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처리장 입주 추진으로 농촌 곳곳 ‘몸살’

환경파괴로 인한 주민 불안 심화 “개발보다 환경”

*편집자주

국회의원 총선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언론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시되고 있다.

‘당진시대’는 누가 이기고 지는지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경마식보도’를 지양하고 ‘정책·이슈중심’의 선거로 치러지도록 하기 위해 기획 ‘선택 2004 국회의원 총선’ ‘사회현안, 이것만은 해결하자’시리즈를 보도한다.

매호 사회의 주요 현안을 한가지씩 다룸으로써 국회의원 총선이 정책과 이슈를 중심으로 치러지도록 할 예정이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송산면 가곡1리 김응택 이장은 요즘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다.

이 마을의 469, 470번지 폐염전에 (주)원창과 태성개발이 폐기물매립장을 건설하겠다며 계획서를 당진군과 금강유역환경청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 마을은 지난 1998년 위생쓰레기매립장 입주문제로 홍역을 치른 바 있기 때문에 또 다시 폐기물매립장이, 그것도 두개가 한꺼번에 들어선다는 소식은 마을을 술렁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김응택 이장은 “폐기물 매립장이 들어서겠다고 하는 지역은 가곡리 주민들이 이용하는 상수도 4개가 500m 내에 있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김 이장은 “가곡1·2리는 ‘우리마을 사랑운동’에서 금상을 각각 수상해 군민 모두에게 깨끗한 마을과 아름다운 환경을 가꾸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며 “염전체험 등 다양한 행사와 도농교류가 이어지고 있는 마을에 폐기물매립장이 들어선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폐기물처리업체 입주로 몸살 앓는 농촌

당진의 농촌 곳곳이 폐기물 처리업체의 입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04년 3월 현재 송악 부곡리와 고대리, 송산 가곡리, 석문면 초락도리, 고대면 슬항리, 면천 송학리 등 6개 마을에서 폐기물 처리업체의 입주로 인한 주민과 업체간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폐기물 처리장의 입주가 추진되는 이들 지역은 대부분 땅값이 싼데다 공단 및 도로와 가깝고 외지인들이 땅을 소유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이유로 폐기물처리장의 대부분이 농촌지역에 입주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국토이용관리법이 완화되면서 준농림지에 대한 폐기물 처리장 건설을 허용하는 바람에 더욱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주무부서인 당진군 환경관리과도 곤혹스런 입장이다.

법적 요건이 충족될 경우 입주를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곤혹스럽기는 폐기물처리장을 추진하는 업체 역시 마찬가지다. 상당수 시설의 경우 폐기물의 처리와 재활용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공단지역의 분양가가 너무 높아 땅값이 비교적 저렴한 농촌지역에 주민 민원을 무릅쓰고 입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환경단체는 “인근 지역주민의 우려와 두려움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며 “이러한 불신은 그동안 당진지역에 만연됐던 다양한 생태계 파괴와 개발과정에서 행정기관과 입주업체가 보여줬던 반투명성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문명의 가속화로 인해 자연적인 부존자원이 고갈되는 상황에서 폐기물을 재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폐기물 처리시설의 환경적 효용성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각계 대표가 참여하는 폐기물 처리장 시설단지 선정과 운영을 위한 전담기구의 설치와 함께 공단 등의 부지를 활용한 폐기물 처리장 단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을 위한 국가임대산업단지의 조성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주민 상당수 공장과 업체에 대한

불신·두려움 가져

현재 당진의 주요 환경현안으로는 발전소 증설과 행담도 공유수면 매립, 도비도 악취발생, 폐기물처리장 입주, 항만개발로 인한 인근 해역 오염, 삽교호 등 담수호 수질오염, 각종 공장의 오염물질 배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잇따르고 있는 환경문제는 지역주민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지역 곳곳에서는 공장 및 각종 폐기물 처리장 입주를 둘러싸고 주민과 업주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 주민들은 대부분의 공장이나 업체에 대해 심한 불신과 두려움을 갖고 있다. 사소하게 생각했던 문제들이 나중에는 커다란 사회문제로 비화되면서 심각한 피해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이 상태로는 어떠한 형태의 개발과 발전도 주민들에게 불안과 공포로 다가올 뿐이다.

