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편으로 보내온 언론인 출신인 한 국회의원의 의정보고서를?읽었다. 평소의 그를 조금은 알아서일까??
그의 행보가 잔잔한 미소를 띠게 했다. - 더 낮은 곳에서 수천 명이 모인 행사장에서의 일이었다. 사회자가 단상의 내빈들을 한 사람씩 소개했다.
사회자가 그의 이름을 불렀으나 보이지 않았다. 몇 초인가의 시간이 흘렀다. 대중이 모인 한 귀퉁이에서 박수소리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는 일반인과 함께 마룻바닥에 앉았다가 일어서 두 손을 들고 인사를 하고 있었다. - 짧은 인사 말 각종 행사에 부지런히 참석하는 그의 축사나 인사말은 짧기로 유명하다. 늘 간단 명료한 그의 연설은 1~2분 길어야 5분을 넘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짧고 소탈한 연설 뒤에는 박수가 길게 이어진다. - 소주 같은 남자 그는 시간이 나면 이 동네 저 동네의 포장마차를 자주 찾는다. 주민들과 어울려 잔을 나누고 안주 같은 이야기로 위로를 건넨다.
그의 존재를 모르고 정치판을 욕하던 청년이나 직장인들이 뒤늦게 그를 알아보고 어울려 “위하여”를 연발하기도 한다. - 정말, 국회의원 맞네 ?°?
차림을 즐기는 그가 어느 날 시장에 들렀다. 채소가게에서 이것 저 것을 캐물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별난 사람 다 보겠다”는 듯 아래위로 훑어보기만 했다.?
이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라고 밝히자 주인 아주머니 새삼 그를 쳐다보더니 “정말 국회의원 맞네, 우리처럼 입고 다니네”라며 다정스레 그의 손을 잡았다. 국회의원인 그의 이런 행보는 물론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을 수도 있고 속이 보인다고 폄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소탈한 모습이 멋있어 보이고 상대를 편하게 해 준다면 그 또한 장점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는 이와 대조되는 유형의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인다. - 행사장에서 흔히 겪는 일이다. 단상의 귀빈들이 근엄하게 단상에 늘어앉았다가 차례로 식사와 격려사, 축사를 한다.
비슷한 내용의 연설이 계속된다. 시간이 길어 지루한 것이야 할말은 해야겠다는 뜻이니 참을 수밖에 없다. 연설을 하는 사람들마다 참석한 인사들 소개를 서로 주고받는다.?
5명이 연설을 하면 품앗이 소개가 반복돼 듣는 사람은 같은 사람의 직함과 이름을 5번 이상 들어야 할 때도 있다. 존함이 불려지는 인사들이야 폼도 나고 기분도 괜찮을지 모르지만 청중에게는 답답하고 지루한 시간이다. - 어느 회사의 높은 자리에 앉아 실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 있다.
남의 의견은 도통 들으려 하지 않는다. 조자룡의 헌 칼 휘두르듯이 독단을 행사한다. 대개가 공은 자기가 세운 것이고 과나 허물이 드러나면 다른 동료나 아래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재간을 가지고 있다.
돈 좀 벌었거나 출세를 했다고 거들먹거리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도 있다. 어느 자리에서나 상석을 차지하려 한다. 다른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면 낯이 펴지지 않는다.
자리다툼을 벌이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한다. - 동창회에서도 폼을 잡고 군림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다. 다른 친구들은 안중에도 없이 제 자랑으로 좌중을 휘어잡으려 한다.
그러나 자기보다 강한 사람을 만나면 한없이 굽실거리는 처세술의 달인으로 모습을 바꾼다. - 성공한 어느 목사 이야기다. 처음 목회를 시작할 때는 친절하고 겸손했는데 교회가 커지고 교단의 중책을 맡으면서 텔레비전에도 출연하기 시작하더니 거들먹거리며 거만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속물 근성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려는 자는 높아지리라” 한 성경 말씀을 되새겨 봐야 할 일이다. 어느 자리에서나 겸손하면서 스스로 빛을 내는 그런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주변과 소탈하게 어울리면서 내면의 세계에서 우러나는 넉넉함과 친밀함이 훈훈한 그런 사람들을 만나는 행운이 그리워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