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나 공수부대에 입대했더라면 아마 나는 지금도 군복을 벗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말뚝박기’를 원했던 것은 극한상황까지 가보고 싶은 욕구, 그 상황을 이겨냈을 때의 성취감 같은 것들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군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병대와 공수부대의 모집기간이 이미 끝나 나는 부득이 공군교육사령부에 자원을 했고 이후 수원비행장에 배치돼 항공기 정비를 하면서 4년 6개월간 군 생활을 했다.

첫번째 사진은 바로 그때 수원비행장에서 근무 중 촬영한 사진이다. 원래 전투기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보안관계로 금지된 일인데 군 홍보업무를 맡고 있던 카메라 기사가 훈련소 동기여서 가능했다. 뒤에 보이는 비행기는  F5 기종의 전투기다.

두번째 사진은 자대배치를 받은 직후 부모님께 보내드리기 위해 찍은 사진이다. 땅바닥에 놓여진 두개의 돌멩이는 촬영지점을 표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빠른 시간안에 많은 병사들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 카메라는 한 곳에 고정시켜 놓고 사람이 서야 할 곳을 돌멩이로 표시해 놓았던 것. 돌멩이와 군기가 잔뜩 들어가 있는 내 모습이 재밌다.

세번째 사진은 시간을 되돌려 고등학교 1학년 봄, 삽교천으로 행군을 가던 도중 찍은 사진이다. 교련복을 입고 수통과 수건 하나를 허리춤에 매고 두시간 넘게 삽교천까지 걸어가 도시락 먹고 돌아왔었다. 사진 속 맨 왼쪽이 나이고 그 옆으로 최현묵, 이병만이다. 이 친구들과는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

4년이 넘는 세월을 훈련이 아닌 항공기 정비를 하면서 생활하는 것에 싫증이 난 나는 말뚝 박는 것을 포기하고 사회로 나왔다. 비록 직업군인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아직도 내 안에는 군인의 취향이 남아있어 지금도 몸에 달라붙는 군복 타입의 옷을 즐겨입는다. 또 제복을 입은 후배들을 어쩌다 길에서 만나면 몇기인지 꼭 물어보고 커피 한잔이라도 사주곤 한다. 나도 그 시절 선배들로부터 그런 대접을 받았고 나에게 차한잔을 얻어 마신 후배들은 앞으로 그들의 후배에게 그렇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