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합의와 공감대 형성 우선돼야

민종기 군수 취임 이후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당진시 승격’이 추진이유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나 주민합의 과정없이 당위성만을 강조한 채 관 주도로 강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민종기 군수는 후보시절 당진군을 시로 승격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으며 취임 이후 당진시 승격 마스터  플랜을 확정하고 비교적 세부적인 추진방안과 계획을 밝혔다.

■2008년 1월 인구 15만명의 도·농 복합시 목표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당진군은 2008년 1월을 기준시점으로 인구 15만명의 도·농 복합시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추진전략으로는 첨단기업 유치와 신규 일자리 창출, 당진항의 대중국·북한 교역 전진기지와 물류유통 중심지 개발, 산업단지 배후 자족 아름다운 신도시 건설 등을 들고 있다.

현재 당진군은 시 승격을 위한 제반 여건 중 재정자립도와 도시적 산업종사 가구비율, 공동주택, 기업, 도시계획 등 대부분의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반면 인구수에 있어서는 ‘한 지역의 인구가 5만 이상’인 일반시나 ‘전체 인구 15만명 이상, 2개 지역이 2만 이상’이라는 도·농 복합시 승격의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진군은 지역의 여건을 감안해 도·농 복합시 승격을 목표로 인구유입을 위한 방안을 집중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유입인구 보상 및 출산장려 조례의 제정을 적극 검토하며 가족과 친인척, 임직원 등 유동인구 전입운동을 전개하고 서비스업 종사자 등 비경제 인구의 전입을 권장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교육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명문교를 육성하고 출향인사를 유인하기 위한 귀농유도 및 인센티브 제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이와 함께 시 청사 이전과 기업체 및 물류단지의 계획입지 개발, 체류형 체험·휴양관광지 개발 등의 계획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실현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한보철강 부도와 서해대교 개통 이후 해마다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15만명까지 인구를 늘릴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신성대학의 정주석 교수는 지난해 한 토론회에서 “장기적으로는 도농복합 형태의 시 승격이 가능할 것으로 보지만 단기적(2010년 이전)으로는 시 승격의 전망이 어둡다”고 밝힌 바 있다.

■주민참여와 의견수렴 없이 관 주도로 시 승격 추진

시 승격 추진이 주민참여나 의견수렴, 합의과정이 없이 관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 승격 추진에 관한 마스터플랜 발표와 군수 브리핑이 잇따랐지만 주민공청회나 토론회는 한번도 없었다. 마치 시 승격은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반드시 추진해야 할 절대적인 가치인 양 군 행정에서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제반여건 조성으로 인구유입을 통한 자연스런 시 승격이 아니라 인구 늘리기를 통한 인위적인 시 승격 방식은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당진참여연대의 조상연 회장은 “당진군의 공간과 자연여건 하에서 얼마의 인구와 경제규모가 삶의 질에 최적이며 시 승격이 과연 주민에게 어떠한 실익이 있는가에 대한 연구나 토론도 없이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주민은 홍보나 교육,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궁극적인 정책결정권자”라며 “충분한 사전 의견수렴과 토론절차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시로 승격하면 어떠한 실익이 있는가’ 설명 없어

당진군이 밝히고 있는 시 승격 마스터플랜에는 시 승격을 위한 방안만 서술돼 있을 뿐 ‘왜 시로 승격해야 하며 시로 승격하면 어떠한 실익이 있는가’에 대한 설명은 사실상 누락돼 있다.

단지 마스터플랜에서 시로 승격되면 대외적으로 도시의 이미지가 상승해 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이 고취되며 도시기본계획에 의한 도시발전으로 미래예측이 가능하고 행정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정도의 몇가지 내용만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이조차도 대부분 실체도 모호한 자긍심 고취나 막연한 인구증가, 세수증대, 도시개발 가속화 등이다.

또한 도시기본계획도 시 단위 지역뿐만 아니라 군 단위지역에서도 수립되는 법정계획으로 현재 당진군도 계획안 수립과 공청회, 주민공람 등을 거친 상태다.

군 담당자도 시 승격으로 인한 실질적인 이익을 자치단체의 국(局) 설치 등 행정기구와 인력, 기능의 보강에 의한 행정서비스 향상 정도만을 들고 있다.

행정기구와 공무원이 증가한다는 것 외에는 주민들에게 과연 어떠한 실익이 있는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양적 성장과 개발이 곧 삶의 질 향상인가?

양적 성장과 개발 중심적 사고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사고에는 행정구역 내의 삶의 조건을 개선시키기 위한 주택·교육 등의 정책보다는 새로운 도시구역이나 산업단지를 조성해 개발의 조건을 향상시키려는 의지가 녹아있다.

대개 지역의 일부 엘리트집단은 이 같은 개발사업을 통해 자신들의 이해를 성취시키는 것을 지역의 공공선을 달성하는 것으로 정당화한다. 즉 성장이 일자리를 만들고 재정을 확충함으로써 생활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그 동안의 양적 성장이 교통혼잡과 환경오염, 빈부격차 확대, 생계비 증가, 삶의 질 후퇴 등을 가져왔다며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성장 즉 개발이익보다 삶의 질 향상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맑고푸른당진21의 안효권 사무국장은 “도시화에 따른 삶의 질 악화가 우려된다”며 “시 승격이 주민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충분한 합의와 공감대 형성돼야

시 승격 추진에 대해 가장 많이 제기되고 있는 비판은 주민의사수렴도 없이 시 승격을 당연히 추구해야 할 목표로 전제하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과연 주민들이 시 승격을 원하는지, 원한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이고 어떠한 도시상을 원하고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금처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가운데 추진되는 시 승격 추진은 자칫 새로운 불씨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