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편집자주 >
지난 10월12일 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는 한국철강협회 박건치 부회장과 김낙성 국회의원, 민종기 군수 등 내빈 50여명과 임직원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당진제철소에서 인수합병식을 가졌다.
당진군민들에게 애증의 대상이었던 한보철강이 오욕의 세월을 마감하고 드디어 새 주인을 만나게 된 것이다.
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의 한보철강 인수는 지역의 경제사적 단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뜻한다.
어찌됐든 주민들에게 한보철강 부도로 비롯된 정신적 공황과 지역경제의 일대 혼란이 그 터널의 끝에 도달했다는 안도감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민들에게 한보철강이 당진이라는 한 지역의 운명을 천당과 지옥 사이에서 오르내리게 한 존재로 비쳐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INI스틸.현대하이스코의 한보철강 인수는 크나 큰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한보철강을 인수하면서 우리 앞에 새롭게 등장한 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는 지역에 있어 과연 어떠한 존재이며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가?
현대자동차 계열 대형 철강업체의 등장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전망을 중심으로 당진의 미래를 조망해보고자 한다.
한보철강 오욕의 7년 마감한 INI스틸.현대하이스코
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 번영과 부흥의 보증수표인가
지난 1997년 1월 군내 최대기업이었던 한보철강의 부도는 지역경제에 일파 만파의 충격을 던졌다.
부도 당시 작게는 구내식당에 부식을 납품하던 식품가게에서 건축자재를 납품하던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총 178개 업소에서 558억원의 미변제 채권이 발생해 연쇄부도가 속출했고 2천500여명이 정리 해고돼 생활터전을 잃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군 재정도 200억원에 가까운 세수감소로 계획했던 많은 일을 포기해야 하는 등 지역경제는 회복하기 힘든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한 때 서해안권 개발의 중심으로 성장을 거듭하던 지역경제는 한보철강 부도를 계기로 침체일로에 접어들었다.
그 후 7년여 동안 당진의 지역주민들에게 최대현안은 누가 뭐라고 해도 한보철강의 정상화였다.
지난 10월12일 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의 한보철강 공식 인수는 주민들에게 지난 1997년 이후 계속 됐던 지역경제 침체를 종식시키고 지역에 번영과 부흥을 약속하는 보증수표로 인식되고 있다
용광로 사업 진출로 철강산업 재편.지역경제 파급 예상
비정규직 노동자 채용 논란과 환경문제 대비 "시급"
2007년 당진공장 완전 정상화 예정
지난 10월12일 인수합병식에서 INI스틸의 김무일 부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2005년 상반기까지 A지구 열연공장을, 2006년말까지 B지구를 포함한 당진공장을 정상 가동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은 지난 10월21일 당진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동차용 냉연강판을 생산하기 위한 고로(용광로)방식의 제철소를 세우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또한 이날 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는 당진공장 정상화를 위해 2조원을 신규투자하고 3천명의 직원을 채용할 예정이며 이미 가동 중인 A지구내 연간 120만톤 규모의 철근공장 외에 2005년 7월 연간 180만톤 규모의 A지구 열연공장 정상화, 2006년 8월 연간 200만톤 규모 B지구 열연공장 및 연간 200만톤 규모의 냉연공장을 정상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당진공장은 연간 총 700만톤 규모의 철강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당진공장 정상가동으로 INI스틸은 2조7천억원 이상, 현대하이스코는 1조5천억원 이상의 연간 매출액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철강산업연구소는 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의 당진공장 투자로 인한 연관효과가 2조7천억원, 고용창출 효과는 연 1만9천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2007년 당진공장 완전 정상화 이후 기대되는 생산효과는 연간 8조원, 고용창출 효과는 연간 4만명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INI스틸, 5천543억원 투자
INI스틸은 2004년 10월27일 3/4기 기업설명회에서 당진공장의 구체적인 향후 운영방안에 대해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무일 부회장은 "2006년까지 A지구 봉강공장에 45억원, 제1열연공장에 643억원, B지구 제2열연공장에 3천365억원, 항만건설에 500억원, 매립에 220억원, 기타 조경 및 환경개선, 전산투자에 770억원 등 총 5천543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A지구의 제1열연공장은 2005년도 하반기, B지구의 제2열연공장은 2006년 하반기부터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중 봉강공장은 2005년부터 120만톤 생산체제로 들어가며 제1열연공장은 2005년 7월 시설공사를 통해 2007년까지 180만톤으로 생산량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B지구의 제2열연공장은 2006년 8월 건설공사에 들어가 2008년까지 200만톤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중장기 재무계획에 따르면 매출액은 2005년 5조8천665억원, 2008년 8조5천241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설비투자는 2008년까지 1조1천846억원이 예정돼 있다.
