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 소설가 남정현
평론가 김병걸
우리는 작가 심훈선생의 이름을 내건 문학상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그 분이 우리 문학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그 튼튼한 위치와 그 분이 남긴 문학적인 큰 성과에 유의하면서 네편의 작품, 즉 「혼자 웃는 허수아비」와 「그리운 독재자」, 그리고 「첫사랑」과 「상록수에 내리는 비」를 주의깊게 잘 읽었다.
작품을 다 읽고나서 우선 우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행히도 네편의 작품 모두 이미 소설로서 일정한 수준에 다달은 작품들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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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운데 우리의 관심은 「그리운 독재자」와 「상록수에 내리는 비」로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그리운 독재자」는 2백자 원고지로 4백50매나 되는 긴 분량이었는데도 별로 지루하지 않게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독자를 끌고간 그 저력이 한 작가로서 만만치 않은 역량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여간 호감이 가질 않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작품을 다 읽고난 선자의 뒷맛이 개운하질 않았다.
독재니 5.18이니 재판이니 데모니 하는 이 사회적인 문제가 이 작품 속에선 주제에 바싹 접근하지 못하고 일개 소도구로 전락하여 주제와는 멀리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아깝지만 그의 분발을 한번 더 촉구하는 뜻에서 이번 당선작은 「상록수에 내리는 비」를 택하기로 했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선자는 이 당선작에 대해서 처음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이 작품의 제목부터가 순간 거부감이 들기 때문이었다. 작자는 심훈문학상이란 점을 너무 의식한 탓인가. 그 제목에서부터 심훈선생과 관련을 지으려는 태도가 아무래도 좀 드높아야할 한 작가로서의 자질에 손상을 줄 수도 있는 너무나 세속적인 발상같아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선자는 작품을 다 읽고나서 생각을 달리했다. 심훈선생과의 관련부분이 작품상의 티가 된것이 아니라 유려한 문체를 타고 작품속에 잘 용해되어 작품의 격을 높이는데 일조를 했다는 판단때문이었다.
사실 작품의 테마나 소재는 흔히 있을 수 있는 평범한 것이었다. 결혼후 한 여인이 경험할 수 있는 일종의 잔잔한 바람끼랄까. 하지만 그것은 혼탁한 바람이 아니라 마음의 폭을 넓히고 생활에 윤기를 더하는 신선한 ‘바람’이었다.
문숙이라는 한 가정주부가 자신의 특성을 살려 부업도 하면서 어느 대학부설의 미술교육원에 드나들다가 한 교수에게 쏠리는 연정이 아주 곱고 자연스럽게 잘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작품의 하단부분에서 교수의 육체적인 요구에 응답하는 문숙의 대응이 일품이다. 인내와 절제의 미학이랄까. 시적 분위기로 함축적이고 아름답게 잘 처리되어 있어 감미롭기까지 하다.
이 작가는 앞으로 전혀 피할 수 없는 개인과 사회와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깊이 이해하면서 의식의 지평을 점점 넓혀나간다면 훨씬 더 무게있는 작품을 쓸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우리는 이 작가의 앞날을 축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