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저녁 8시40분경 민종기 당진군수는 공무원노조사무실을 불법적으로 강제 폐쇄했다. 전국적으로 벌어진 이번 일은 지방자치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공무원노조가 불법단체이고, 불법적으로 사무실과 집기 등의 공유재산을 점유하고있기 때문에 사무실을 폐쇄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법률에 따라 신고한 노조가 아니더라도 노동자의 자주적인 결사에 따라 구성된 노조는 그자체로 인정되어야하며, 다만 관련법의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법외노조’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행자부는 노조사무실을 폐쇄하지 못하는 지방자치단체에게 교부금을 주지 않겠다는 협박을 하기도 했다. 관련법령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상황, 사업의 타당성 등을 고려하여 정당하게 집행해야 할 교부금을 국회의 권능을 모독하고 관련법의 엄격함을 비웃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행자부의 권한남용은 그 인식의 천박함을 그대로 드러냈을 뿐이다.
사무실과 사무집기를 불법적으로 점유하고 있다는 주장은 역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등에 근거하고, 자치단체장과의 협의를 통해 적법하게 지급되었다는 점을 무시한 오만한 해석이다.
최근 법원이 공무원노조 원주시지부의 행정대집행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행정 대집행을 중지시킨 일도 바로 정부가 앞장서서 불법을 저질렀음을 법원이 밝힌 것이다. 특히 행자부지침 역시 법적구속력이 없음이 이미 밝혀졌다. 이는 “행자부의 지침이 자치단체장의 법적지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단순한 업무요청 또는 견해의 표명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는 지난 3월30일 헌법재판소 판시에도 확인 할 수 있다.
집행의 법적논란과 함께 이번 일로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중앙정부에 종속되어 있고 그 집행 책임자들의 수준 역시 중앙정부가 한수 위라는, 아니 정확하게는 지방자치단체가 한수 아래라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행자부장관은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자리에서 “요즘 세상에 어떻게 행자부 지침하나로 자치단체장들이 움직이겠냐. 지침을 내리지 않아도 자치단체장들이 알아서 폐쇄했을 것이다. 행자부공문은 실효성이 없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법적으로 처분의 효력을 갖지 못하는 지침을 남발해 놓고, 그 지침에 따라 움직이지 않으면 국회의 예산확정권도, 예산집행에 관한 법령도,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도 무시하고 교부금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하더니 지침 자체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당진군수는 공무원노조 현판을 떼어낸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 현판을 떼어내었다. 그 자리에 대한민국 ‘행정자치부 광역시도 지사’와 ‘시군지점’ 간판을 새로 내걸었다. 지방자치단체 ‘당진군’은 ‘행자부 당진지점’으로 바뀌었다. 지방자치단체의 법적지위를 버리고 행자부의 계선조직의 행정적 지위를 가졌으니, 그 조직의 책임자 역시 그에 걸맞는 지위를 가져야 할 것이다.
지난달 26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라는 법적지위에서 스스로 강등한 민종기 당진군수는 주권의 요체인, 국민들이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수여한 ‘당진군수’ 당선증을 스스로 반납하고 행자부 장관에게 가서 ‘행자부 당진지점 지점장’ 임명장을 새로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