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희망으로 살아가기에는 너무도 팍팍한 세상이다. 직업상 늘 소상인들과 서민 조합원들의 곤궁한 삶을 매일 접하면서 참담한 마음을 가눌 수 없다. 연이어 쏟아내는 부동산대출 규제 정책은 이제 생계형 서민대출마저도 고금리의 대부업계로 몰아내고 있는 서글픈 현실이다. 대출 신청이 부결돼 답답해 하는 조합원들에게 참여정부의 오만한 경제정책과 금융정책 때문이라는 말로 설득해보지만 왠지 궁색한 변명 같아 씁쓸하다.

엊그제 국가재정 위기 경고에 대한 한국개발연구원의 발표는 상실감을 느끼게 한다. 가계부채 600조원, 2006년 대법원집계 파산 신청자 12만명, 신용불량자 등 잠재적 파산자 400만명에 근접한다는 안타까운 통계가 바로 오늘 한국경제의 일그러진 모습이다. 가계부채 600조원은 우리나라 총생산량의 70%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그러나 해외여행 적자액이 100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적자폭이 커지고 있고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1만8천 달러를 넘어서고 곧 2만 달러 돌파를 코 앞에 두고 있는 시점이라는 소식이 마치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인지 의심스럽다.

경제의 핏줄인 금융환경도 최근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금융자율화에 따른 막대한 해외자본이 물밀듯 들어오고 있고, 대내적으로도 소비 및 투자 심리가 침체국면에 빠져있을 뿐만 아니라 그밖에 환율과 국제 유가의 변동, 그리고 원자재 가격의 급등은 여전히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10년간의 각종 통계들을 살펴보면 거시 경제지표는 화려하지만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하고 궁핍해진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성장에 따른 분배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노동소득 분배율이 감소하고 있고 자본소득이 급증하고 있다. 소득 최하위층의 사망률은 최상위층의 5배를 넘고 있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의 삶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가계부채와 경기침체, 그리고 고용불안에 따른 서민들의 곤궁한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한국경제는 ‘양극화의 10년’이라 불릴 만큼 우리사회 곳곳에 깊은 그림자를 남기고 있다. 경제자료에 의하면 과거에 수출이 증가하면 내수도 함께 증가했지만, 가계부채가 급증한 최근엔 수출과 내수가 엇박자로 엇갈린다는 평가다.

내수가 뒷받침 되지 않다보니 경기주기도 눈에 띄게 짧아졌다. 2000년 이후 6년 동안 호황과 불황이 세 차례나 반복됐다. 대신 우리 경제를 좌지우지 하는 외국인의 입김은 더욱 커졌다. 유가증권 시장의 외국인 지분율은 40%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의 핏줄인 금융업 전체의 평균 외국인 지분율은 이미 45%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은행의 영업기반인 기업 대출보다는 지역서민금융의 영업기반인 가계대출에 영업력을 집중함으로써 우리나라 금융산업 전반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부실기업이 자리했던 위기의 근본을 어느새 부실 가계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작금의 현실을 경제 전문가들은 위기이후의 또 다른 위기라고 표현한다. 분명 최초의 위기는 극복했지만 위기 극복과정에서 우리 경제가 방향성을 잃고 헤매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채무와 국가재정 위기설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아직은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까지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정부의 입장을 부총리가 직접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분명한건 국가채무의 급격한 증가속도에 대한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 개발연구원의 지적처럼 유례없는 채무 증가속도가 앞으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경제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다양하고 많은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난 끝에 어쩔 수 없이 생활고 때문에 저지르는 범죄가 이른바 생계형 범죄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빈곤의 실상은 심각하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심각하다. 가구당 소득이 최저생계비를 밑도는 극빈층이 135만명이고, 생활보장을 받지 못하는 준극빈층도 320만명이나 된다. 빈곤과 양극화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을 우리사회 구성원들이 가져야 한다. 우리 사회가 누리고 있는 풍요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양극화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이다.