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서 대신 납부해주는 등 선행 펼쳐

심장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랫집 이웃의 손발이 되고 있는 노부부의 이야기가 전해져 이 시대의 참다운 이웃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하고 있다. 바로 그 주인공은 김덕현(88, 삼봉리)·이동배(79)부부.

두 고령의 부부는 올 1월 인공심장 이식수술을 받고 요양 중인 박계희(62, 삼봉3리)씨가 사는 집의 바로 윗집에 거주하는 이웃으로 각종 고지서를 모아 대신 납부해 주거나 시간이 나는 대로 틈틈이 박씨의 집을 찾으면서 말벗이 되기도 하고 가사 일을 대신 해주는 등 수년 동안 선행을 펼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옛날 건강은 다 어디로 갔는지 안타깝습니다.”

현재 심장병으로 투병하고 있는 박계희(62)씨의 손을 잡으며 이동배(79, 삼봉3리)할머니는 말했다.

머리가 하얗게 바래 함께 늙어가는 모습이지만 이 할머니에게 박씨는 항상 새댁과 같다. 아래윗집으로 40여년을 함께 살았고 박씨가 삼봉3리에 막 전입 온 새댁일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서로의 희노애락을 지켜보면서 이웃으로 함께 살아왔기 때문이다.

간경화로 남편을 먼저 보낸 박씨는 3년여 전부터 거동이 불편했고 급기야 올 1월에는 심장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병세가 악화됐었다. 이때 받은 수술도 이 할머니의 관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박씨의 집을 둘러보던 중 미동하지 않고 쓰러져있는 박씨의 모습을 이 할머니가 목격해 박씨의 아들에게 전화를 해 수술이 가능할 수 있었다. 따라서 박씨에게 이 할머니는 생명의 은인인 샘이다.

일반적으로 도움을 받는 입장이다 보면 아무리 잘해주더라도 부담을 느끼기 마련인데 이 할머니와 박씨 사이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치 ‘어머니와 딸’, 혹은 ‘큰언니와 동생’의 모습처럼 가까워 보였다. 또 박씨가 마음약한 소리를 할 때면 혼을 내는 등 가식이 아닌 진심으로, ‘도움을 주는 대상이 아닌 이웃’으로 박씨를 대하기 때문이다.

다행이 박씨에게는 외지에 나가 있는 결혼한 두 아들이 있고 커다란 경제적 어려움은 없었다. 또 두 아들도 함께 살지 않을 뿐 모두 효자라고... 다만 아들내외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박씨는 이곳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벌초하러 왔던 박씨의 아들 임모씨는 이 할머니의 선행소식을 마을주민들로부터 전해 듣고 “팔십 연세의 노인을 부려먹는다”면서 함께 살 것을 박씨에게 권유했지만 아들의 행복을 위해 박씨는 극구 사양했다.

이 할머니는 박씨에 대해 조그만 바람 하나를 갖고 있었다.

“새댁일 때는 밥도 같이 먹고 농사짓는 담배도 함께 만져주고 했지요. 얼릉 건강해져서 새댁이 해주는 밥을 한번 먹고 싶네요.”

보살핌을 받아야 할 나이에 누군가를 보살필 수 있는 것도 큰 행운이라고 말하는 이동배 할머니를 통해 돕는 기쁨은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은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