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사람
김 태 숙(다울문학회)
여름을 피해 산에 오던 날
날궂이처럼 내린 비.
빗줄기 끝에 산사엔
겨울이 오고 있다.
아직도 여름을 즐겨 산으로 오는 이들과
기다림없이 산에서 기다리는 이들사이
간혹 섞이기도 하는
간발의 차이
대낮 산사의 풍경은
아찔하다.
저물어 사람들은 산을 떠나고
산은 산대로 이윽해
제 무게에 깃든 밤중
스스로 세상을 버리고도
버림받은 상흔 역력한 불면
눈썹 허옇게 샌
초승달 밑으로
칼날같은 서리
어디선가 돋았겠다.
목탁소리 한소절씩 튕겨 돌아오는
어둠은 이미 탱글탱글 얼었고
예불맞는 새벽
행자의 종종걸음 위로
채 못삭은 공허가
등 굽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