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상 호

" 1973년 충남 논산 출생

" 한남대 국어국문학과 졸

"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 2004년 ‘현대시동인상’ 수상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있으면

낮 동안 바람에 흔들리던 오동나무

잎들이 하나씩 지붕 덮는 소리,

그 소리의 파장에 밀려

나는 서서히 오동나무 안으로 들어선다

평생 깊은 우물을 끌어다

제 속에 허공을 넓히던 나무

스스로 우물이 되어버린 나무,

이 늦은 가을 새벽에 나는

그 젖은 꿈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그때부터 잎들은 제 속으로 지며

물결로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너도 이제 허공을 준비해야지

굳어 버린 네 마음의 심장부

파낼 수 있을 만큼 나이테를 그려 봐

삶의 뜨거운 눈물이 떨어질 때

잔잔한 파장으로 살아나는 우물,

너를 살게 하는 우물을 파는 거야

꿈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면

몇 개의 잎을 발자국으로 남기고

오동나무 저기 멀리 서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