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취월장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회를 거듭할수록 심훈 문학상에 응모하는 작품의 수준이 놀라울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그것은 아마 그동안 심훈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의 질이 예사롭지 않다는 평판에 자극되어 응모자들이 더욱 분발했기 때문일 것이다. 반가운 일이다. 이번에 선자의 손에 넘어온 20여 편의 작품들도 다 만만치가 않았다. 오랜 세월 문학수업에 열중했던 노력의 흔적이 작품마다 역력했다. 그런 즉, 이들 작품 중에서 단 한편의 당선작을 골라야 하는 선자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선자는 엄정한 입장에서 일차적으로 우선 김영주의 <토끼를 기를 때 주의할 점>과 강미의 <구십구일> 그리고 김경의 <페르소나>와 박향의  <꿈의 궁전> 그리고 이문의 <두 남자의 초상> 등 다섯편의 작품을 선정했다. 이마에서 땀이 났다. 선자는 20여일간의 고심 끝에 섭섭하지만 <꿈의 궁전>과 <토끼를 기를 때 주의 할 점> 그리고 <페르소나>를 당선권에서 제외키로 했다. <꿈의 궁전>은 작품을 다루는 솜씨는 수준급인데 지나치게 독자를 의식해 내용이 너무 통속적으로 흘렀다는 아쉬움에서, 또 <페르소나>는 잘 정돈된 문장과 뛰어난 표현력이 볼만했는데 작자의 욕심이 좀 과한 탓이었나 작품이 전반부를 지나면서 그 짜임새와 언어의 밀도가 점점 느슨해지는 것이 흠이었다. 게다가 남녀주인공이 공히 그 성장과정에 불가와 깊은 관련이 있는데도 불교에 대한 적절한 조명이 작품 어디에도 묻어있지 않다는 점이 아무래도 어색해 보였다. 그리고 <토끼를 기를 때의 주의할 점>은 우선 그 짧고 간결하고 스피디한 문체가 시선을 끌었다. 뿔뿔이 해체되고 분화되어 이미 보호막으로서의 그 기능을 상실한 한 가정에서 거리에 방치된 십대들의 그 삐뚜러진 삶의 행태를 흡사 사진을 찍듯 추적한 작자의 능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문학이란 현상의 단순한 반영이 아니라 그런 현상을 낳게 한 사물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작자의 진지한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러한 흔적이 보이질 않아 섭섭했다. 그러니까 결국 남은 작품은 이문의 <두 남자의 초상>과  강미의 <구십구일>이었다. 선자는 숙고 끝에 <구십구일>을 제외키로 했다. 왠지 작품의 전체적인 인상이 일을 크게 벌였다가 수습과정에서 힘에 겨워 허둥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문장, 테마, 표현력, 다 우수한 편인데도 구성이 좀 산만하여 작품이 뒤에 갈수록 긴장감이 풀리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이 작품의 중심적인 과제라 볼 수 있는 노조와 그들의 투쟁에 대한 인식도 너무 표피적이라 계속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에 비하면 <두 남자의 초상>은 한 생명체로서의 소설의 아름다움을, 그 미적장치를 처음부터 끝까지 잘 이끌어 간 것이 퍽 믿음직스러웠다. 특히 심리묘사는 일품이었다. 원만하지 못했던 부자사이에서, 그리고 불임부부사이에서 표출되어 서로 연관을 가지면서 얽히고 설킨 감정의 그 미세한  가닥을 유려한 문체로 한올한올 들어 올리듯 하는 작자의 묘사력은 대단했다. 선자는 기쁜 마음으로 이 <두 남자의 초상>을 당선작으로 선정하면서 이 작자의 앞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