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가지롤 가로지른 당진군의 홍보용 플래카드. 군민을 일방적인 계도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시가지롤 가로지른 당진군의 홍보용 플래카드. 군민을 일방적인 계도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진군, “지역혁신 범군민 토론회 주제 홍보차 걸어”

당진군이 최근 시내 곳곳에 게시한 플래카드가 일방적인 계도 위주의 문구로 채워져 시대에 뒤떨어진 권위주의의 잔재가 아직까지도 공직사회에 뿌리깊게 남아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6월 중순경부터 당진 시내 곳곳에 게시된 난데없는 플래카드에 주민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당진군 명의로 게시된 이 플래카드에는 밑도 끝도 없이 ‘당진이 변해야 산다’, ‘생각을 바꾸면 미래가 보입니다’ 등 마치 군민을 훈계하는 듯한 내용이 실려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과거 학교나 군대에서 봄직한 구호를 다시 보는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시내를 오가면서 자주 이 플래카드를 봤다는 최모(49, 당진읍 읍내리)씨는 “군부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나 있을 법한 매우 위압적인 구호가 적혀 있다”며 “아직도 군 행정이 ‘군민들을 다스리고 있다’는 인식을 가진 것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같은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이 아직까지도 군 행정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지난 제1차 추경예산에 4500만원의 예산을 책정한 당진사랑 만들기 운동의 경우만 해도 당진사랑 걷기 운동, 당진사랑 만들기 범군민 캠페인 등 전형적인 의식개혁운동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민종기 군수는 얼마 전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남을 비방하는 말을 삼가고 서로 보면 먼저 웃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웃어른을 공경하고, 법과 공중도덕을 잘 지키는 예의 바르고 교양있는 당진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식의 ‘훈계성’ 논조를 펼치기도 했다.

이처럼 주민을 일방적인 하향식 지도와 계몽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청의 시각은 일제시대부터 시작돼 권위주의 정권을 거치면서 공직사회 내에 뿌리깊게 형성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민주화가 진전됐지만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

당진참여연대의 김본겸 사무국장은 “군민을 일방적인 계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이 같은 시각은 과거 통치자의 입장에서 국민을 무지몽매하고 깨우쳐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던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유물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며 “군민은 통치의 대상이 아닌 주권자”라고 말했다.

또한 주로 시가지 도로를 가로질러 걸린 이 플래카드가 불법을 조장한다는 공무원노조 당진군지부(지부장 최창용) 지적도 있다.

물론 당진군은 이에 대한 답변을 통해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제8조(적용배제) 1항 2호에 의하면 국가 등(국가, 지자체)이 공공의 목적으로 표시하거나 설치하는 광고물 등은 제외”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진군이 남발하듯 게시한 이러한 플래카드의 내용들이 과연 ‘공공의 목적’인가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한편 당진군 총무과 혁신분권팀의 담당자는 논란이 되고 있는 이 플래카드에 대해 “7월26일에 예정된 ‘지역혁신범군민 토론회’의 주제가 ‘당진이 변해야 산다’이기 때문에 이 행사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게시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