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나를 놓치기 전에 함께 해야 한다는 애잔한 정 때문에 가을이나 되어야 하는 나의 회갑을 봄이 오자 마자 친구들이 서둘렀습니다. 겉으로는 그렇게 말을 못하면서도 서두르는 속이 나에게는 뻔해 보였습니다. 요즘은 별로 관심이 없는 그냥 생일 축에 속하는 것이지만 나를 무던히 좋아하는 친구들이 그렇게 이유를 붙여서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화려하거나 호화스럽지도 않지만 안에 가득히 채워진 우정 때문에 나의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어 둥둥 떠다녔습니다.

축제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서 나는 백운 호수를 스치는 별빛과 수리산에 걸려있는 눈썹 같은 초승달을 만났습니다. 사람들이 만들어 낸 불빛 때문에 옛 풍류처럼 깊고 애잔한 맛과 멋은 없지만 그래도 달은 언제나 나에게 마음을 풍류스럽게 만들어 줍니다.

집으로 가는 길목, 비록 고가도로 너머 빌딩 사이로 보이는 수리산 턱에 걸린 달이지만 술로 거나하게 취해서 한 곡조 창(唱) 이라도 불렀으면 더 흥이 커질 것 같았습니다. 자연에 머물러 살던 마음은 때때로 이런 밤이면 가슴 안에서 나를 불러 내고는 합니다.

아마 축제의 마당에서 묻어온 여흥(餘興)이 오늘은 나를 더 그렇게 하는가 봅니다.

그래서 나는 삶을 왜 괴롭다고 하느냐고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그리고 삶이란 이렇게 행복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상에서 함께 사는 삶은 언제나 행복으로 가득한 것입니다.

서로가 한 뼘씩만 양보하면 넘치고도 남을 터인데 이 세상에서 무슨 욕심이 그렇게 많기에 걸리고 넘어지고 하는 것일까.

우리는 서로의 사랑을 먹고 살지요.

사랑이란 서로 주고 받는 것이랍니다.

내어주는 사랑 뿐만 아니고 주고 받는 사랑이 있기에 우리는 함께 이 세상에서 살아 갑니다.

그래서 세상이 따뜻하고 훈훈한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은 그렇게 구체적이고 섬세한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달밤에 외치는 내 꼴을 보면...

거기에 보태서 달빛에 울려 나온 매화꽃 향기가 모르는 사이에 도도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내 전생은 밝은 달이었지. 몇 생애나 닦아야 매화가 될까?”

이퇴계 선생의 매화송이 아름답습니다.

※학부에서는 수의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는 체외 수정을 연구했다.

일본 북해도 낙농학원대학에서 전자 현미경으로 생식세포의 단계별 변화를 연구했다.

당진에서 동물병원을 개설·운영하였고 당진축협 배합사료 공장장을 맡기도 했다.

국내 유전자변형연구에 참여했고 국립공주문화대학 애완동물과와 공주대학 특수동물학과에서 십 년 넘게 강의를 했다.

말기 폐암으로 1개월의 생존을 선고 받고 하루 하루를 이어 가는 시한 부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언제 떠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30년을 넘게 당진군 송악면 가학리 학래산방(鶴來山房)에서 살다가 지금은 경기 안양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