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구비 물구비
김태숙
당신이 서있는 곳은
내 생의 어디쯤인가
쉴 둔덕도 없는 행여 그 산길에서
아직 잔등에 묻은 눈 툭툭
털고 계신가
이리 가도 저리로 가도 등만 보인 채
돌아앉은 무심한 산 길위에서
당신이 보는 것은 산 속 어떤
숨은 꽃이어서
그 눈 속에만 유독
피어 반짝이는 잎
이따금 그대 또한 산에서 등을 돌려
슬픈 눈길 물 위에 떨어뜨릴 때
함께 지는 고단한 잎사귀 하나
잠든 산 깊은 잠 속에 흘러와
눈부신 꽃잎으로 새벽 깨우곤 했네
간 밤 어둠 내려
저만큼 길 더 물러나는데
손뻗어 시린 등 한번 쓸어주지 않는
이밤 무심한 내마음이 몰래 가보는 곳은
잠 뒤척이는 당신 삶의
어느 지친 물구비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