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움 짧아도 원칙 지키며 열심히 사는 사람들 인정받는 사회되어야”
▲ “배움 짧아도 원칙 지키며 열심히 사는 사람들 인정받는 사회되어야”

“고로제철소 문제에 대한 거라면

몰라도 다른 건 할 얘기 없는데요.”

쇳가루 배추파동으로 온통 떠들썩하던 6일, 인터뷰 요청에 그가 던진 첫마디였다. 그만큼 지금 그의 모든 관심은 고로제철소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새벽 3시에 나가 바다 일을 하는 그는 오전 10시쯤 고기잡이를 끝내고 집에 돌아와 군청 앞에서 열리고 있는 고로제철소 반대 천막농성에 참여한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포구에서 장사를 하는 아내를 도와 일을 하고 초저녁에 잠자리에 들고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아내와 함께 또 바다로 나간다. 물때에 맞춰 하루 일정이 짜여지는 그는 천상 어부다. 어부이기 때문에 그에겐 바다가 가장 귀하고 그래서 이 싸움에 나서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로제철소는 그 바다를 그냥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송산면 가곡리 성구미에 사는 우동기씨(53).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그 일대에서 가장 부자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어떤 이는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아직도 해변에 널려있는 쓰레기를 치우러 다니는 그를 가리켜  민간 공익요원(?)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아닌 것은 아닌 사람’, ‘소신이 분명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물질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살림임에도 그는 30여년간 해온 바닷일을 아직도 손에서 놓지 않고 지금도 세찬 바람 맞으며 묵묵히 배를 부리고 있다. 그리고 밀물에 떠밀려 온 쓰레기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기어이 치워내는 그의 유별난 ‘공익정신’ 덕분에 성구미는 어느새 ‘아름다운 포구’로 변모했다.

초등학교 문턱도 나와보지 못한 그이지만 그는 남들이 학교에서 모두 배웠다고 하는 것들을 실천으로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그는 한때 마을 지도자일을 맡아 밤낮없이 꽃밭을 가꾸느라 고군분투했다. 지금은 성구미 포구 번영회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으면서 연중 관광객이 찾는 마을로 가꾸어나가는데 앞장서고 있다.

“대표일을 맡으면 생업에 지장이 많은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주민들이 책임을 부여해 줬기 때문에 100% 그 책임을 완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지요. 일단 어떤 직책을 맡으면 생업을 위해 쏟는 시간은 3분의 1로 줄일 수 밖에 없다는 각오로 일하고 있지요.”

이런저런 감투를 나열해 놓은 명함도, 남앞에 드러내 놓을 만한 지식도 없지만 그는 소신 하나는 분명하다. 배운 것 없어도 땀흘리며 현장에서 뛰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왕이어야 한다는 것, 그런 사람이 인정을 받는 사회여야 한다는 것...

하는 일 없이 자리만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때가되면 표창을 받는 가식적인 사회는 그가 꿈꾸는 사회가 아니다.

그는 고로제철소 반대 송산면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이라는 직책도 맡고 있다. 동시에 송산면 개발위원회 부회장이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환경과 개발. 아무리 생각해도 어려운 이름들이다. 영영 화해할 수 없는 단어들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분명하다.

“우리나라 기업하는 사람들,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차라리 자기들이 만든 제품 더 비싸게 받더라도 환경시설에 투자하라는 겁니다. 마을에서 자꾸 그런 일들(쇳가루 배추)이 알려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런 좋지 않은 소문이 퍼지면 관광객들이 더이상 찾아오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당장 장사에 지장있다고 해서 쉬쉬한다면 더 큰 재앙이 우리에게 닥칠지 모르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습니까?”

연일 계속되는 고로제철 반대집회에서 부를 노래가 마땅치 않다며 직접 노랫말을 지어 가지고 나갈 정도로 열성적인 그는 그러나 자신이 이 일에 앞장서는 이유가 결코 거창하지 않다고 말했다.

“성구미는 수산자원이 생명인 마을입니다. 관광객들이 와서 그래도 성구미는 옛 어촌마을의 풍경이 남아있어 좋다는 말씀들을 하시는데 그게 곧 우리 마을의 경쟁력이지요. 가급적 보존하는 것이 우리마을이 번영하는 길이고 번영회장인 제가 해야할 일도 지켜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을을, 고향을 사랑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그가 고향 성구미를 사랑하는 방식은 그의 고향이 오래도록 여러 사람들의 추억에 남아있도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