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군이 최근 지역사회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한다는 명분으로 명문고 육성에 2년간 2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하고 선도 명문고에 호서고와 서야고를 선정했다. 이 두 학교를 중심으로 향후 서울대와 연고대 등 명문대 진학률을 현재의 4%에서 10% 이상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물론 당진군은 선도 명문고 이외에도 소권역 명문고 육성과 명문 실업고 지원 정책도 밝혔지만 사실상 호서고와 서야고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의 반발을 의식한 생색내기식 지원에 불과하다.
자치단체가 교육경비지원 조례 등을 통해 교육예산을 책정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널리 권유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지역 명문고 육성 정책의 추진배경과 방법이 공교육 정상화를 위협하고 교육개혁에 역행하고 있는 것. 한국사회의 발전을 더디게 하고 있는 요인 중의 하나인 학벌학력지상주의를 행정기관이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또한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목적 달성과도 맞닿아 있어 지역사회의 공론화나 합의과정, 합리적인 정책결정과정이 생략될 우려가 높다. 당진군의 빗나간 ‘지역교육 살리기 정책’은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가? 첫째, 학교의 입시 학원화를 더욱 부추길 우려가 크다.
견고한 대학서열 체제가 존재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서울대, 연고대 합격자를 몇 명 배출했느냐가 유일한 평가 기준이 된다. 실제로 앞서 실시되고 있는 타 지역의 명문고 육성 정책을 보면 서울대, 연고대반 혹은 우열반 편성 운영, 매월 사설학원 모의고사 실시, 야간 자율학습의 연장 운영 등 공교육의 파행이 노골화되고 있다. 둘째, 명문고 육성의 본질은 겉으로 드러난 것과는 달리 성적이 좋은 선택된 소수 학생들을 위한 집중교육이라는 점에서 최대 피해자는 다수의 학생들이다.
서해대교 개통과 현대제철 등 철강산업의 활황으로 인한 지역성장의 이면에는 농어촌지역의 황폐화가 자리하고 있다. 당진읍을 비롯한 일부 읍면은 급격한 인구유입으로 꾸준히 학교가 신설되고 있는 반면 나머지 읍면은 인구감소로 인해 작은 학교가 통폐합되고 있고 상당수 학교가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진행되는 명문고 육성 정책은 호서고와 서야고를 제외한 나머지 고등학교의 상대적 박탈감과 황폐화를 더욱 심화시켜 지역교육의 양극화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농어촌 학교의 황폐화는 또 다시 해당지역의 침체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셋째, 실효성도 문제다. 전국적으로 지역명문고 육성 사업이 이미 여러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이들 지역의 ‘선도 명문고’는 모두 명문고가 될 수 있을까?
명문고 육성은 생색내기식 지원 몇 번에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 특히 요즘의 입시는 논술 등을 강조하면서 초·중학교 때부터의 독서교육이 강조되고 있어 과거와 같은 족집게 수업도 불가능하다. 실제로 현재 전국적으로 상당수 지자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역명문고 육성 사업은 공교육 왜곡과 형평성 논란 등으로 백지화되거나 대폭적인 내용수정 등을 겪고 있다.
솔직히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돈 몇 푼에 명문고가 될 수는 없다. 출산장려금 준다고 아이를 더 낳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지금의 상황에서 당진과 같은 중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이 대도시와의 교육격차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농어촌특별전형과 소외계층의 정원외 선발을 확대하는 것이다. 올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에게 농어촌지역과 소외계층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정책과 공약에 반영할 것을 전 지역사회가 요구하자.
그리고 당진군이 확보한 교육경비 지원금이나 당진장학회의 기금으로 여름철 전기요금 때문에 설치된 에어컨조차 켜지 못하고 찜통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냉방용 전기요금을 지원하자. 또한 열악한 급식환경으로 항상적인 식중독 위험에 놓인 위탁급식을 직영으로 바꾸는데 드는 비용을 지원하자. 이외에도 학교 주변의 도로를 위험하게 걷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스쿨존 설치비용과 학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시설교체 등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예산을 투입하자.
우리 지역사회가 진정 학생들과 지역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좀 더 깊이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