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위원 공모제나 민간단체 추천제 도입해야”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인한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 대규모 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목적으로 구성된 당진군 투자심사위원회가 회의도 열지 않은 채 서면검토로 대신하는 등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퇴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진군은 지난달 4일 모두 9건의 투자심사의뢰 사업을 투자심사위원회에 상정해 의결했다고 밝혔다. 투자심사 의뢰 사업 중 200억원 이상으로 중앙정부의 심사대상 사업은 △당진읍 종합육성사업(254억원)이고 30억원 이상 200억원 미만으로 충남도 심사대상 사업은 △난지도 특화숲 조성 △군립 치매요양병원 건립 △당진 근로자종합복지관 건립 △농어촌폐기물종합처리시설 설치사업 △당진군 분뇨처리장 증설공사이다. 10억원 이상 30억원 미만 군 자체 사업은 △심훈 상록수문학관 건립 △합덕산업고 인조잔디 구장 및 우레탄육상트렉 시설공사 △농어촌 생활용수 개발 등이다.
투자심사위원회는 사업 중 당진 근로자종합복지관과 농어촌폐기물종합처리시설, 심훈 상록수문학관, 농어촌 생활용수 개발 등에 대해서는 조건부 의결하고 나머지 사업은 모두 적정의결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당진군투자심사위원회는 9건의 투자심사의뢰 대상 사업에 대한 심의, 의결을 서면으로 대신한 것으로 나타나 물의를 빚고 있다. 당진군 기획감사실 예산팀의 관계자는 “5월4일의 충남도 투자심사위원회에 맞춰 당진군 투자심사위원회에서 대상 사업을 심의, 의결했다”며 “모두 서면으로 심사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서면심사는 활발한 토론과 설득, 동의를 통한 합의의 도출이라는 위원회의 본래적 기능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위원회는 본래 참여하는 위원들이 동등한 자격으로 의견을 제출하고 상호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에는 서로 다른 의견들이 토론을 통해 설득, 동의되는 과정을 거쳐 잘못된 결정을 줄이고 최상의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그러나 서면심사는 이 같은 과정을 모두 생략하게 된다. 실무 부서의 일방적인 의견만을 서면으로 전해듣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시급하지도, 촌각을 다툴만한 상황이 아님에도 서면심사를 했다는 것은 그 만큼 투자심사위원회를 요식적인 절차로 여기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번 투자심사위원회에서 적정의결 결정이 내려진 난지도 특화숲 조성 사업의 경우 해당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예산낭비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4월21일에도 당진군은 점심시간을 앞두고 투자심사위원회를 열어 모두 1148억원이 소요되는 5개 사업을 일사천리로 심사, 의결해 형식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사업에 대한 이같은 형식적인 심사는 자칫 대규모 예산낭비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따라서 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투자심사위원회를 내실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투명성 보장과 위원 공개모집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 기획예산처의 주관으로 지난 2월23일 열린 ‘예산낭비 대응 공동토론회’에서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이상근 예산감시 전문위원은 “타당성 없는 지역개발사업을 지자체 단체장들이 무분별하게 추진하는 것을 막으려면 투자심사위원회 위원의 3분의 2 이상을 비영리민간단체의 추천이나 공모를 통해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투자심사위원회의 심사내용도 미리 공개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경상북도는 지난해 8월 탁상공론식 사업추진에 따른 예산낭비 및 부작용을 막고 지방재정의 효율적 운용 등을 위해 지방재정 투·융자사업에 대한 주민의견 청취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 ‘도민의 소리’ 코너에 총사업비 20억원 이상 200억원 미만의 전문가 투자심사위원회 심의대상 사업 목록 및 사업내용을 7일간 게시해 주민의견을 수렴, 위원회 심사과정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답보상태에 있는 ‘주민참여 예산제 운영조례’를 시급히 제정해 투자심사 단계부터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규정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당진군 기획감사실 예산 담당자는 “처음부터 학계와 민간단체의 추천을 받아 위원들을 위촉하고 있다”며 “예산 타당성과 현지사정 등 여러 가지를 종합해 심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