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경기도 옹진 출생, 25세의 나이로 신춘문예 당선, 29세가 되던 해 3월, 서울 종로의 한 심야극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시인. 바로 『입 속의 검은 잎』이라는 유고 시집 한 권을 남긴 시인 기형도의 기형적인 삶이다.

90년대를 대학에서 보낸 많은 문학도들이 늘 가방 한 구석에, 외침과 침묵의 갈등 속에 무언가 허전했던 옆구리에 끼고 다니던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이 시집을 처음 접했던 순간은 아직도 그의 신춘문예 당선작 「안개」처럼 안개로 가득했다. 기형도 시인이 느꼈을 그 내면적 갈등은 결코 시대를 버리지도, 시대에 편승하지도 않은 시(詩)였다. 도대체 몇 번을 서점에서 그 시집을 샀던가. 시집을 사 두면 누군가 빌려가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사겠다고 다짐하고 이 시집을 또 구입했었다. 시집 첫 장에 크게 ‘세번째 나의 검은 잎’이라 이름보다 큰 서명을 해 두었건만, 결국 함께 글을 쓰던 후배의 손으로 그 잎은 날아가 버렸다. 이제 다시는 사지 않겠다고, 아니, 그 잎을 날려 보내고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세월이 어느 서점에 늘어선 책들 사이에서 다시 멈추었다. 『기형도 전집』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함께 서점에 들렀던 직장 동료는 그 전집 앞에 멈춰 선 나보다 먼저 손을 내밀고 책을 뽑았다. 그 책을 바라보던 나의 눈을 봤을까? 『기형도 전집』은 생일선물이란 이름으로 갖게 되었다. 아니 돌아왔다고 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기형도의 시·소설·산문 및 자료로 엮인 이 전집은 시인의 커다란 독사진과 함께 친필 습작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그의 시 대표작 「안개」, 「빈집」 등과 함께 다른 매체를 통해 알려진 낯익은 제목인 「질투는 나의 힘」, 「장밋빛 인생」, 「봄날은 간다」 등의 시가 있다. 다른 것은 모르나 영화 「질투는 나의 힘」은 기형도의 시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한다. 이외에도 새로 찾아낸 미발표 시와 그의 단편소설, 산문은 기형도를 이해하는데 또 다른 통로가 될 것이다.

시는 죽었다고 말하는 요즘이다. 이럴 때 시인의 전집을 추천하는 이유와 끝맺음을 이 전집에 실린 시인의 1982년 9월 25일 일기 한 부분으로 답하고자 한다.

‘밤 1시. 시는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우문(愚問)이다. 구원할 수 ‘있다’ 혹은 ‘없다’의 구분은 이미 시에 기능이나 효용의 틀을 뒤집어 씌운다. 따라서 어떠한 예술 장르가 최초에 성립되었을 때 본연적으로 갖는 기능이란 두말할 필요 없이 ‘있음’에 귀착한다.’

김영재 당진고 교사 호수시문학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