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알람 소리가 주인을 깨우길 몇 번에서야 억지로 눈꺼풀을 열어 나간 거실에 이미 불경을 정성스럽게 읽고 계신 단정한 어머님의 모습에 퍼뜩 정신을 차립니다.
어머님은 하루하루, 당신의 주변 모든 만물에 그렇게 정성이십니다.
며느리가 들여다 놓기만 하고 꽃피면 그 잠깐 귀여움을 주는 식물들에게 일년을 정성스레 물을 놓치지 않게 주시고 한약 찌꺼기 얻어다 영양분을 넣어 주시는 분이십니다.
집안의 작은 식물에게도 그럴진대 식구들에게는 또 어떻겠습니까.
일곱 동생 업어 키우느라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나와 어린 아이들한테 데었다 시면서 당신 손녀 둘에게서 손을 떼지 못하십니다.
여러번 방안으로 들락거리시며 서둘러 깨워 머리 묶이고 따로 작은 밥상에 김치며, 고기며 과일까지 담아 열심히 먹이십니다.
“어머님, 억지로 먹이지 마세요. 지들이 늦어서 며칠 아침 굶으면 힘든 걸 알고 스스로 먹게 될 거예요”. 라는 며느리 말을 쓸데없이 지껄이는 소리로 흘려듣고 식구들 먹이는데 집중하십니다.
“이렇게 열심히 먹여도 맨날 애들 아픈데 안 먹여봐라. 나가서 얼마나 고생하고 춥겠냐.” 하십니다.
다른 애들 보다 늦게 내복을 벗어야 하는 우리 애들. 할머니의 마음입니다.
항상 하시는 말씀들 “얘야, 아침 고 두 숟가락 먹고 무슨 기운으로 애들 가르치냐. 좀 더 넣어 봐라.”
“과일 먹었냐?”
“아침에 눈떠서 물부터 마셔라.”
그러고도 깜박하고 문을 나서려는 며느리한테 과일 잊었다며 포크로 찍어 내미십니다.
바쁘다고 거부하고 출근하면 또 하루 내내 마음 걸려 하실걸 생각하며 과일을 뽑아 나서야 합니다.
…중략…
유독히 작은 딸은 할머니를 떠나지 못합니다. “엄마는 혼내고 야단치잖아” 이러는 딸도 평소 엄마랑 이야기 잘 하고 잘 어울려 놀다가도 잠올 때면 여지없이 “엄마, 나, 이제 할머니 방으로 가도 돼?” 하면서 엄마도 좋지만 결국 할머니 곁이 편한지 잠자러 가버립니다. 쵸코릿 사준다, 놀이기구 태워주러 간다 약속해 보지만 도망가는 작은 딸의 뒷모습에서 어머님의 정성을 봅니다.
“난, 내 애들 키우면서 한번도 큰 소리 치고 때려 본 적 없었다.” 하시는 속에서 저는 당신의 기다림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하루가 지나면 더 나아지겠지’
‘우리 애들 크면 잘 살아 낼테지’
감기로 한동안 고생하는 며느리가 지쳐 퇴근 하면 안타까워 며느리 좋아하는 김치 볶아놓고 당신 잘 만드시는 나물 반찬도 해놓으셨으면서도 “네가 하면 반찬이 여럿인데 오늘은 내가 해서 보잘 것 없다.” 이렇게 양보하시고 또 내일을 기다립니다.
…중략…
키 160에 몸무게 42킬로이신 당신은 다 정성으로 빠져 나갔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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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며느리한테 맘 상할 말씀을 하시지 않고 좋은 얘기만 하시는 당신. 결혼하고 15년이면 친정엄마와의 생활과 가깝습니다.
또 한분의 어머님 맞습니다.
글쓴이 : 백미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