INI스틸은 정상화까지 부채비율을 70% 이하로 낮춘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고로 진출 계획과 관련해서는 우선 당진공장을 정상화시키는 데 집중한 뒤 추후 부지나 기술, 원료, 전략적 제휴 문제 등을 검토해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하이스코, 3천510억원 투자
현대하이스코는 INI스틸에 이어 지난 10월29일 3/4기 기업설명회에서 당진공장의 향후 운영방안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원갑 사장은 "2008년까지 3천510억원을 투자해 생산량 200만톤, 매출액 1조 5천474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당진 냉연공장의 연간 생산량 200만톤중 자동차용강판은 100만톤, 일반용 강판은 100만톤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이날 설명회에서 김 사장은 당진공장이 완공될 경우 냉연공장에만 750명 정도의 근로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180만톤을 생산하는 순천공장은 800명 정도이지만 200만톤을 생산하는 당진공장은 포장라인이 전부 자동화 돼 있기 때문에 750명이 필요하다는 것.
고로사업 진출, 철강역사 다시 쓴다
INI스틸이 밝힌 향후 운영방안 중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고로사업 진출이다.
이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뽑아내는 기초공정에서부터 열연, 냉연을 거쳐 자동차 강판에 이르기까지 일관 공정체계를 갖추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국내 유일의 일관 제철소였던 포스코의 독점체제가 무너지면서 경쟁체제로 돌입하게 된다. 고로방식은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기 때문에 고철을 원료로 사용하는 전기로에 비해 고품질의 다양한 철강재를 생산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INI스틸이 300만톤 규모의 고로를 신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에 필요한 투자비를 최소 2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이에 필요한 기반시설로 최소 20만톤 규모의 원료용 부두와 수출용 부두를 동시에 건설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고로방식의 제철소가 실제로 건설된다면 철강의 역사를 다시 쓴다고 할 만큼 획기적인 사건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고로건설은 완전 가동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데다 2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비에 비해 생산규모는 300만톤 내외의 적은 규모다.
또한 원료인 철광석과 유연탄 등의 구매가 어렵고 설비발주와 인력.자금.기술지원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따라서 정 회장의 당진 발표는 상징적으로 고로 신설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지 현실적으로 곧바로 실행에 돌입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고로 건설이 당진공장의 정상화가 본궤도에 오른 후에나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빨라야 2~3년 후에나 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철강경기 일단 주춤, 일시적인 숨고르기
세계 원자재 시장의 블랙홀로 작용하던 중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등 긴축정책을 펼쳐 한동안 최대의 호황을 누리던 철강경기도 일단은 주춤한 상황이다.
또한 최근 국내 건설경기의 침체로 인해 철근 및 봉형강 제조업체의 마진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일시적인 숨고르기라는 평가가 많아 북경올림픽이 예정돼 있는 2008년까지는 당분간 세계적인 자재난과 함께 철강경기의 전망도 밝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올림픽 등을 비롯한 개발붐과 도로건설 등에 따른 건설특수, 각종 산업분야의 철강수요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철강이 공급부족 상태이기 때문이다.
철강사들의 판매가격과 함께 철광석과 석탄 등의 가격도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북경올림픽 이후다. 철강을 비롯한 원자재 수요는 올림픽 이후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올림픽 이후에는 중국도 주요 기간산업의 설비를 거의 다 갖추면서 본격적인 해외수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역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북경올림픽 이후 중국의 철강제품이 국내에 들어올 경우 국내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며 "철강가격은 물류비가 좌우하는 만큼 이를 감안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8년 북경올림픽까지 철강경기 호황지속 전망
당진공장 정상화에 3천명. 용광로 사업으로 수천명 고용효과
추가 고용인력 3천명선 유력
INI스틸.하이스코의 한보철강 인수 후 지역주민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고용규모와 방식이다. 대기업 입주시 고용증대는 가장 빠르고 직접적인 경제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와 지역에서는 INI스틸.현대하이스코의 한보철강 인수로 인한 추가 고용인력을 3천명선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INI스틸의 향후 채용계획은 지역의 취업희망자나 비정규직 노동자는 물론 전직을 원하는 직장인들에게도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INI스틸에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채용인원에 대해 밝히길 꺼려하고 있다.
