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수신대에서 만물의 세계를 보며 유여시우(有如時雨) 적당한 때에 비가 와주어 청산에 푸르름을 더해주고 있는 오후 한나절이다.
이곳은 일월지대명(日月之代明) 해와 달이 번갈아 비추어 주는 으뜸의 자리로 연일 이곳에서 학문과 더불어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유항산자유항심(有恒産者有恒心)이라. 일정한 생업이 있으면 일정한 마음이 있다하여 박학이상설(博學而詳說) 넓게 배우고 자세히 말할 수 있도록 즉청천소명(則聽天所命) 하늘에 명을 들어가며 지내고 있는 것이다. 이인불친
아즉반구제기(而人不親 我則反求諸己)라 남이 나를 친하게 하지 아니하면 자신을 반성하고 사성자 인지도야(思誠者 人之道也)라 성실한 것을 생각하면서 사람의 도를 깨닫고자 수년간 이곳에서 만학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인항과연후능개(人恒過然後能改)라 사람은 항상 허물이 있은 후에 잘못을 고치게 됨은 모든 인간들의 일상인 것 같습니다. 사물에 이치를 모르며 생사지인야(生事之人也)라 일을 꾸며내는 사람들 속에서 과불능승중(寡不能勝衆) 적은 것이 무리를 이길 수 없어 심산에 묻혀 지내면서 난진이 이퇴자야(難進而 易退者也)라 나가기는 어렵고 물러서기는 쉽지만 절대 고루한 성격이 상존하고 있어 각유위차(各有位次) 각각 자리에 순서를 생각하면서 장고에 들어서 구즉득지(求則得之) 구하면 얻을 것이라는 심오한 생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서(四書)를 통달하였지만 유소우환 즉불득기정(有所憂患 則不得其正)이라. 근심하는 것이 있으면 그 바른 것을 얻지 못한다. 함이 이에 근거할 것입니다. 진리는 전박불파(顚撲不破) 두들겨도 결코 부서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도위에서 정이불휼(正而不譎) 바르고 속임이 없으며 인이무신 부지기가야(人而無信 不知其可也)라 사람에게 신의가 없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은 일상 인간사의 기본입니다.
유영사이불패자(有寧死而不敗者)라 편안히 죽을지언정 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자연의 법칙을 순응하며 살아가는 인간들. 역설적 반항의 자세로 개과(改過)함이 없어 어불능현 묵불능장(語不能顯 默不能藏) 말로 나타낼 수 없고 침묵으로 감출 수 없는 이런 일이 있습니다.
불비소관(不卑小官) 작은 벼슬이라고 낮게 여기지 아니하였고 은악이양선(隱惡而陽善) 나쁜 점을 숨기고 좋은 것은 드러나게 한 일들을 모르고 있으니 말이요.
동류의 인간으로 변질될 것이 근심되어 마음이 넓으면 몸이 편안하다 하거늘 그렇게 여생을 자유무망빈려(紫幼無忘賓旅)라 어린이를 사랑하며 손과 나그네를 잊지 않고 살아갈 것입니다. 부지명(不知命)도 모르고 곡학으로 능력도 갖추지 못한 무능한 자와 만물의 이치를 토론한 나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집니다. 석양의 해는 구름 속으로 지고 어둠이 대지를 덮습니다. 미물들도 숨내리고 조용한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심경불의독행(深逕不宜獨行)이라 으슥한 길은 혼자 다니지 말고 넓은 신작로를 따라 가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