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에서 빛나는 발자취를 남긴 심훈의 문학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심훈 문학상의 올해 응모작은 총 16편이 기록되었다. 지난해에 비해서는 저조했지만 작품수준에서는 크게 상향된 풍작이었다는 생각이다.

응모작들에 대한 심사는 근 1개월 여에 걸쳐 심사위원들의 진지한 읽기와 토의가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예심을 통과한 4편의 우수작들을 추려 낼 수 있었다. 황규형의 <시인 그리고 깡패>를 비롯, 제성욱의 <흐르는 이야기>, 이길환의 <극락꽃>, 김경의 <1막 1장> 등이었다. 그들 작품들을 치밀하게 검토해서 최종의 후보작으로 2편의 우수작이 크게 부각되었다.

최종 후보작으로 뽑힌 황규형의 <시인 그리고 깡패>와 이길환의 <극락꽃-천년에 한번 무심코 피어나는 꽃을 위하여>는 각기 특색이 있는 역작으로 당당히 어깨를 겨룰 문학세계를 돋보이게 한다고 하겠다.

먼저 <극락꽃>은 ‘高山寺’를 배경으로 얽혀지는 ‘竹山 스님’과 ‘홍화(여신도)’와의 얽혀진 20년 회환의 삶이 아름다운 담론으로 엮어져 독자에게 각별히 주목을 환기시킨다.

이를테면 소설 종말에서 서술된 대목에서 이 소설의 환상적 서정성의 일면을 찡하게 감지케 한다고 하겠다.

그는 연기 속에서 꽃 하나가 허공으로 두둥실 떠올라 가는 것이 그의 눈에 들어 왔다. 그는 그 꽃을 보며 천천히 지나간 일을 생각했다. 이제야 스님이 열반에 드시는 모양이었다. 그는 꽃을 보며 천천히 지나간 일을 기억에 떠올렸다. 이십년 전에 이곳을 떠난 홍화, 유년에 객지로 떠난 아버지, 자신을 이곳에 맡기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그는 꽃을 보며 어쩌면 기억에 떠오르는 사람들의 넋이 꽃이 되어 허공으로 올라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소설 황규형의 <시인 그리고 깡패>는 오늘의 세태를 해학적으로 서술해서 우리사회의 비리의 한 측면을 생동하게 조명하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한은 여러 직종에 종사하면서 갖가지 갈등을 뼈져리게 체득한다. 그 실상을 작품 줄거리의 한 대목에서 쉽사리 헤아리게 된다.

한은 대학을 졸업하고 국영방송 스포츠 기자, H신문사 문화부 기자, 은행원, 회사원의 직업을 전전한다. 구속된 생활보다는 소신대로 자유롭게 살기를 꿈꾸기 때문에 한 직장에서 오래 버티지 못한다. 한은 어리석게도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맞춰가기를 기대하면서 사는 사람이다.

이렇듯 세상을 멋대로 살아가기를 열망하지만 그를 에워싼 현실은 결코 순탄하지 못해서 갖가지 시행착오로 좌절하게 된다는 사연이 이 소설의 뼈대를 이룬다. 이들 작품들이 탄탄한 서사구조로 흥미 있는 삶의 이야기를 펴고 있지만 좀더 친화력 있는 성숙미를 드러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종심에 남은 두 소설들을 견주어 보면 쉽사리 그 차등을 점치기 어려울 만큼 뛰어난 중량을 갖춘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의 당선작을 뽑아야 하는 불문율로 부득이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된 황규형의 <시인 그리고 깡패>를 선정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수상한 작가들이 우리 소설계에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보여주고 있어 심훈 문학상의 권위가 시간과 함께 크게 빛나고 있음을 자랑할만하다.

올해 심훈문학상 수상작가 황규형의 앞날의 창작활동과 모든 응모작가들의 건필을 축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