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는 ‘부부공동재산제를 인정하지 않는 배우자의 상속재산 절반은 국민을 현혹하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듣고 보면 모두가 여성에게 유리하다는 저 개정 시안을 놓고 왜 여성계가 반대하고 나섰을까.
현행 민법은 부부재산에 관하여 별산제를 법정재산제로 하고 있다. 부부별산제란 아무리 부부라 하더라도 배우자의 재산에 대해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아내가 돈을 벌어 집을 샀어도 그 집이 남편 명의로 되어 있다면 아내는 그 집에 대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언뜻 보기에는 합리적으로 보이는 부부별산제는 커다란 허점을 안고 있다. 우선 대부분 가정에서 부동산이나 전세금, 예금 등 재산적 가치가 큰 중요재산은 남편 명의로 해놓기 때문이다. 남편이 일방적으로 명의를 이용해 대출을 받거나 처분해버려도 아내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이런 별산제의 규정은 부부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한 재산이라 하더라도 법적으로 명의를 가지지 못한 부부 일방의 잠재적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계는 부부별산제의 부부공동재산제로의 개정을 계속 촉구해왔다.
부부공동재산제에 따르면 혼인 이후 형성된 재산을 부부 공동의 노력으로 이룩한 것으로 추정하고, 배우자의 상속분은 공동의 재산으로 추정되는 절반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으로 나누어져야 한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혼인 생활 중 부부가 협력하여 이룬 재산은 균등하게 분할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부부재산제도의 개정취지와 외국 입법례를 반영"했다고 그랬다.
그 말대로라면 배우자에게 상속된다는 절반의 몫은 이미 배우자의 몫이었음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이를 전제한 후에 나머지 절반에 대하여 상속분을 나눠야 말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 시안대로라면 여성 배우자의 상속분은 아예없는것으로 봐야 한다.
결혼하고 같이 살면서 취득한 재산, 그러니까 애초부터 당연한 배우자 몫의 재산을 갖고서 마치 선심을 쓰듯이 “절반을 나누어 준다"고 하고 심지어 “여성 배우자의 지위 강화와 보호"를 외치는 것은 입법 취지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여성(입장을 바꾸면 남성까지도)을 현혹하는 것이다. 부부의 실질적 경제평등을 구현하기 위해서 가장 합리적인 것은 부부별산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부부공동재산제의 장점을 결합한 법을 만드는 것이다. 즉, 혼인 중에는 별산제를 유지하되 혼인이 해소되는 경우에는 부부공동재산제의 취지에 따라 재산을 분할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보장함으로써 부부 쌍방의 노력으로 이룬 재산에 관해서는 부부상호간 평등하고 합리적인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가족 구성원의 생계가 걸린 중요재산은 명의자가 배우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분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또한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상속재산에서 피상속인이 혼인 중에 취득한 재산의 절반을 선취분으로 받고, 나머지 재산을 배우자를 포함한 다른 상속인이 상속받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혼인 중 형성된 재산에 대해서 배우자의 실질적인 상속분을 높일 수도 있는 것이다. 독일·그리스·콜롬비아 등이 채택한 이 제도의 이름은 증가재산분할제'다. 남녀의 입장을 넘어서 꽤 합리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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