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이른 가을걷이로 한창 바쁘던 우강들녘에 저녁어스름이 드리우자 전교생 28명의 작은학교 내경초등학교에 학부모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당진교육청에서 학교 통폐합 설명회를 열겠다며 소집을 했기 때문이다. 들일을 마치고 부랴부랴 학교로 온 학부모는 20여명 남짓. 모두들 피곤한 얼굴들이었다.
내경초등학교는 지난 2000년도부터 전교생이 50명 미만이라는 이유로 통폐합 대상학교로 지정돼 해마다 폐교 찬반 논란이 거듭되어 왔다.
특히 교육청은 올해 30명 미만학교를 통폐합 중점 추진대상으로 놓고 폐교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만 3차례나 실시하는 등 학부모 설득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학부모들은 불과 한달 전 교장선생님의 주재아래 비밀투표까지 실시해 80%의 학부모가 폐교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고 이를 교육청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교육청은 이러한 학부모들의 의견은 아랑곳없이 설명회를 또 열겠다며 바쁜 학부모들을 불러들인 것이다.
학부모들의 75% 이상 찬성이 없으면 교육당국이 일방적으로 폐교를 시킬 순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궁여지책을 쓰는 것이었다.
폐교를 추진하는 교육청의 논리는 ‘복식수업의 폐해’였다. 2개학년 이상이 한 학급으로 편성돼 수업을 받을 경우 효과적인 학습이 진행될 수가 없고 교사들도 힘들어 한다는 것이다. 복식수업이 없는 큰 학교로 통폐합하는 것이 아이들 교육을 위해 현명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날 참석한 학부모들은 이미 이같은 말들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터였다. 자신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복식수업이 이뤄졌고 그래서 마지못해 받아들인 복식수업이었지만 큰 불만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아이들도 모두 건강하고 우수하다고 여기고 있다. 그런데도 자신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 교육당국에 학부모들은 맺혔던 응어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폐교얘기를 할것이냐, 올해 반대하면 내년에 또 설명회 할 것이냐”
“우리 의견을 들으러 왔다지만 결국 폐교시키자고 작정하고 온 것 아니냐”
“지난 5년간 지겹도록 폐교 얘기 들어왔다,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라는 등의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폐교논란이 반복되면서 아이들이나 자신들 모두 불안한 마음으로 한해 한해를 보내고 있고 그 불안함 때문에 아예 위장전입을 해 다른 학교로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도 생겨나는 실정을 호소했다. 정말 무엇이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보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통폐합 할 경우 우려되는 이른바 왕따문제와 학교통학 문제 등이 거론될 땐 분위기가 더욱 격앙됐다. 학부모들은 인근 통폐합 학교의 전례를 눈으로 보아왔기 때문에 이에 따른 교육당국의 무대책에 이미 상당한 불신을 갖고 있었다.
경쟁논리만을 내세우는 교육당국에 몇몇 학부모가 던진 말은 이 학교 학부모들이 5년간의 끈질긴 교육청의 ‘통폐합 설득’에도 흔들림이 없는 이유를 말해주고 있었다.
“내경초등학교 나온 애들은 다른학교 아이들과 비교해 뒤쳐지지 않습니다. 선생님들이 아이들 하나하나에 모두 관심을 가져주니까 분위기도 좋고 애들 마음도 좋지요. 다른 학교 아이들과 축구 한 게임 해보면 우리 아이들 인성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이들은 경쟁사회에 내던져집니다. 초등학교때 경쟁 안 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크게 뒤쳐질 것이라고는 생각 안합니다. 경쟁환경에서 커야 실력이 좋아진다면 대도시의 좋은학교 나온 아이들은 모두 서울대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