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마음은 있었지만 실천하지 못하다가 마침내 지난달부터 매일 아침 친구들과 함께 동네(송산면 삼월리)에 있는 봉화산에 오른다. 봉화산은 해발 100미터 남짓한 산이라서 아침이라 해도 무리 없이 한 시간 정도 산책하고 출근하기에 제격이다.

처음 며칠은 졸음에 겨워 감기는 눈을 부비며, 할딱할딱 가쁜 숨 내뿜으며 겨우 오르더니 이젠 알람소리 없이도 눈이 떠지고, 뒤쳐지는 그림자를 재촉하지 않고도 거뜬히 산을 오르내린다.

산에 오르면 매일 같은 풍경 같으면서도 자세히 살펴보면 어제와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난다.

봉화산 지킴이 예산집 아저씨네 방울토마토 두 알씩 따먹고 산에 오르면

어젯밤 내린 이슬을 노크삼아 삐죽이 얼굴 내민 빨간 버섯,

참나무 수액을 받아먹기 위해 모인 사슴벌레 가족,

맑고 고운 목소리로 우릴 반기는 꾀꼬리와 뻐꾸기의 노래 소리,

우리들보다 훨씬 부지런을 떤 청설모가 발라먹은 솔방울 잔해,

어제보다 몇 송이쯤 더 핀 듯한 보숭보숭한 자귀나무 꽃들,

이제 막 둥지에서 나와 날개 짓 연습을 해대는 떠꺼머리 때까치 삼형제,

분홍으로, 몇몇은 흰빛으로, 고귀한 자태가 절정인 생태연못 수련,

어찌 보면 에델바이스인 듯, 보일 듯 말듯 수줍게 핀 흰 어리연꽃,

아무리 마셔도, 흘러도 끊임없이 솟아나는 옻샘의 약수,

아이들 밥 차려놓고 운동 나왔다는 화장 안한 얼굴이 예쁜 동네 형수의 미소,

아침마다 보는데도 사납게 짖어대는 절골 바위 아저씨네 누렁이,

매일 만나도 계집아이들처럼 재잘거리고,

큰 소리로 웃으며 어깨를 나란히 한 내 다정한 친구들,

이 모두가 한 시간 덜 자고 활동하며 느끼는 작은 행복의 단편이다.

매일아침 산에 오르며 친구들과 일상적인 수다뿐만 아니라 지역현안과 바람직한 미래에 대하여 고민하기도 한다. 워낙 산업화와 개발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지역이라서 40대 초반을 살아가는 우리는 지역의 온갖 고민과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듯, 또는 마치 내 집 일인 양 활발한 의견을 나눈다. 친구들과 아무리 대화를 나누어도 논의의 결론이 나거나 시원한 대안제시 또는 개선방안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역의 현안과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토론하는 자체를 즐긴다.

봉화산 정상의 팔각정에 올라 아침안개 사이로 펼쳐진 풍경들을 바라보며,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고향의 모습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더구나 올해 말부터 아침햇살에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성구미 갯벌을 매립하여 송산산업단지가 조성되며, 고라니가 뛰놀고 개개비가 둥지를 틀어 새끼를 치던 비옥한 갈대밭 숙명염전 터는 골프장으로 변한다.

고향의 모습이 바뀌면서 혹시 동네 어르신들, 친구, 후배들까지도 변하는 건 아닌지...

지역의 발전도 좋고, 국가경제부흥도 좋지만, 우리 친구들은 10년 후에도, 또 우리의 자식들도 그들의 친구와 함께 오늘처럼 봉화산에 함께 올라 평화로운 고향의 풍경을 바라보며 이야기 나누기를 소망한다. 우리의 작은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