맑고푸른당진21’의 조사보고서에서 간척지를 친환경농업지역으로 개발하자는 의견이 37.11%로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났으며 올해 본지의 창간 10주년 기념 설문조사에서 석문국가산업단지의 일부를 관광단지로 조성하자는 의견이 42.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관광단지 등으로 추진할 경우 현재 대규모로 자생하고 있는 야생 갈대숲과 각종 동식물 등이 천혜의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석문호와 바다를 끼고 있어 해양관광으로도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충남도·관련부처 공단개발 고집
그러나 토지공사의 이 같은 구상은 사업시행자인 충남도의 반대에 부딪혔다.
우선 건설교통부가 반대하고 있는 데다 복합단지로 추진할 경우 별도의 용역이 필요해 개발이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충남도 사업이 지연될 경우 대부분의 주민들이 토지공사의 용역이 끝나는 대로 개발되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민원의 소지가 있고 농촌지역의 난개발로 인해 산업단지가 필요한 만큼 현재의 계획대로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관련 부처 역시 복합단지 추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난 7월 군의회 정기회 군정질문에서 군 경제항만과의 박근규 과장은 국가산업단지 내 관광시설단지 설치를 요구하는 김옥현 의원의 질문에 대해 “건교부와 농림부에 관광시설 설치 가능 여부에 대해 질문한 결과 당초 농지를 목적으로 단지를 조성한 만큼 공단개발이 안될 경우 농지로 환원해야 한다는 답변이 있었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산업단지 속출
문제는 정부 관련 부처가 이 같이 완강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데 있다.
토지공사에 따르면 올 7월말 현재 미분양 산업단지는 전국적으로 502만평에 달하고 있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 등이 조성한 국가 및 지방산업단지도 미분양 면적이 상당히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정확한 면적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다.
인근의 장항산업단지를 비롯해 목포대불산업단지, 동해북평산업단지, 오창산업단지 등 전국적으로 미분양 산업단지가 넘쳐나고 있다.
이 같이 미분양 산업단지가 속출하고 있는 이유는 그동안 대부분의 산업단지가 사업성보다는 각 지역별 안배 등 정치적 판단에 따라 조성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석문국가산업단지의 전체 면적을 제조업 중심의 공단으로 조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중론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충남도나 정부 관련부처는 과거의 제조업 중심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산업진흥정책은 첨단산업과 지식산업을 육성하는 반면 산업단지는 70년대의 중화학공업 육성 때와 같은 대규모 공단 개발에 치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제조업 중심의 공단개발 대신 유통, 관광, 주거, 레저 등이 혼합된 복합단지로 개발돼야 한다는 주장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과 안전을 위한
산업단지 추진 ‘우선’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복합단지 추진의 당위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 동안 전국 각지에서 산업단지는 잦은 폭발사고와 오염으로 수많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했으며 자연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상황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자 산업단지가 소재한 각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지난 2002년 9월 ‘국가·지방산업단지 환경 및 제도 개혁을 위한 전국연대’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이 단체는 창립선언문에서 “국가산단이라는 이유만으로 영문도 모르면서 폭발로, 오염으로 죽어가는 죽음의 행진은 중단돼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역에 존재하는 산업단지의 환경과 안전, 운영제도를 개혁함으로써 지역을 보존하고 지역공동체를 온전한 삶의 터전으로 만들어갈 자연적 권리와 책임이 있음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960년에 조성된 여천석유화학공업단지의 경우 지난 1995년까지 집계된 통계자료에서만 7만8천여명이 산업재해를 입고 이 중 2천6백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또한 온갖 공장시설이 고도로 밀집한 기존의 산업단지는 사람이 살아가기 힘든 삭막한 공업게토로 전락하기도 했다.
따라서 지방자치시대에 맞는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산업단지의 조성이 요구되고 있다.
산업단지라는 이유로 온갖 공업시설을 초집중화할 것이 아니라 산업과 레저, 주거, 지역사회 서비스 등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인간과 산업간의 통합을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분양가 인하, 임대단지조성 통한
경쟁력 확보도 관건
건설교통부가 제2차 산업입지공급계획(2002~2011)을 발표하면서 기반시설에 대한 국가지원을 통해 분양가를 최대한 저렴하게 공급하고 임대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내용도 관심을 끌고 있다.