INI스틸 관계자의 채용관련 언급은 지난 10월18일 산.학.관 관계자회의에서 INI스틸 김효진 지원본부장이 밝힌 내용이 유일하다.
군청 상황실에서 열린 이날 회의에서 김 본부장은 "연내 180명, 2005년 800여명, 2006년 이후 매년 200~300여명을 금속, 기계학과 출신으로 채용할 계획"이라면서 "지역에서 우수한 인력을 양성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주민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INI스틸의 한보철강 인수 후 첫 번째로 실시된 직원 채용 결과 23:1의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26일 경력 및 신입직원 모집을 공고한 결과 200여명을 뽑는 당진공장의 경력 및 신입직원 모집에 4천5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업계에서는 당진공장의 정상화를 위한 3,000명의 직원 채용과 함께 신규 고로사업으로 수 천명의 일자리 창출효과도 예상하고 있다.
사내하청 비정규직 채용 "논란"
그러나 지난 9월21일 한보철강 노조가 당진공장의 생산직 신입사원을 인천공장에서 채용한 후 내려보내려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이후,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배제된 채 외지인들이 채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팽배해 있다.
한보철강 노조(INI스틸과 동일한 근로조건이 갖춰지기 전까지 이름을 바꿀 수 없다며 옛 이름을 고집하고 있다)는 사측이 핵심라인 가동인력 200여명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고 철근공장의 정규직을 열연공장으로 전환 배치한 후 대부분의 지원 부서를 '협력화'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협력화'란 일종의 사내 하청으로 공정별로 여러 개의 협력업체(하청업체)를 사내에 두고 하청 근로자를 생산현장에 투입하는 방식을 말한다.
형식적으로 하청회사 소속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원청회사의 사업장에서 원청회사의 생산시설에 투입돼 정규직들과 같은 일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작업지시도 원청의 관리자로부터 직접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청회사의 근로자들은 원청회사의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한 노동을 하면서도 근로조건이 훨씬 열악해 커다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노조에서는 INI스틸이 철근공장의 노동자 중 약 540명, 공장 전체인원 4천명 중 2천500명을 '협력화' 즉 비정규직 노동자로 고용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INI스틸의 경우 인천공장이 35%, 포항공장이 45%의 인력을 사내하청을 통해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보철강노조 송승욱 지회장은 '철강업계의 인건비는 대략 제조원가의 4% 정도의 수준' 이라며 "사측은 비정규직 채용을 통한 원가절감을 말하겠지만 실효성이 없고 주민피해만 늘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점을 우려해 지난 10월19일 새마을운동 당진군지회와 당진군개발위원회, 당진군상공회, 당진참여연대 등 지역의 13개 단체는 INI스틸에 대해 지역주민을 우선 순위로 해서 가능한 정규직으로 채용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노동부가 종업원 500명 이상의 철강.화학업체 28개사와 이들의 하도급업체 122개사를 대상으로 하도급 및 근로조건 실태를 조사한 결과, 11개사에서 782명의 불법 파견 사실을 적발했는데 이중 거의 대부분인 727명이 INI스틸에서 고용한 파견업체 직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차원의 철저한 대비 요구돼
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는 당진을 새로운 역사적 시험대에 올려 놓았다.
특히 고로사업 진출선언에서 보듯 당진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미래로 우리가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흘러가고 있다.
그 미래가 불행이 아닌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차원의 철저한 준비와 대비가 요구되고 있다.
몇 해전 본지의 창간기념 특집으로 돌아본 전남 광양시가 항만도시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면서도 동시에 제철소 단지로 인해 주민들이 심각한 공해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은 당진의 두 갈래길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의 한보철강 인수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주민들에게 생활의 윤택함과 풍요를 가져올 수 있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보다 활발한 토론과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