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시(市) 승격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고 한다. 반갑고 고무적인 소식이다. 그러나 추진과정에서 너무 서두른다고 불평하는 이들이 많고 짜증스러워하는 여론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뭐가 그리 급한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한다.

꽤 오래전의 일이다. 재경 당진향우회 모임에서 당진 출신의 정신 문화원 교수가 한 말이 되살아난다. “죽었던 서해 바다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이제 중국으로 뱃길이 열릴 것이고 막혀 있는 북한과의 해상 교류가 이뤄지면 내 고향 당진은 용틀임을 할 것입니다.”

중국과의 교류는 이미 현실화되었고 북한과 오가는 뱃길도 머지않아 열릴 것 같다. 그 교수의 예견대로 당진은 용틀임을 시작했고 그 출발점에 당진 시 승격문제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당진 시(市) 승격은 시대적 상황의 결과로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일자 당진시대에 실린 인터뷰에서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당진의 주력 산업은 제철업이 아닌 항만”이라고 한 말도 같은 맥락에서 공감이 간다.

제철산업이 당진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지만 그것이 아니라도 어느 형태로든 당진의 개발은 활발해지고 성장은 가속화될 것이다. 살아나는 서해바다를 끼고 있으며 수도권과의 거리, 비슷한 여건의 평택의 변화 등 지리·환경적 입지 여건으로 미루어 당진의 발전과 시 승격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다만 시간적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우선순위의 완급이 있을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당진은 너무 조급해하고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 같다.

도시 개발은 결코 서두를 일이 아니다. 급조된 도시가 완벽할 수 없고 문제를 안고 개발되는 도시는 후손에게 크나큰 부담을 안겨주는 재앙이 되기 십상이다.

물론 발전과 시 승격을 위해 행정당국이 아무런 일도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합리적으로 순리적으로 자연스럽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란 얘기다. 도시계획 등 모든 결정은 차분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되어야 하고 일단 정해진 결정은 계획대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행정 편의적인 변경은 이해 당사자의 반발을 가져오고 개발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시(市)를 만들기 위해 인구를 늘리려는 당진군 당국의 노력은 열성적으로 보이기보다는 안쓰러워 보일 때가 많다. 시(市)는 만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져야 하며 빨리 시(市)가 되는 것보다는 차분하고 더디게 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할지도 모른다. 바늘허리에 실을 매든가 갓 심은 모종이 늦게 자란다고 뽑아 올리는 우(憂)를 범하는 형국은 아닌지 하고 걱정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지나치면 병이 되고 서두르면 탈이 생긴다. 조급하면 실수하고 무리하면 어긋나게 마련이다. 당진의 시 승격 추진 노력을 보면서 물의 흐름을 보고 배우라는 선현의 가르침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물은 자연스럽게 아래로 흐르며 막힘이 있으면 머물고 폭포를 만나면 깨어져 흩어지되 다시 모이고 아래로의 흐름을 계속한다.”

모든 일은 순리대로 이뤄져야 한다. 당진의 발전도 물의 흐름같이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그래서 튼튼하게 커나가기를 소망한다. 언제 시(市)가 되느냐 보다는 어떤 도시(都市)가 되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당진이 발전하고 시가 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혹여 당진 시 승격을 내가 주도하고 이끌어 내겠다는 사명감에 불타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 발 물러서서 백년 뒤를 생각하라는 고언(苦言)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