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향군인들의 작은 휴식처인 ‘모임방’의 이강세(75) 할아버지가 지갑을 잃어버린 것은 며칠 전인 어느 비오는 날. 모임방은 재향군인회가 연로한 재향군인회원들을 위해 마련해 준 작은 쉼터다.

이강세 할아버지가 잃어버린 지갑에는 이 소중한 모임방의 겨울철 난방비 58만원이 들어있었다.

이강세 할아버지는 슈퍼에 다녀오다 지갑을 떨어뜨렸지만 그 사실도 모른 채 모임방으로 돌아왔다. 그러던 중 몇 시간 후 모임방의 문을 열고 들어온 한 사람이 이강세 할아버지의 지갑을 내밀었다.

그 사람은 모임방 앞에 있는 향군회관에서 OK미용실을 운영하는 박선영(38)씨였다.

너무나 고마운 사람이라는 할아버지들의 말에 찾아간 OK미용실은 크지 않은, 그렇다고 허름하지도 않은 공간이었다.

“지갑에 들어있던 명함을 보고 모임방 할아버지의 지갑이란 걸 알았어요. 남 같지 않더군요.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나더라구요.”

서산이 고향인 박씨는 결혼과 함께 당진으로 왔다. 당진소방서에서 근무하는 조구영 소방사가 박씨의 남편이다.

당연한 일을 한 것이라는 박씨는 다른 사람들 몰래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을 해오고 있다. 정기적으로 소망의집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남편을 따라서 소방대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 적도 여러번이다.

큰 돈이 들어있는 지갑을 선뜻 돌려준 박씨. “남을 돕기 위해 애쓰는 사람은 남편”이라고 말하는 박씨는 “그런 남편을 자주 봐서 자연스럽게 ‘돌려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이라고 말하지만 그 각박함 속에도 ‘따뜻함’은 아직도 우리 사회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박씨는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