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저물쯤이면 자기업무에 선후종시하고 모여드는 작은 철골 방에서 자기나름대로의 논리가 정연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놀이패가 벌어지고 뒷전에서 훈수로 안혈이 뜨거워지는 그런 사람, 고좌우이언야(顧左右而言也) 좌우 둘러보고 딴 이야기 하는 사람 모습은 참으로 화기가 넘치는 자리이다.
패하고도 안주 가득 주문하여 오라하는 선인이 있어 예의질서 바로하고 막여치(幕如齒)순으로 좌정들한다.
계분구(鷄糞口)같은 모양으로 술과 고기가 거침없이 들어가고 안색이 홍조가 되면 이때부터는 중용과 논어 속에 익혀온 성인의 말씀을 한줄 외어놓고 해설로 이어진다.
모두들 이순(耳順) 넘어 노이전(老而傳) 가독을 자식에게 전할 연세이니 이곳에서는 항시 언행에 유의함이 우선이다. 조심으로 다 살아온 자리에서 불우인지아자기천호(不尤人知我者其天乎)라 남을 탓하지 않고 살아왔으니 나를 알아주는 것은 역시 저 하늘뿐이다라고 되뇌어보는 사람들이다.
낙이부음(樂而不淫)이요 즐거워하되 음탕하지 않은 자리이며 기왕불구(旣往不咎)라 기왕지나간 일은 탓하지 않기로 하였으니 이보다 더 좋은 자리가 있겠는가. 그 뿐인가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方來)라 먼곳으로부터 찾아온 벗이 있으니 이만하면 가는 세월 아쉬움 뿐이다.
이곳의 모임은 푸른회원이라 칭하고 노자들이 모이는 곳에는 부지노지장지(不知老之將至)라 늙음이 닥쳐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오늘의 건강으로 일유하며 세월을 낚고 있다. 노이불사시위적(老而不死是爲賊) 이라 늙어죽지 않고 있음은 도적이라 하지만 그대들이여, 먼날 이 마음 아실거라 믿는다. 살아오면서 자비이존인(自卑而尊人)이라 자기를 낮추고 남을 높이며 살아온 세파의 증인들이다. 그리고 정심으로 착실히 살아왔으며 물자래이취지야(物自來而取之也)라 물건이 저절로 온 것은 취하지 아니하였고 불의이부차귀어아여부운(不義而富且貴於我如浮雲)이라 의롭지않은 부귀는 나에게 있어 뜬구름 같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촌노들이다.
날 저물어 어둠이 땅거미 만들고 먼데 가로등 사이에 안개내리면 나는 가야 한다. 적막속에 하나 둘 방향 다르게 헤어지면서 굽은 등 앞세우고 조용히 사라지면 고독을 안고 노이무처(老而無妻) 한거실에서 인고의 세월을 엮으며 천하궁민이무고자(天下窮民而無告者)라 천하의 궁한백성으로 호소할 곳이 없는 나의 처지여 편안히 잠들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