지역개발이 주민들에게 불안과 두려움이 아닌 발전과 윤택한 삶을 보장한다는 확신을 주지 않는 한 환경문제로 인한 민원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환경의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 집중

지난 2003년은 새만금 보전과 부안 핵폐기장 백지화운동 등으로 어느 해보다 환경의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됐던 해였다.

새만금간척사업, 부안핵폐기장, 금정산·천성산 고속철도 관통문제, 북한산관통도로 등 전국을 술렁이게 했던 환경뉴스들은 사회적 합의가 없는, 편협한 경제적 가치를 우위에 둔 해묵은 국책사업들이 과거의 관행과 타성 속에서 사회적 갈등을 양산했다는 사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런 세태 속에서 부안핵폐기장 해결과정에서 주민투표 방식이 진행돼 민주적 진전을 이뤘다는 점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2003년 한해도 예외 없이 태풍으로 인한 큰 피해가 났다. 태풍 ‘매미’에 의한 이번 피해는 인간의 반환경적이고 불합리한 국토이용이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 또 인간의 과학과 기술로 만든 현대문명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새만금 갯벌보전운동 생명에 대한

자기성찰 확장

새만금갯벌보전운동은 생명에 대한 자기성찰을 모든 국민의 가슴속으로 확장했다.

문규현 신부, 수경 스님, 이희운 목사, 김경일 교무의 초인적인 새만금 3보1배는 부안갯벌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총 65일간 305㎞에 걸쳐 이뤄졌고 이 기간동안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이 2만여명에 달했다. 생명에 대한 외경을 고행으로 호소한 성직자들의 평화롭고 자기성찰적인 3보1배 운동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었다. 전 세계인은 새만금 3보1배 운동에 주목했고 새만금간척사업에 항의하는 세계인의 편지가 1주일만에 1천통이 청와대에 도착했고 미국의 환경단체 글로벌 리스판스는 미국 콜로다도 NGO대회에서 삼보일배를 재현하기도 했다.

최대 규모 인원 참가한

부안 핵폐기장 반대운동

또한 정부의 부안 핵폐기장 강행으로 불거진 부안핵폐기장 백지화운동에서 부안주민들은 지난해 7월9일 첫 집회부터 지난 2월14일 치러진 주민투표까지 장기간 최대 규모의 인원이 참여한 운동으로 국내기록을 세웠다. 반대운동기간 부안주민들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촛불집회를 열였다. 정부가 부안에 핵폐기장 건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 하면서 7월 중순부터 5개월간 500여명의 부상자를 냈고 모두 3백여명이 사법처리돼 반핵운동사상 단시간내에 가장 많은 사법대상자를 만들어냈다. 또한 전체 501명의 이장 중 68%인 340명의 이장이 군수에게 사퇴서를 제출했고 41일 동안 평균 70% 이상의 부안지역 초·중·고등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한 것도 국내 초유의 안타까운 기록이다.

환경문제 해결하려는

정부 노력·정책 부족

이러한 현상은 오래된 환경문제들이 참여정부 들어 동시에 표출되는 과정에서 이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는 정부의 노력과 정책이 미흡해 문제를 더욱 어렵게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관료들은 과거의 관료주의적 태도를 벗어나지 못한 채 지난 전철을 밟았다. 새만금보전운동의 과정에서 행정법원의 공사집행정지 결정 후 김영진 전 농림부 장관이 사표를 냈으며, 윤진식 산자부 장관도 부안 핵폐기장 문제를 일으킨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다.

지도자들의 환경 마인드와

생태주의적 세계관 과제

21세기를 맞고 있는 한국의 현실은 개발의 후유증과 환경재앙에 대한 위기감이 다양한 부문에서 서서히 감지되고 있으며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인 측면보다도 더 많은 잠재적인 문제점들이 곳곳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경제발전이 진정으로 주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다음세대에 안정적이고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게 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청사진과 지도자들의 환경 마인드, 생태주의적 세계관의 정립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