석문국가산업단지의 평당 조성원가는 55만3천원. 인근 고대공단의 33만2천원과 부곡공단의 33만8천원에 비해 분양가격이 매우 높다.
따라서 석문국가산업단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지원을 통해 분양가를 평당 40만원 이하로 끌어내려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석문국가산업단지의 일부 면적만이라도 임대산업단지로 지정해 재무구조가 열악한 중소기업의 유치를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당진군의 의뢰로 ‘다이내믹 당진비전21’의 용역을 맡고 있는 충남발전연구원은 국가임대산업단지의 조성을 석문국가산업단지 문제 해결의 한가지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임대단지로 조성될 경우 연 1~2만원의 저렴한 임대료로 용지를 공급할 수 있어 중소기업의 유치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농촌지역에 무분별하게 입주해 경관을 훼손하고 민원을 야기하는 각종 폐기물처리업체를 단지화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행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도
최소한의 법적근거 있어
석문국가산업단지를 복합단지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지역적 공론화와 범군민적인 운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 ‘산업단지’에 관한 정의를 보면 산업단지에는 유통시설 뿐만 아니라 단지 내의 기능 제고를 위해서 시설의 종사자와 이용자를 위한 주거, 문화, 의료, 관광, 체육, 복지시설 등을 집단적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복합단지로 조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률적 근거는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행 법률에는 이 시설들을 시설 종사자와 이용자를 위한 시설로 제한하고 있어 많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현행 법률 내에서 복합단지로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법률 개정운동도 요구되고 있다.
친환경적 산업단지 조성 위한 주민운동 ‘절실’
대규모 산업단지가 중앙정부 및 기업중심으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석문국가산업단지가 미개발과 미분양의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환경과 안전사고, 지역공동체의 파괴 현상을 미리 예방하는 길은 지역의 문제를 지역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이다.
실제로 시대적 흐름에 따라 지역주민들은 지속가능한 지역관리와 친환경적 지역관리, 주민의 삶의 질과 안전을 도모하는 주민중심의 지역관리, 균형적이고 특화된 지역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산업단지에 대한 정책전환과 제도 및 법제의 개선을 통해 국가경제의 성장을 위한 생산기반 확충과 지역간 균형개발을 꾀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차원의 주민운동을 통해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고 환경친화적인 산업단지로 운영되도록 중앙정부를 아래로부터 압박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석문국가
산업단지
■편집자주
세계 근현대사에서도 유례가 없다는 한국의 압축성장은 그에 못지않은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서구가 수백년에 걸쳐 이룩했던 자본주의를 불과 수십년만에 이룩해낸 한국의 근대화는 그 빠른 속도만큼이나 환경파괴와 불균형발전 등의 문제를 압축적으로 생산해냈다.
지난 한 세대 당진의 역사는 한국 근현대사의 축소판에 다름아니었다.
한국의 자본주의가 뒤늦게 외부에서 이식돼 급속한 성장의 과정을 밟아왔다면 당진 역시 뒤늦은 정부주도의 일방적인 개발로 인해 너무나 빠른 변화를 겪어왔다.
그 빠른 변화로 인한 부작용 중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석문간척지이다.
십여년이 넘도록 표류하고 있는 석문간척지는 방조제 준공이후 지금까지 갯벌파괴로 인한 환경오염과 폐기물처리장 및 유공 입주를 둘러싼 갈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 석문간척지가 토지공사의 개발참여 검토로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토지공사는 국토연구원에 의뢰한 용역이 완료되는 대로 조만간 개발참여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에 따라 석문간척지의 개발방향을 놓고 지역차원의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제 당진군민들은 석문간척지의 개발방향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이 같은 취지로 이번 기획은 마련됐다.
석문간척지 개발에 대한 폭넓은 논의와 토론을 통해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주민 42.7% “석문국가산업단지를 관광단지로 조성해야”(사진)
토지공사 집계 미분양 산업단지 502만평
자치단체 등이 조성한 산업단지 중 미분양 면적 집계 안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