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에서 표창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지난 11월 초 오건영 표고버섯연구회장으로부터 정말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취재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제보를 받았다.
일반사람들이 충격적인 사건소식이나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나는 일들에 더 관심을 갖듯, 기자 역시 이러한 사람들의 욕구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비슷한 위치에서 기사소재를 찾곤 한다. 그러다 보니 ‘좋은 일을 했다’는 미담소식은 그저 뻔 한 스토리인 것 같아 매력을 느끼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였을까! 오건영 회장의 제보는 선뜻 관심이 가지 않았다. 거기에다 유달리 바쁜 11월의 취재 일정 때문에 취재해야 할 삼봉2리의 미담소식은 상당히 오랜 기간 기자수첩 속에 묻혀 있었다.
그리고...
일정이 하나 둘 정리되는 대로 최초 제보자를 찾았다. 표고버섯연구회 대삼봉작목반장 이충열씨였다. 이씨의 집에서 미담의 세부적 내용을 확인하고서야 그 주인공이 지난 2004년 10월 이미 보도된 바 있는 ‘노부부’라는 것을 알았다.
선행의 주인공은 김덕행(89, 석문 삼봉2리)·이동배(80) 부부로 노부부는 투병중인 이웃 박계희(62, 거동 못함)씨를 수년째 자식처럼 돌보고 있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돌보셨는지 그 연 수도 기억하지 못했다.
청각이 좋지 않은 김덕행 할아버지는 각종 고지서를 내주는 다리역할을 하고 있었고 이동배 할머니는 틈틈이 박씨의 집을 찾아 식사와 간병을 해왔다. 이동배 할머니는 청각을 거의 잃은 할아버지가 답답하다고 하셨지만 오랫동안 함께 사셔서인지 박씨를 돕는데 있어서는 호흡이 척척 맞아 보였다.
지난번 취재와는 달리 이번에는 노부부의 집을 방문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크게 인사하고 대문을 들어서는데 좀처럼 인기척이 없었다. ‘어디 먼데라도 가신건가!’ 호기심에 집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추위를 막느라 씌운 비닐이 여기저기 보이고 누추하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집이었다.
아무 인기척 없는 방에선 크게 틀어놓은 TV소리만 들렸다.
‘혹시 아흔이 다 되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몸이 나쁜 상태는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내어 방문을 열게 됐다. 다행이 생각했던 ‘나쁜 일’은 없었다.
이동배 할머니께서 그제서야 불편해 보이는 몸으로 접이식 침대에서 일어나 반겨주었다.
1년이 넘었는데 할머니는 기자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지난 여름 개에게 물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물린 팔을 보여주었다. 개에 물린 할머니의 손은 어느새 아물어 흉터가 져 있었다.
할머니는 반가우셨는지 손을 놓지 않으신 채 따뜻한 담요 위로 손님을 안내했다. 양말을 신은 발바닥에서 차가운 냉기가 느껴지고 그제서야 노부부가 사는 방인데 너무 춥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 보일러 안 때셨어요?” 물음에 할머니는 연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전기담요로만 사신다며 쑥스러워 하셨다.
“그럼 씻으실때는요?” 그러자 할머니는 찬물로 씻으신다고 말했다.
불편한 이웃을 돌보는 좋은 일을 해온 노부부가 이 추운 날씨에 찬방에서 생활하고 찬물로 씻으셔야 한다니...
이처럼 노부부가 춥게 지내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당뇨를 앓고 있는 아들과 자녀교육이 한창인 아이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묵묵히 겨울을 보내고 계셨다. 또 자녀들이 있는 관계로 이들 노부부에게는 별다른 혜택도 주어지지 않고 있었다. 특히 이웃을 돌보면서도 항상 자식과 주변사람을 생각하는 노부부의 모습에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그제 서야 “표창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는 말이 마음속에서 메아리쳤다. 좋은 이웃들, 그리고 착한 사람들이 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