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구야~

불러보기만 해도 가슴 저린다면 이건 사랑 맞지?

작년 이맘 때 사랑의 편지로 엄마를 뭉클하게 해주던 기억이 나서 나도 뭐든 전하고 싶어 주절거린다.

20년 전 2~3kg이란 작은 아이로 태어나 미처 안아보지도 못하고 인큐베이터 안에서 첫 대면을 해야 했던 우리. 제대로 울지도 못하고 창백한 모습에 가슴 짠해 그저 창 너머로 바라만 보는데 네가 알아보기라도 하는 듯 아주 잠깐 눈을 떠 줬을 때의 감동!

엄마는 그때 알았지. 우린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을.

현구야~ 좀 늦으면 어때.

좀 어리석으면 또 어떠니?

우린 누구나 적당히 모자라고 그로인해 겸허해 질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지. 엄마는 충분히 감수하는데 본인인 너는 많이 답답하고 힘들겠지.

그래도 너무 주눅들거나 너무 나서지도 말고 적당히 끼어 살며 삶을 즐겨보기로 하자.

그동안 함께 하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반복되는 잔소리에 짜증날텐데 잘 참아내는 네가 참 고맙다.

너로 인하여 엄마 삶이 훨씬 살만 하다는 거 아니?

바쁘다는 핑계로 정성 없이 차려주는 반찬에 엄마 솜씨 최고라며 부끄럽게 하던 일.

좀 해이해진다 싶으면 가르치 는 사람이 本이 되어야 한다며 먼저 일어서서 손잡아 주던 일.

직장 잃어 기운 없을 때 더 좋은 일 있을 거라고, 엄만 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던 일. 편찮으신 할머니 마지못해 도울라치면 넌 열 번이라도 기꺼이 밝은 소리로 대답하며 기분 좋게 상대해 주는 일. 아빠랑 소원해 떨어져 걸을라 치면 팔짱끼어주며 가족이 함께여서 신난다던 너. 해준 것 보다 받은 게 더 많으니 암만해도 네가 아빠하고 내가 딸해야 될까보다(ㅎ ㅎ)

엄마는 네가 참 자랑스럽다. 넌 매일 약 챙기랴. 친구들 맘 눈치보랴. 운동에 대한 스트레스, 먹는 것에 대한 갈등. 힘들일 많을텐데 실망 안하며 밝은 모습으로 굳굳하게 버티는게 참 고맙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다고 소식지 뒤져보며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고, 겨우 얻은 일 하루 종일 열심히 했는데 다음날 오지 말라고 해도 화나지만 웃을 수 있는 너. 자신도 부족하지만 작으나마 보탬이 될까 자원봉사에 자청하는 너.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 있을지라도 우리 욕심 부리지 말고 잘 버텨보자.

많은 가능성이 있는 너에게 우유부단한 엄마가 제대로의 재주를 키워주지 못해 미안하기도 하고 보이는 것 치장하며 허세부리는 내가 부끄럽기도 하고......

어느새 우리의 만남은 20년.

투표권이 주어 졌다는 건 어른이 되었다는 거니 남이 봐주기 전에 스스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네 곁엔 언제나 너와 닮은꼴인 엄마가 있다는 거 잊지 말고 서로가 서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면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