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인준 단장이 야스시로시 나카시아 시장에게 후소샤 교과서 불채택 요청서를 전달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송인준 단장이 야스시로시 나카시아 시장에게 후소샤 교과서 불채택 요청서를 전달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일본 역사왜곡 교과서 채택 저지를 위한 ‘대전·충남 교육·시민단체 일본 구마모토 방문단’이 구성된 것은 지난 5월이었다.

대전과 충남의 시민단체와 교원단체가 연합해 방문단을 구성하고 방문계획을 세웠다. 이 방문단 단장을 맡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의 송인준 상임의장을 비롯해 전교조 충남지부 김화자 부지부장 등의 시민단체 대표와 충남역사교육연구회 소속의 홍순승 용남고 교감, 이상길 천안월봉고 교사 등이 참여했다.

언론인 대표로 전국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사)바른지역언론연대(회장 최종길, 본지 발행인) 소속 언론인 2명이 함께했다. 바른지역언론연대 연대사업국장을 맡고 있는 김철관 배재대학교 교수와 본 기자가 참여했다.

방문일정은 6월20일부터 23일까지. 여권에 기재된 방문목적은 ‘항의방문’이 아닌 ‘관광’이었다. 일본의 출입국 심사를 쉽게 통과하기 위해서였다.

|첫째날 | 일본 도착, 그리고 기자회견

방문단은 6월20일 오전 인천공항에 모여 간단한 상견례를 나누고 곧바로 출발했다. 인천공항에서 일본 규슈의 구마모토까지는 약 1시간5분이 소요됐다.

우리나라에서 구마모토까지의 직항로가 개설된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몇 달전까지만 해도 구마모토에 가려면 후쿠오카 공항에 가서 기차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고 한다.

구마모토 공항에서 일본내에서 교과서 불채택 운동을 벌이고 있는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합류했다. ‘평화헌법을 살리는 구마모토 현민의 회’ 관계자들과 교과서 네트워크 임원들이었다.

이들과 합류한 방문단은 곧바로 구마모토현청 교육위원회로 향했다. 현청 교육위원회에는 미리 연락을 받은 일본 기자들도 와있었다. 방문단의 첫 공식일정인 셈. 송인준 단장은 약간은 긴장된 듯한 자세로 한국에서 준비해온 협조문을 일본어로 번역한 문서와 같이 이시이 후미오 교육차장(부교육감)에게 전달했다. 일본어로 번역된 내용은 일본 기자단에게도 전해졌다.

송인준 단장은 인사말을 통해 “올해는 ‘한일 우정의 해’이면서 한일 국교 수복 4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면서 “서로간의 우호를 증진해야 할 시기에 후소샤 교과서로 인해 한국민들 사이에선 일본에 대한 반감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 단장은 “올바른 역사 인식이야말로 양국 우호 증진과 발전에 꼭 필요하다”면서 후소샤 교과서 불채택 운동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시이 교육차장은 “각 시정촌 교육위원회가 교과서 채택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서 “현 교육위원회에서는 이들이 적절한 채택을 하도록 지도하고 지원하는 일을 한다”고 답변했다.

현 교육위원회를 나온 방문단은 곧바로 구마모토현 교원노조 건물로 향했다. 이곳에서 공식 방문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 이날 기자회견에는 구마모토매일신문, KKT(구마모토현민 텔레비전방송), TKU(텔레비전 구마모토방송) 등 다수의 언론인들과 구마모토 지역민들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 둘째·셋째날 | 현남팀과 함께 활동

첫날 일정을 마친 방문단은 두 팀으로 나뉘었다. 구마모토현은 충청남도의 절반정도의 면적이며, 이중 15개의 시(市) 교육위원회가 있다. 15곳을 모두 방문하는 것이 방문단의 목적.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 현남(구마모토현 남쪽)팀과 현북(구마모토현 북쪽)팀으로 나뉜 것이다. 현북팀은 방문할 곳이 많지만 이동이 쉬웠고, 현남팀은 방문할 곳이 적은 대신 섬이 끼어 있는 등 거리가 멀었다.

현남팀의 첫 번째 방문지는 남쪽의 온천도시 히토요시시(人吉市)였다. 히토요시는 방문 전부터 가장 우려됐던 지역이었다. 전통적으로 보수색채가 강했고, 이 지역에서 당선된 자민당 소속의 국회의원이 후소샤 교과서 채택을 위해 로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방문단은 히토요시 교육위원회에 도착해 미리 와있던 일본 교과서 네트워크 회원들과 같이 교육장을 면담하려 했으나 만나지 못했다. 대신 담당자에게 협조문을 전달했다.

교과서 네트워크 회원들과 헤어진 현남팀은 인근의 미나마타시로 향했다. 미나마타시는 알다시피 공해병으로 유명한 미나마타병이 발생한 곳이다. 시청에서 만난 미야모토 교육장은 “미나마타는 재앙을 체험한 도시”라면서 “가장 공정한 교과서를 채택하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현남팀은 미나마타와 구마모토시 중간에 있는 우토시를 방문했다. 우토시 네모토 타다아키 교육장은 “교과서 채택에 있어서는 최대한 공정하게 선정하겠다는 답변밖에 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답변했다. 일행은 우토시 방문을 마치고 구마모토시내의 숙소로 돌아왔다.

이튿날 아침 일찍 숙소를 출발한 현남팀은 야스시로시(八代市) 교육위원회로 향했다. 야스시로시는 방문단 안내를 맡은 나카야마씨가 사는 곳이기도 했다. 나카야마씨의 소개로 인사를 나눈 일본 시민단체 회원들과 같이 야스시로시 교육위원회 다카나미 교육부장을 면담했다. 다카나미 교육부장은 “과거 40년간 일본과 한국은 좋은 우호관계를 이어왔다”면서 “교과서 채택이 최대한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장과의 만남 후 방문단은 야스시로 시 나카시마 시장의 초청으로 시장실에서 간단한 면담을 갖게 됐다. 나카시마 시장은 방문단의 목적을 듣고 “평화에 대한 역사인식의 기초 위에 두 나라간의 우호관계가 지속되어야 한다”며 “올바른 역사교육은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솔직히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현남팀의 마지막 일정은 난코스였다. 섬에 위치한 혼도시(本渡市). 섬이지만 다리가 연결되어 있어서 자동차로 갈 수 있었다. 아마쿠사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곳에서는 야스다 시장과 교육장을 동시에 면담했다. 적극적인 환대에 오히려 부담을 느낄 정도였다. 야스다 시장은 “교과서 선택은 시정촌 교육위원회가 전권을 갖고 있다”면서 “하지만 교과서 채택위원회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